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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의 일본속보]일본 지자체 살리기에 이용되는 세계유산 야마구치①
일본, 아베 안보법안 등 양심불량 정론되는 구조 용서하지 않는 사회로 거듭나야
2015년 08월 05일 (수) 23:48:17 이수경 교수/일본도쿄가쿠게이 대학 sctoday@naver.com
   
▲필자 이수경 교수/도쿄가쿠게이 대학

올해 7월 한일 양국의 치열한 신경전 끝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야마구치 유산들의 허탈한 면면

큐슈에 출장을 갔다가 야마구치(山口)에 들렀다. 예전에 직장이 있었던 곳이라서 옛동료들과 제자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올 해 야마구치는 나가사키와 더불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들이 있어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해 야마구치를 간단히 소개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가장 최근의 일로 한국과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지난 7월 독일 본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메이지의 산업혁명(明治の産業革命)]이라는 이름으로 나가사키, 후쿠오카, 야마구치 등의 8개 현 23개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 중의 몇 개가 하기시에 있기에 근대 유신인물의 사적이나 하기도자기나 어촌 풍경 뿐이 아닌 세계유산으로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 야마구치는 부산서 부관페리로 값싸게 오갈 수 있는 가까운 이웃이다. (야마구치현민은 쌀 때는 10만원 이내로 왕복을 한다고 들었다)

셋째,나당 연합군으로 인해 백제 멸망 시, 수 많은 백제 귀족들이 배를 타고 건너와서 개척한 곳이기도 해, 야마구치시는 백제와 관련이 많은 곳이다.

넷째, 야마구치는 이토 히로부미나 일본 징병제 도입과 군대 정비를 하며 패망까지 군인들의 정신적 지침이 된 '군인칙유'(軍人勅諭)를 공포한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県有朋), 가츠라・태프트 밀약의 가츠라 다로(桂太郎)를 비롯, 키시 노부스케[岸信介]나 그 동생 사토 에이사쿠(佐藤作), 그들의 외손주인 아베 신죠 현 수상까지 포함해 근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수상 및 정치가들을 배출한 곳이다. 그렇기에 명성황후 살해사건 및 한일강제병합을 포함한 우리의 근대사와 깊은 관계가 있고, 한민족의 역사가 여러 형태로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다섯째, 그런 곳이기에 우베 쵸세이 탄광을 비롯하여 야마구치의 곳곳에는 한국에서 건너 온(돈을 벌러 온 노동자), 혹은 전쟁 말기에 강제징용 당해 착취당한 노동자들의 애환도 서린 곳이고, 그들의 후손들이 다양한 형태로 사는 곳이기도 하다.

여섯째. 올 해 NHK대하 드라마 [花燃ゆ~(꽃이 타오른다)]의 주인공은 이토 히로부미 등의 근대 정치가의 스승이자 일본 수상들도 개혁가로 존경을 하는 요시다 쇼인의 여동생 [후미(文)]기에 야마구치는 일본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 7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아베수상을 포함한 수 많은 일본인들의 존경을 받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등을 가르쳤던 쇼카손쥬쿠(松下村塾). 실내에 걸려 있는 사진은 이 곳에서 교육을 받고 출세한 영웅들.

이런 이유로 수업자료도 모을 겸 오랜만에 야마구치를 찾았다. 근대 메이지 유신의 궐기장소인 야마구치 시내 마츠다야(松田屋)라는 온천여관 근처에서 지금은 야마구치의 대학 총장이 되신 선배와 아시아 세미나 하우스의 권오정 이사장님과 신문사 기자로 있을 때 필자와 우베 쵸세이탄광(후술)을 조사했던 제자와 함께 식사를 한 뒤,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기시(萩市)를 향했다.

하기시,일본을 뒤흔든 메이지 유신 인물을 대거 배출한 풍수지리적으로 대단한 곳

마치 천혜의 요새처럼 깊은 산들로 첩첩이 쌓여진 꼬불길을 한참 달리다보면 어촌의 하기시가 나오는데, 매번 느끼지만 하기시는 산과 바다와 성과 마을이 오밀조밀하게 어우러져 아낙의 치마폭 속에 가려져있는 미니어처 마을같은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 이 작은 마을에서 일본을 뒤흔든 메이지 유신의 인물들이 났으니, 풍수지리설은 모르지만 산세 수세가 대단한 지역임은 틀림없다.

