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김은진 개인전, <남은 시간(Remaining Time)>
[금호미술관] 김은진 개인전, <남은 시간(Remaining Time)>
  • 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8.17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년만의 신작전... 8월 27일(목)부터 9월 6일(일)까지

금호미술관은 오는 27일(목)부터 9월 6일(일)까지 김은진 작가의 4년 만의 신작을 전시한다.

▲ '냉장고'(2012) 일부

작가 김은진은 욕망과 두려움, 무의식의 세계를 동양 종교 풍의 아찔한 색채로 밀도 있게 표현하며 독특한 회화 세계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어머니와의 갑작스러운 사별을 계기로 40대의 작가가 겪은 노화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의 경험이자,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 물음을 담은 작업이다. 

특히 16개월의 긴 제작과정을 지닌 ‘냉장고’라는 대작(145 x 560cm)을 주목할만 하다. 연극 무대 같은 화면에 살육하고, 뒹굴고, 배설하고, 전쟁하고, 잔치를 벌이는 절단된, 헐벗은, 폭력적인, 잔혹한 모습의 사람과 절단된 신체가 등장한다. 냉장고 속 뒤얽힌 음식물은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 양분이고, 이를 먹고 내 몸을 유지하겠다는 욕망의 창고이자, 역겨움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화면을 가득 채운 인간 군상의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에는 삶을 지탱하기 위한 징글징글한 노력에 대한 작가의 감탄 역시 읽을 수 있다.

또, 검은 비닐봉지는 작가의 작업에서 종종 눈에 띄는 상징적인 오브제이다. 검정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죽음’을 정면으로 맞닥뜨린 최초의 트라우마다.

▲ '8:27am'(2013)

시골 할머니 댁으로 놀러 갔을 때 작가가 산속에서 목격한 것은 동네 아저씨들이 개를 잡는 장면이었다고. 멍석에 말아 죽을 때까지 때린 개를 통째로 불에 구우면 까만 재 덩이처럼 변한다. 그 모습이 딱딱한 검은 바위 같다는 느낌을 받은 찰나, 누군가 그 일부를 도려냈을 때 보인 선홍빛의 속살은 어린 작가의 뇌리에 두고두고 남았다. 그리고 이런 기억은 어머니의 죽음을 기화로 그림 속에 재생된다. 그림 곳곳에 등장하는 절단된 신체의 이미지를 비롯, 검은 물체 사이로 벌겋게 드러나는 선홍색 속살은 검은 죽음과 붉은 생명의 이중적 상징기호처럼 여러 작품에 나타난다. 문의 (02)720-5114, www.kimeunj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