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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의 일본속보]일본 지자체 살리기에 이용되는 세계유산 야마구치②
일본, 아베 안보법안 등 양심불량 정론되는 구조 용서하지 않는 사회로 거듭나야
2015년 08월 05일 (수) 23:58:03 이수경 교수/도쿄가쿠게이대학 sctoday@naver.com

우베 쵸세이탄광 논문 발표 후의 발걸음, 공터에 지정된 유네스코 세계유산-힘과 돈의 논리

석양을 등지며 야마구치에서 숙박한 뒤, 다음 날은 우베의 바다로 갔다. 야마구치 우베(宇部)하면 모르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글로컬(글로벌 시대의 로컬 문화 발신) 문화의 성공적 사례라 볼 수 있는 지방기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유니클로 본사가 있는 곳이다.

그 우베의 바닷가 일대에 해저 탄광이 있었고, 그 속에는 조선인 노동자들을 포함한 183명이 해저에서 석탄을 캐다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갱도 안에 매몰된 채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설움의 쵸세이탄광이 있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 당한 쵸세이탄광 갱도 입구. 해저갱도가 무너지면서 183명의 매몰자 중 137 명이 조선인 노동자들이었다.

2010년에 제자와 함께 쵸세이탄광 조사를 논문(宇部の長生炭鉱と戦時中の朝鮮人労働者)으로 적었던 적이 있어서 들렀더니 일본을 위하다 숨진 자를 위로하는 의미를 담은 순난비는 퇴색되어가고 있었고, 2013년에 시민들의 양심적 운동에 의해 희생자 추모비 및 추모광장이 설립되어 있었다.

일본은 전시 국책으로 검은 다이아몬드라고 칭하는 탄광산업에 힘을 쏟았는데, 1912년-1967년까지의 우베에 있던 탄전 90% 이상이 해저탄광이었다. 게다가 한국과도 가까워서 영세 탄광업자들은 열악한 환경으로 광부들이 안 모이니 당시 한국에서 모집, 값싸게 착취 노동을 시키다가 1942년2월3일에 쵸세이탄광이 무너지게 되자 그런 사고처리를 위해 신속한 헌병투입으로 폐쇄를 시키게 된다.

   
▲쵸세이탄광 해저갱도 매몰로 희생된 자들의 넋이 떠다니는 듯한 바다 위 공기통((채굴석탄 운반 통로)인 피어. 바다 가운데 하나와 해안가에 하나, 두 개의 피어가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웅변하고 있다. 희생자들은 아직도 저 아래 바닷속 깊은 갱도에 파묻혀 있는 슬픈 현실 속에서 그들의 '살려달라'는 외침이 지금까지도 들려오는 듯 하다.

쵸세이탄광주 장녀는 부친의 경솔함과 안이함으로 희생된 자들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매몰된 희생자 183명 중 137명이 조선인 노동자였는데 당시 필자가 인터뷰를 했던 이노우에 마사토(탄광 감독)씨나 추모비건립의 중심이 되었던 야마구치 다케노부씨 등 많은 분들이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그 당시의 노무주임이나 사무원이 사용하던 옛날 집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어서 주거중인 몇 사람과 말을 해 보았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그 집 옆에 갱구가 있던 집 터에서 풀을 뽑고 있던 잔잔한 분위기의 깔끔한 이미지의 연로한 여성이었다.

말을 걸어보니 나이는 80세로, 당시의 이노우에 감독과 친해서 그 댁에 들러서 조선인 탄광부와 야구를 했던 사진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댁과 가까운(3분 거리)곳에 추모 광장이 생겼는데 가보셨냐]고 물으니 그녀는 신문으로 보기만 했지 안 갔다며 인상이 굳어진다. 예전에 논문 자료 수집 때 못 만났던 분이라 여러 말을 꺼냈으나 말을 조심스레 아끼기에 혹시나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바로 쵸세이탄광주의 장녀 라이손 다케코(頼尊 武子)씨였다.

   
▲지난 2013년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의 운동에 의해 조성된 쵸세이탄광 희생자 추모비 및 추모광장.