우선 근대사의 현지 조사로 익숙해져 있는 길을 따라 지금도 아베수상을 포함한 수 많은 일본인들의 존경을 받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등을 가르쳤던 쇼카손쥬쿠(松下村塾)에 들렀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화제거리로 대단히 번잡할 줄 알았는데 금방 주차할 수 있었다. 관광단체나 몇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으나 한적한 편이었고, 역사 설명을 하는 가이드에 심취하여 근대사를 즐기고 있는 듯한 관광객들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페리제독이 1853년에 구로부네(黒船)를 이끌고 일본에 왔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고 해외 유학을 결심한 요시다 쇼인이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유폐되면서 1857년부터 계승한 쇼카손쥬쿠라는 사설 학원 주변에 세워진 각종 요시다 관련의 신사, 기념비 등을 전부 보기엔 그다지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참고로 하기시에선 하기의 다섯 개의 세계유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막부 말기부터 겨우 반세기 사이에 제철, 철강, 조선, 석탄 산업에 있어서 급속한 산업화를 달성하고 비서구 지역에서는 최초의 산업국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했습니다.  이것은 세계사적으로 극히 의의있는 특필해야할 드문 일로서 이 역사적 과정을 시간 축에 따라서 나타내고 있는 것이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입니다.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은 헤이세이27년(2015년) 7월에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이 유산군은 큐슈・야마구치를 중심으로 8현11시에 23의 자산이 있습니다.하기 지역은 시대 순으로 첫번 째 지역으로 하기반사로(萩反射炉), 에비스가하나조선소자리(恵美須ヶ鼻造船所跡), 오오이타야마 다타라제철유적(大板山たたら製鉄遺跡), 쇼카손쥬쿠(松下村塾), 하기죠카마치(萩城下町)의 다섯 개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하기시 공식웹사이트, 2015년8월4일 열람)

   
▲올해 7월 지정된 세계유산인 하기반사로(萩反射炉, 금속용해로)

씁쓰레한, 지자체 살리기 소재가 된 휑한 세계유산

하기는 조선의 도공이 펼친 하기야키 도자기로 유명하고 한국의 도예가들과도 교류가 많은 곳이라지만 하기의 메이지유신 공적들은 넘쳐나도 근대 산업혁명의 보이지 않는 역군으로 일을 했던 한국의 노동자들 얘기는 없었다. 처음부터 일본의 우수성만 보이니 국제사회란 힘의 논리만이 통용된다는 전근대적 발상만이 자국 국민성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듯 하여 씁쓰레하기도 했다. 하긴 그런 것을 기재할 용단조차 없는 사례가 어디 한두 개 인가.

그런 마음으로 근처의 가사야마(笠山)로 향했다. 자그마한 산이지만 하기의 바다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여수 오동도나 해운대 동백섬처럼 동백꽃 자생군으로 알려진 곳이기에 잠시 들려본 뒤, 세계유산의 홍보 안내판이 곳곳에 걸려져 있는 근처의 세계유산의 하나인 에비스가하나 조선소자리(恵美須ヶ鼻造船所跡)를 찾았다. 이정표대로 갔으나 백대 넘게 들어갈 듯싶은 넓게 마련된 주차장엔 겨우 두 대의 차뿐이었고, 주차안내원 도우미에게 물으니 해안을 따라서 끝자락에 가면 나온다고 하기에 찾아 갔다.

중간에 동네 사람에게 세계유산 어디냐고 하니, 바로 [아-무것도 없는데?]라고 한다.  별관심이 없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세계유산 현장에 갔더니 [허걱!!!] 이란 멘붕?이 올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집터가 하나 나온다. 그것도 땅 위에 기둥구멍이 몇 군데 있는 흔적 외엔 아무런 시설도 안보이는 공간에 못 들어가게  줄이 쳐 져 있었다.

   
▲올해 7월 지정된 세계유산의 하나인 에비스가하나 조선소자리(恵美須ヶ鼻造船所跡). 기둥 구멍 흔적만 몇 개만 꽂혀있고 황량한 공터인 이 곳이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홍보물을 배포하는 도우미 한테 물었더니 거기가 맞다고 한다. 볼 것도 없고, 예전에 세웠다는 자그마한 등대와 둑이 있기에 거기 올랐더니 한 두명의 관광객만 보인다. 나를 포함해서 전체 방문객이 3명???  대하드라마의 주무대인 하기시, 세계유산, 근대사의 사적지, 학생들이 방학을 한 7월 토요일 오후... 단 3사람의 방문객을 기다리는 세계유산.

