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새로운 리더십의 지휘자가 필요하다
광복 70주년 새로운 리더십의 지휘자가 필요하다
  • 탁계석(예술비평가회장)
  • 승인 2015.08.14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대한 음악가는 조국과 함께 한 음악사를 배우자

나라가 혼돈스럽다.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도 불안하고 더 어려운 것은 국민 정서다. 갈등이 많은 시대에 가치의 혼돈은 국민행복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 음악은 이 많은 것들을 순간순간 해소해주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대중음악은 흥으로, 클래식은 깊이 마음을 끌어안고 영혼을 위무해준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 전쟁을 겪고 비엔나가 패전했을 때 가족과 이웃을 잃은 전쟁의 참상에 나라 구분이 있겠는가.

요한 시트라우스가 ‘왈츠’를 만들어 국민들을 춤추게 했다. 이번엔 오스트리아의 압제하에 있던 이태리 국민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국심이 필요했다. 그 유명한 베르디는 오페라를 통해 나라 잃은 이태리 국민들에게 언젠가 조국을 찾을 것이란 간절한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했다.

그의 수많은 오페라 작품들이 탄생했고 특히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은 제 2의 국가처럼 불려졌다. 러시아 지배하에 있던 핀란드 역시 국민작곡가 시벨리우스를 통해 국민의 사기를 중천시켰다. 암울하게 시작하는 ‘핀란디아’는 이후 세계 여러 나라의 ‘독립’과 ‘자유’의 상징 음악이 됐다.

쇼팽은 한 줌의 흙을 싸들고 조국을 떠났고, 피아니스트 호로비츠가 소련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 갔을 때 초소의 경비병은 조국을 잊지 말라며 철조망을 열어 주었다. 그가 60년 만에 공산치하를 벗어난 조국 러시아에 와서 리사이틀을 할 때 창밖에서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때마침 러시아의 한 나라는 또 다른 나라를 폭격하고 있었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연주되는 장면에서 백발의 노신사 뺨에 흐르는 눈물을 카메라가 포착했다. 주빈메타는 이스라엘이 어려움에 처하자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예술에 국경이 없지만 예술가에게 조국은 있다. 그 조국은 작품을 통해 승화하고 표현된다. 지휘자의 레퍼토리 선택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고유권한이다. 지휘자의 철학과 정신이 작품에 베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과 혼을 움직이는 지휘자 물색해야 할 때

정명훈 지휘자는 분명히 탁월한 재능의 세계적인 지휘자다. 그러나 우리가 아껴야 할 훌륭한 지휘자는 못된다. ‘기술’은 있지만 ‘국적’이 없다. 필자는 그가 연주한 한국음악을 듣지 못했다.

지휘자는 지도자여야 한다. 국민정신을 일깨워주고, 음악의 힘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가 침범할 수 없는 위대한 힘으로 국민의 가슴을 흔들 수 있어야 한다.

온 나라가 광복 70주년으로 태극기 합창이다. 임진각에서, 구민회관에서, 세계와 인터넷으로 연결한 통일음악회, 10개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동포합창이 예술의전당에서, 내일의 꿈나무들을 위한 콩쿠르 음악회, KBS방송은 합창으로 코리아 만세! 를 외친다.

8월 15일 저녁, 서울시향이 용산공원 풀밭음악회를 마련했다. 아무런 준비가 없어 보이는 초라하고 무성의한 광복음악회다. 정지휘자가 선택한 메인 프로그램은 베토벤 ‘운명’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그에게 조국은? 그는 누구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평소의 음악회라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이 날은 특별한 날이지 않는가. 선현들이 피로,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날이고 그 감격을 노래해야만 하지 않겠가.

프로그램 귀퉁이에 어느 소프라노가 ‘보리밭’을 부르고 해금연주가가 한국 작품을 한 곡 하지만...궁색한 변명이다. 과연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 격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어울리는가. 안팎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지휘자의 퇴락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정패밀리로부터 해방되어야 한국음악 비전있어

광복 70주년, 개인적 소견이지만 제발 이제는 정페밀리로부터 음악계가 해방되었으면 한다. 진정한 한국의 혼을 움직이는 지휘자 물색에 나서야 한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만든다는 거창한 구호보다 국민들 마음부터 위로하고 감싸는 조국 혼이 살아 있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그래서 필요하다.

내용이야 무엇을 하던, 신나는 음악만 하면 박수치고 엉덩이 흔드는 수준의 관객으론 안된다. 카리스마가 있는 지휘자의 행동이 무소불위가 되는 개탄스러운 현실을 두고서 예술의 자유, 문화융성을 외치면 안된다.

광복 70주년! 그저 태극기 몇 번 흔들고 만세삼창 하고 끝나는 날이 아니어야 한다. 지나온 길을 반성하고 개혁하여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각자 위치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에게 훌륭한 인품과 정신, 진정한 나라를 생각하는 지휘자가 필요한 때다.

탁계석 Gye Seok Tak 프로필
음악평론가/ 대본가

-한국음악협회부회장 역임
-경기도 문화예술 심의위원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자문위원 역임
-한국음악상. 최우수 비평가가상 수상
-문화부 국공립예술단체 평가위원 역임
 K-클래식 K-오페라조직위원장

<작품>
- 오페라 소나기(최천희). 도깨비 동물원(김은혜), 메밀꽃 필 무렵(우종억)
-관현악 합창 Viva Arirang(이철우)
-칸타타 Han River (임준희) Song of Arirang (임준희)
-Asia Fantasy(우효원 작곡中) 3인극 ‘피아노 소풍’(이정연)
-가곡집 Korean Food Song 외 가곡 50 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