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북인 오성철 작가] "제 고향은 평안남도 남포시 입니다"
[인터뷰- 탈북인 오성철 작가] "제 고향은 평안남도 남포시 입니다"
  • 김보림 기자
  • 승인 2015.08.15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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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 8월 27일,삼청동 정수화랑 '입남인(入南人)... 작품전' 독특한 전시제목 눈길
▲오성철 작가

광복70주년을 맞는 올해 광복절, 다음날인 16일부터  “제 고향은 평안남도 남포시 입니다. 입남인(入南人)_오성철 작품전”이라는 독특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에서 그림을 그리는 탈북화가가 여럿 있지만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북한의 실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30년 이상을 북한체제에서 살아온 정신이 어느 날 갑자기 변할 수는 없다. 몸에 물들어 있는 북한의 정신과 자유로운 정신의 대한민국. 그리고 돈이라는 경제체제에서 오는 오성철 만의 심도 깊은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오는 27일까지 삼청동 정수화랑에서 진행되는 이번전시에는 그의 고민과 의지가 담긴 크고 작은 작품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 이력으로 눈에 띄는 탈북자라는 점에 주목해 전시를 앞 둔 오성철 작가를 만났다.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그에게 작가는 어떤 의미이며, ’탈북작가‘라는 타이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탈북인들 중에 방송활동을 하거나 연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림 그리는 작가는 흔치 않은데요. 오 작가에게 탈북자는 어떤 의미인가요?
솔직히 탈북자라는 말이 무척 싫기는 합니다. 저 혼자 생각입니다만 “자(者)”라고 하는 것은 불량자, 나쁜 놈, 죽일 놈과 같이 좋지 않은 말에 쓰인다는 느낌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도 여기서 쓰기 때문에 적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입남인(入南人)이라는 말을 마음속에 되뇌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면 여기에 있지도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분들에게는 탈북자가 되지만 저는 남쪽으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저 혼자서는 입남(入南)이 되는 것입니다.

▲바램  53.0x45.5  oil on canvas  2015   ▲실체와 허구 116.8x91.0 oil on canvas  2015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세상에 누가 자기 고향과 자기 가 아는 사람들, 가족들을 떠나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냥 한번 사는 인생인데 제 생각대로, 생각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군 선동선전부 직관원으로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북에서 직관원으로 있다가 탈북해 그림 그리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당 중앙에서 선전선동을 위한 포스터나 글씨가 내려옵니다. 그것을 각 지에 있는 직관원들이 꼭 같이 보고 베껴서 부착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념이나 사상이 담긴 글이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일입니다. 1994~2003까지 조선인민경비대 선동 선전부 직관원으로 있었으니 보고 베끼거나 따라 그리는 것은 너무나 숙달돼 있다 말입니다.

▲자리 45.5x53.0 2점 oil on canvas 2014

그러다가 군 제대 후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면서 철학을 접하게 됐습니다. 이것이 문제였지요. 생각이 자꾸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죠. 남쪽에 와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남쪽에 왔다는 말이 더 맞는 말 같습니다.

작품의 소재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솔직히 대한민국에 살면서 저는 여전히 이방인입니다. 북에서는 정신이 이방인 이었고, 여기서는 몸이 이방인입니다. 어찌보면 생각도 이방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념의 대립이나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더 깊이 접근해 인간의 삶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는 과정에 “먹고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한 탐구를 해왔습니다.

▲show 162_2x130_3

북에서 탈출하는 것 또한 배고픔이 크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이념과 권력에 대한 긍극적 목표는 먹고사는 질적 차이를 위한 것이고 그 차이를 위한 세상의 허구적 모순들이 만든 아픔을 실지 체험 한 것이기에 이 모든 것이 먹고 살아가는 일의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고발이나 실상을 밝히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인간이 주어진 환경을 극복해 나가는 정신의 지점을 표현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이곳에 왔지만 “탈북자”라 불리는 현실이 가끔 곤혹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내 운명으로서 북한의 생각과 대한민국의 생각을 여과 없이 그림에 그려내고자 합니다. 그것이 새로운 인간의 의미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꽃제비의 아버지 97.0x130.3  판넬에 혼합재료

남한이라는 달라진 환경에서 살아오면서 고민도 많았을텐데, 최근의 고민은 무엇일까요?
항상 고민이 많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안타까운 때가 과연 언제인가? 안타까웠던 과거의 기억을 중심으로 현재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의 너무나 큰 허상의 그림자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실제인가 허상인가? 그 가치의 실제크기는 얼마인가? 이방인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북한의 정신인가 대한민국의 생각인가? 이러한 생각을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북한에 있을 때 주체사상이라는 허상에 몸이 묶었다면 지금은 돈이라는 허상에 정신이 묶여있습니다. 이 대립이 아닌 대립의 관계에서 제 자신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현재의 고민입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먹먹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북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대한민국에서 느꼈던 것들을 그림을 옮겨낸 것이 대다수입니다. 숟가락이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먹이를 먹는 도구라기보다는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 이해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삽을 들고 세상을 건설하듯이 생각을 들고 세상을 건설하는 그림들도 있습니다. 배고픔이나 먹을거리가 주요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먹을 것을 가지고 정신이나 육체가 지배당하고 움직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바라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 성 철

-1994~2003 조선인민경비대 선동 선전부 직관원
-2003~2006  온천제염단과대학 공학과
-2006~2007  온천군 보위부 후방과(외화벌이)
-2007~2012  중국 심양 거주
-2012~ 현재  한남대학 조형 예술대학 회화과
-2015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상
-2015 P.S. I love you 프로젝트 참가 (선재아트센터)
-2015년 8월 개인전(정수화랑)
-2015년 9월 광주아트페어(광주 김대중컨벤션 센터, 정수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