[전시리뷰]전주에 가면 무형유산원을 꼭 들러보자
[전시리뷰]전주에 가면 무형유산원을 꼭 들러보자
  •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임강사
  • 승인 2015.07.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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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부상한 전주 한옥마을, 우리들은 한옥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며 전라도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것이 “재미지다”고들 말한다.

최근에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한복 입는 날’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복차림의 젊은이들이 한옥마을의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간 700만 인파가 찾는 인기몰이 덕에 전라북도 전주를 한 숨에 달려가는 당일치기 투어는 더더욱 성행했고, 한옥마을 관광 상품도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 실어 나르는 관광업계도 잠시나마 살맛난다 했었다.

그러나 최근 전주시가 한옥마을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 간 맛 집으로 통하던 한옥마을 내 꼬치구이 전문점들을 본격 퇴출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고즈넉한 전통의 한옥마을로 제대로 된 전통문화지구를 만들자는 시민들의 환영 목소리도 크지만, 생계를 위협한다는 상인들의 반발도 거센 것으로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퇴출된 상인의 입장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필자 또한 본래 취지를 바로보자는 입장이다. 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전통문화지구’의 지역발전 전략은 될 만한 관광자원에 누구나 다 아는 전통문화를 적절히 섞어서 지역 일대를 명소로 만들자는 취지만은 아니다. 퇴색해가는 한옥마을을 지자체가 바로 보고- 서둘러 방향을 다시 잡으려는 전주시의 노력은 자본주의가 발목 잡는 지금 이 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전통을 온전히 지켜내는 데에 앞으로 우리가 버텨낼 수 있는 소중한 원동력이 된다.

정체성 없는 볼거리와 먹거리는 관광지를 홍보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전통도 현대도 아닌 어설픈 ‘코스프레 로데오거리’로 변질되기 전에 전통의 개발과 보존의 문화적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옥마을에 퇴출되어야 할 문화는 단연 꼬치구이만이 아니다. 곳곳에 펼쳐지는 한복패션도 우려가 크다. ‘한복데이’의 갑작스런 유행은 젊은이들에게 한복을 입어보는 체험을 통해 대중이 전통에 다가가는 하나의 긍정적인 효과를 크게 키웠지만 ‘전통한복’에 대한 기본은 좀 지켜주길 바란다. 한복의 현대화라는 명목아래 개량한복도 좋고, 생활한복도 반갑다.

그러나 한복이라 불리지만 한복이라 보기는 어렵고, 도통 시대를 벗어나 국적을 알 수 없는 패션은 한국의 얼이 담긴 전통 의상의 격을 떨어뜨릴까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 ‘한복데이’가 우리 의복의 전통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문화라면 그 문화가 곧게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전통문화마을의 중국이나 일본 등 성공사례를 볼 때, 개발과 보존의 규형을 맞추는 것이 이들 또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관광단지 내에 터를 잡은 주인의식이 그 곳의 문화를 만드는 중심이 된다.

전 세계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소문난 명소임에도 노점상과 좌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데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그 곳에 진정한 주인이 되어 전통에 투자를 하고 그 공간에 대를 이어 거친 자본주의 속, 시간이 멈춘 곳에서도 한 결 같이 자신의 업을 잇는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 옆 전주천 돌다리를 건너면 우리나라 최대 무형유산의 보고인 국립무형유산원이 자리하고 있다. 유형의 문화유산이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여 있다면, 이곳 전주에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무형의 문화유산이 보존되어 있다.

대지면적 18000여 평에, 건물면적 4000 평이 넘는 규모에 전시와 공연, 강연과 교육프로그램 등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특히, 이곳 무형유산원의 기획전시와 상설전시는 그 기획력과 전시기술은 동시대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전주를 찾는 이들 가운데 이곳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치 전주천이 전통의 분단선인 마냥 돌다리 건너 ‘뭐하는 곳인지’ 묻는 이 조차 없다. 이는 전주시와 한옥마을사업소, 국립무형유산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필자는 전주에서 전통문화사업의 흐름을 모니터링 하였는데, 5일간 그 생생한 현장을 취재한 결과 국립무형유산원에 방문하는 이는 거의 찾아볼 길이 없었다. 유산원의 그 훌륭한 전시도 교육도 알려지지 않아 이들의 이목을 끌어올 수 없음이 누구보다 안타까웠다.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으로부터의 소외는 갑작스레 불어 닥친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 탓만은 아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줄 아는 먹거리 장터의 주인의식이 간절하며 문을 활짝 열고 전통을 알리려는 지자체와 기관 간의 협력과 노력이 우선이다. 한 배를 타고 한 곳을 바라본다면 모두가 박자 맞춰 노를 저어야 항해가 시작되는 법. 전통 색 짙게 물들어 한류의 명소로 전 세계 관광객이 오래 머물고 갈 수 있는 전통문화지구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래서 전주 한옥마을에 터 잡은 의식 있는 주인들이 몸도 마음도 부자 될 수 있는 진정한 명소이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