그렇지만 다시 가서 말을 건다고 해서 일생을 굳게 닫고 살아온 그녀가 중요한 얘기를 해 줄 가능성도 적거니와 팔순의 그녀가 그 현장에 살면서 나름의 합리화 혹은 자성의 세월을 보냈을 걸 생각하니 책망이나 책임을 묻는 당돌함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서 발길을 돌렸다.

그녀가 기회닿을 때 마다 희생자를 위해 근처의 절간에 기도하러 왔었다는 얘기는 이미 듣고 있던 터다. 감상적인 기분 보다는 전쟁과 국가범죄라는 구조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부모의 경솔함 혹은 안이함으로 인한 사건 사고의 대물림을 받는 자식들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의 비명, 돌아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가난과 참혹한 생활과 싸우며 고독 속에 살아야 했던 희생자 가족의 울음이 뇌리를 교차하였다.

복잡한 심경으로 옛날 순난비 쪽으로 갔다가 그 곳의 안주인 다카무라씨(80세)와 얘기를 했더니 요즘은 새 추모광장이 생기고 부터는 사람들 발걸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어릴 때 라이손 다케코씨와 같은 나이라서 자주 놀았다는 얘기, 한국의 교수가 간혹 왔었는데 이제는 안 온다는 얘기 등을 했다.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쵸세이탄광 사무실과 숙소로 썼던 건물.

간 김에 쵸세이탄광 감독으로 순난비를 세웠던 한 사람으로 예전에 필자가 인터뷰를 했던 이노우에 감독 댁을 찾았다. 녹차를 판매하던 그 댁에는 돌아가신 이노우에씨를 찾기 보다, 혹시 사진이 남아있는지 물어볼 생각도 있었다. 도로 옆의 이노우에씨 댁은 기억의 그대로였고, 나를 기억하는 그 집 며느리가 잘 계셨냐고 묻는다. 그리고 시아버지는 91세가 되던 3년전에 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당시를 기억하는 그 분이 떠나면서 사진같은 걸 남긴건 없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는 말 뿐.

하긴 그 며느리가 어떻게 사진의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까?

분명한건 라이손씨와 이노우에씨는 탄광 폐쇄 뒤에도 친분을 맺고 있었고, 라이손씨는 쵸세이탄광 외엔 비교적 솔직하게 얘기해준 편이었다. 가까운 거리에 신뢰관계가 생긴다면 그녀가 가슴 속에 담은 얘기를 해 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결국 시간에 쫓겨 도쿄행 비행기를 타야했다.

'죽으러 가는 것이 애국',전쟁을 만드는 자와 그들을 위해 죽음을 강요받는 자

머리 속엔  전시체재하의 탄광산업도, 건설업도, 군수물자 관련자도 민간이 맡게 되었으나 결국 군대의 지배하에 있었고, 그 들의 방파제로 존재한 것은 국가였다. 전쟁이란 국가범죄 속에서 영세업자들이 군부와 결탁하여 사업을 하던 시대였기에 일본어도 모르고 지리적 감각도 없었던 강제노동자나 일본군 위안부 들이 쉽게 전쟁터나 노동현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국가의 거국일체 전쟁과 더불어 역사은폐가 전쟁에 졌을 때 자료 태우기, 자료 없애기의 형태로 나타났고, 주요 잔인사에 관련되었던 사람들은 국가를 위한 침묵과 기억 지우기로 자신들의 범죄를 합리화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역사의 풍화를 느낀 아베 정권은 역사를 모르는 혹은 역사를 마치 영화 꾸미듯이 미화시키려는 사람들과 더불어 전쟁 파견 및 자위대 군대화로 교전권 확보를 노리고, 군산복합체로 첨단무기 제조 판매 등을 의도하는 안보법안 성립에 혈안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전쟁터로 보내기 위해 애를 낳은 것이 아니라는 젊은 엄마들의 반대, 전쟁터서 묻힌 붉은 피를 백의에 묻히기 싫다며 반대하는 의사들, 1만 명을 훨씬 넘은 학자들의 반대, 고등학생들의 전쟁 반대 등으로 점차 법안 반대 의식이 사회적으로 번져가자 여당 자민당내에서 자신들의 내부 모순을 폭로하는 행위까지 일어나고 있다.

