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정임 ‘발탈’의 유래와 특징 ②
[특별기고]박정임 ‘발탈’의 유래와 특징 ②
  • 심우성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민속사학자
  • 승인 2015.07.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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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김숙자(金淑子, 1927~1991)의 아버지 김덕순(金德淳, 무속음악·무용인) 옹으로부터 들은 말씀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발탈은 안성 남사당패들이 마을을 돌면서 땅재주, 꼭두각시 또는 풍물을 노는 것과 함께 연희되었다. 특히 발탈은 놀이판을 높이 만들어 그 위에 포장막을 세우고 발탈꾼이 그 안에 누워 발탈을 씌운 발을 포장 밖 구경꾼들이 보이는 곳으로 내밀었다. 정애비(허수아비) 모양으로 만든 인형의 얼굴 부분을 발바닥에 씌우고 팔(정애비의 손)은 노끈으로 연결하여 그 위에 저고리를 입힌 상방신의 인형이 밖에서 보이게 되어 있다. 양 손으로 노끈을 잡아 그것을 조종하면 팔이 춤꾼처럼 보이는 것이다.

위와 같이 세 사람의 증언은 발탈의 성격을 인형극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밖의 몇 가지 증언들은 비슷하거나 다소 다르기도 했었다.

▲ 이동안 옹과 함께 하고 발탈을 추고 있는 박정임.

광무대(光武臺, 광무 연간에 지금의 서울 을지로 근처에 세워진 구극 전문극장) 시설에 인기가 있었던 발탈의 연희자 박춘재(朴春載, 1881~1948, 이동안 옹의 스승)는 만든 탈에 노끈을 꿰어 조종한 것이 아니라 직접 손에 한삼을 꿰고 춤을 추면서 연희했었다고, 이동안 옹은 생전에 회고했다(그림 2 참조). 이 장면에 대해서는 박춘재 선생의 아드님 박태경(朴泰敬, 75세)과 이창배(李昌培, 1916~1983, 중요무형문화재 19호 선소리산타령 예능보유자) 등도 의견이 비슷했었다.

한편 꼭두각시놀음(중요 무형문화재 3호) 예능보유자 남운용(南雲龍, 1907~1978)은 1967년 남사당놀이 보존회(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소재)에서 필자의 주관으로 <발탈 발표회>를 가졌었다. 그 때의 연희에서는 발에 탈을 씌워 양손 끝에 노끈을 연결시켜서 그 노끈은 위로 올려 대나무에 연결시키고 그 대나무를 양손으로 쥐어 조종했다.

그런데 이동안이 연희했던 발탈에는, 남운용이 실과 대나무를 가지고 하던 인형극적 유사형(類似形)인 연희 그리고 박춘재와 같이 광무대 시절에 했던, 직접 손으로 춤추면서 하는 연희가 각각 있었다. 후자인 경우 연희하기가 불편하여 이동안은 근래에는 대나무를 가지고 하는 발탈 만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발탈에 대하여 다른 예능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체적으로 남사당패가 놀고 있는 꼭두각시놀음의 변형으로 보거나 아니면 유랑 예인들에게 파생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것이 협율사(協律社, 한국 최초의 극장으로 1902년에 세워졌으며 당시 궁내부 소속이었음)을 거쳐서 광무대와 가설극장(포장굿), 창극단(唱劇團) 등으로 이어졌다고 하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 ‘발탈’의 연희장면.

이렇게 볼 때, 발탈은 일단 경기도 안성의 남사당패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유력하며 이것이 주로 중부지방 일원에서 연희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발탈의 전승계보(傳承系譜)는 일단 남사당패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때, 김덕순·조갑철·박춘재·오명선 등의 유파를 기점으로 하여 이동안 옹으로 이어지고 그 뒤로 어릿광대 박해일(朴海一, 1923~2007), 발탈꾼 박정임(朴珽姙)으로 이어져 오늘에 잔존하고 있다.
이제는 박해일 옹도 세상을 떠나고 보니,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의 예능보유자는 박정임 한 분 뿐이다.

놀이기구와 놀이 형성
복식(服飾)
주역인 발탈꾼은 발바닥에 탈을 씌우고(그림 5 참조) 대나무로 만든 팔을 앞으로 벌려 그 위에 저고리와 마고자를 아무렇게나 입혀 어수룩한 촌놈 모습과 닮게 한다.
한편 어릿광대는 흰 바지저고리에 조끼를 입고 부채를 들었으며, 어릿광대가 여자인 경우에는 노랑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혔다.
조종기구
발바닥에 씌운 탈은 발꿈치를 움직여서 탈을 조종하며 팔의 움직임은 대나무를 가지고 움직인다.

발탈 놀이판
발탕의 놀이판은 검은 포장막으로 꾸며지는데, 가로 2m, 세로 약 1m 정도로 액자를 사각으로 짜서 검정 헝겊으로 둘러산다. (뒷면은 터놓는다)
발탈꾼은 그 속에 숨어 누워서 연희를 한다.

포장 안에 있는 기구
발탈꾼이 비스듬히 누워서 연희할 수 있도록 침대가 놓여 있고, 머리를 받쳐주는 베개와 등을 받쳐주는 등받침, 발목을 받쳐주는 발받침, 그리고 탈을 씌운 발만을 포장 밖으로 내놓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 바로 포장의 앞부분 중심부를 가위로 길쭉하게 잘라 놓는다

놀이의 형식
이동안 옹이 연희한 발탈은 발바닥에 발탈을 씌우고 발목의 움직임으로 진행하는 것과 대나무로 조종하는 팔놀이 등 두 가지의 기본기를 기초로 하며, 꼭두각시놀음과 같이 대잡이(발탈꾼, 주조종자), 산받이(어릿광대 진행 협조자)가 있다.
포장 밖, 양 옆에는 삼현육각(三絃六角)의 잽이(악사)가 있는 바, 주 잽이는 현 ‘발탈’ 예능보유자 ‘박정임’이 맡고 있다.
‘악기’는 피리, 젓대, 해금, 북, 장고, 징, 꽹과리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