볼 것도 없고, 구석진 어촌 방파제에 있어본들 싶어서 금방 나오다가 주변 동네 아주머니께 여기 세계유산이 어떻게 된거죠? 했더니 [옛날 흔적이 나왔다고 떠들더니 그 위에 살던 사람들 내 보내고 집을 없앤 뒤에 저렇게 공터로 남겨놓았네.] 라며 관심 없다는 투로 한 마디 뱉는다. 이런 흔적이 근대 산업혁명군이라고 무리하게 세계유산화 시켜서 지자체 살리기, 선거지인 야마구치 살리기를 도운 현정권이 왠지 참 초라하게 느껴졌다. 물론 하기시를 돌아보는 한, 매우 쇠퇴해가는 시골 어촌에 불과했고, 사람들로 북적거릴 산지특산품 판매장엔 토요일 오후라 해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중간에 들렀던 다른 세계유산인 하기반사로(萩反射炉, 금속용해로)나 하기성, 메이지유신 3걸중의 한 명인 기도 다카요시나 기헤이타이의 군대적 체제를 갖추게 한 다카스기 신사쿠 등의 무사들이 살았다는 마을을 오랜만에 걸어보았지만 예전의 분위기와는 달리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들이 살던 집 옆에 어릴적 다카스기 신사쿠나 이토 히로부미가 공부를 했다는 엔세이지 절(円政寺)앞에 있자니 젊은 커플이 와서는 유명한 사람이 나온 곳이라며 보고는 그냥 지나간다. 그 곳에서 기모노를 입고 당시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사진을 찍는 남자3명이 있기에 나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서 찍었는데, 그 유명지의 마을 긴 골목에서 만난 건 그 다섯 명 뿐이었다.

   
▲ 메이지유신 3걸중의 한 명인 기도 다카요시나 기헤이타이의 군대적 체제를 갖추게 한 다카스기 신사쿠 등의 무사들이 살았다는 마을. 인적이 드문 이 곳에서 기모노를 입고 당시 분위기를 연출하며 사진 찍는 남자들.

유네스코 최대 지원국 일본. 세계유산, 힘과 돈의 논리로 전락하는가?

물론 그런 날을 택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도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여기는 번성할 수 없을테니 어떻게든 관광자원 확보와 관광홍보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또한 세계각지에서 세계유산을 봐왔던 나로서는 그날 본 유산이 몽상미셸, 옐로스톤, 그랜드캐년, 마츄피츄, 피라밋, 예루살렘, 로마역사지구와 같은 세계유산과 비교할 때 과연 납득할 수 있는 곳일까? 아니, 일본의 다른 세계유산과 비교를 해도 같은 말이다.

즉, 히로시마의 이츠쿠시마진쟈(厳島神社), 히라이즈미(平泉),고도 나라(奈良)의 문화재, 시레토코(知床)반도,호류지(法隆寺)불교건조물, 히메지성(姫路城)과 같은 세계유산과 동격 취급할 수 있을까? 근대산업혁명의 흔적치고는 참으로 초라한 흔적 밖에 없는데, 그것을 남기기보다 되려 지금부터 화려하게 장식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유네스코가 정하는 세계유산의 의미가 결국 힘의 논리, 돈의 논리로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나라가 관광자원 확보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을 돕는 기구로 전락하게 되는것은 아닌지를 생각했다.

작년 가을에 가고시마, 나가사키 등의 큐슈지역을 돌아보며 하시마섬(端島,별칭 軍艦島)도, 근처의 조선소도 어떻게 재활용하려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일본의 궁여지책으로 세계유산화 시켰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게다가 유네스코 지원 분담금이 10.8%로 최대지원국인 일본. 유네스코에 가장 일본인 직원이 많다는 점에서 세계유산을 지정할 경우, 일본에 유리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공평하다는 말은 상황상 성립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현지 사람도 관심없는 공터까지 세계유산화로 성공시켰고, 되려 일본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게 하는게 왠지 아베 정권이 모순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 처리하는 정치판처럼 보여서 더욱 씁쓰레 했다.(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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