아베정권의 모순, 법안 위헌 VS 법안 반대 젊은이들 '총알받이' 피하는 것 극도 이기주의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도쿄가쿠게이대학에서 아베의 안보법안 반대 긴급 집회 장면.

예를 들면 이소자키 요스케(礒崎 陽輔) 수상보좌관은 [법적 안정성은 필요없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정부의 헌법 해석은 필요에 응하여 바뀐다]란 발언으로 현 안보법안을 많은 법학자들이 위헌이라 한 것을 받아들이는 형태의 발설을 한 것이다. 일본은 법치국가를 표방하고 있고, 법치국가란 헌법의 지배하에 모든 사람들이 법을 지켜나간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그런 법치국가, 민주국가를 내세우던 일본 사회는 이미 아베정권이 헌법 위반을 강압적으로 실행한 꼴이 되었으니 결국 법치국가의 룰을 부순 셈이 되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자민당의 무코 다카야(武藤 貴也)의원은 안보법안 반대의 학생들 그룹인 SEALDs에 대해서, 그들의 주장은 전쟁에 가기 싫다고 하는 것으로 자기중심이고, 극단의 이기적 생각에 기인한 것이라고 트위트에서 지적하였다. 자민당 의원 스스로가 결국 일반 시민들이 전쟁터에서 총알받이가 된다는 말을 폭로한 셈이다. 즉, 나라를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전쟁을 조장한 일부 호전주의 지배자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애국이란 미명으로 전쟁파견대를 늘려가려고 하는 것이다.

전후 그토록 반성을 하면서 전쟁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맹세로 국제사회에 복귀하여 평화론을 외쳐왔던 일본을 한꺼번에 전쟁국가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과거 전쟁 청산조차 제대로 못 해 놓고 그 후유증이 산재한 가운데 또 다시 야욕적인 전쟁 구도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유산 꾸미는 자들의 한편에 조선탄광근로자들 비명소리 오버랩 돼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는 요란스럽게 세계유산을 꾸미는 작업에 여념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고, 우베 바닷가 위에 남겨진 해저탄광의 공기구멍이자 채굴된 탄광을 위로 옮기던 피아(Pier)라는 연기통 두 개 속에서 [아이고!! 살려주소!!]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참으로 마음이 불편하였다. 일본의 역사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걸까?

그나마 필자의 직장인 도쿄가쿠게이대학 동료들 110명이 많은 재학생들과 더불어 전쟁 가능성을 담은 안보법안 반대를 표명했고, 5천명을 넘는 고등학생들 조차 전쟁반대 시위로 국회를 에워싸고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아베정권의 모순이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파병하려는 자위대 대원들이란 전후 국가가 군대를 가지지 않고 교전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헌법을 담보로 입대한 자국보호입장의 공무원들이자 가족을 거느리고 가정의 평화를 지켜야 할 가장들이고, 소중한 생명들이다. 파병하게 되면 자위대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말을 국회에서 인정하는 일본 각료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며, 말만으로 탁상공론하는 일본 국회의원들과 전쟁 찬성자들이 우선 최전선에서 1년 이상 '동맹국과 협력하는 평화사회구축론'을 실천해 보여야 한다. 이후 심신이 건강한 상태로 귀국해 신중히 논하는 것이 혈세로 살고 있는 고급 공무원들의 국가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일 것이다.

첨단 무기로 무장했던 자위대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파병에서 귀국한 뒤에 54명이나 자살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그들의 죽음이 아직도 자신들의 일과 무관하게 생각하는 정치가들이야 말로 가장 안전한 곳에서 죽음의 계획을 짤 것이 아니라 우선 전장터로 나가보면 어떨까? 그래도 '죽으러 가는 것이 애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들에게 양심이 남아있다면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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