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사라진 결혼식’ 연출한 한예종 DMZ평화예술제
‘신랑이 사라진 결혼식’ 연출한 한예종 DMZ평화예술제
  • 이우상 기자
  • 승인 2015.08.1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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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념, 'Across & Along- 평화를 향해, 함께 앞으로'

광복 70주년, 분단 70년, DMZ에서 ‘불행’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의 평화를 염원하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의 대한민국은 유난히 바쁘고 부산하다. 예술제, 축제, 학술행사, 체육행사 등이 정부나 여러 단체의 주관으로 곳곳에서 열리고 있으니, 이제는 광복을 넘어 통일을 염원할 때가 이르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70이라는 숫자가 갖는 매력 때문인지 모든 행사에 광복을 기념하고 통일을 향한 뜻 깊은 주제가 설정되고 있으며, 이 주제에 맞추어 공연을 하는 쪽이나 주제를 음미하며 구경을 하는 쪽이나 마냥 즐겁기는 매 한가지로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한예종이 '아시아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의 한 장면.(사진제공=한예종)

금년은 또한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 본지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중 민통선지역 내 유일한 행사인 'DMZ 평화예술제'를 따라 취재에 나섰다.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김봉렬, 이하 한예종)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동서 최북단 휴전선 155마일을 가로지르는 '아시아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를 지난 9일(일)부터 14일(금)까지 주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광복70주년기념사업회 및 철원군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휴전선을 따라, 강화군, 고성군, 철원군 등 3개 지역에서 열렸으며 'Across & Along- 평화를 향해, 함께 앞으로'가 행사 주제였다.

▲한예종이 '아시아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의 한 장면.(사진제공=한예종)

DMZ 평화예술제를 이끄는 평화원정대는 베트남, 브루나이,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한국 등 아시아 신진 예술가들과 한예종의 젊은 예술가 100인으로 구성됐다.

첫 행사가 시작된 지난 9일 오전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전체 행사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봉렬 총장과 최준호 기획처장이 참석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봉렬 총장은 “10여 년 전부터 한예종에서 남북교류를 시도했고, 금년 초에는 북한측 파트너로 ‘김원균 평양음악대학’과 남북 합동오케스트라를 구성해 DMZ 공연을 추진해 왔다” 며 그간의 경과를 말하고 “현재는 북한 측의 비협조로 행사가 불발됐다” 며 아쉬워 했다.

▲한예종이 '아시아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의 한 장면.(사진제공=한예종)

그래서 예술제 첫 행사인 <새로운 출발-혼례굿>에서 남북분단을 암시하는 ‘신랑이 사라진 결혼식’을 코믹하게 묘사한 전통 혼례연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남북 합동오케스트라 구성 등 학생 및 신진예술가 차원의 남북교류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계속해 북한에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김총장은 따라서 “광복 70주년의 큰 의미를 ‘평화’로 설정해 휴전선 155마일을 따라가며 민통선 3개 지역에서 펼쳐지는 이번 예술제를 <DMZ 평화예술제>로 명명했다”며 “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며 아시아 최고의 문화예술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은 한예종의 재학생 및 졸업생들과 예술영재들, 그리고 교수진들이 협력해 무대를 꾸민다”고 덧붙였다.

이 예술제의 3회에 걸친 공연 연출은 한예종 전통연희과 김원민 교수가 맡았다.

▲한예종이 '아시아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의 한 장면.(사진제공=한예종)

<새로운 출발 혼례굿> 통해 신부를 버린 ‘신랑’, 북한 풍자하며 통일 염원

이날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단과 행사 관계자들은 한예종에서 마련한 학교버스를 타고 강화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통일전망대에 도착하니 잔디밭위에 임시로 마련한 공연장 주위로 벌써 관객이 빼곡히 둘러앉았고 국악 연주단도 한쪽 편에 자리 잡고 준비하고 있었다.  태양이 유난히 뜨거운 여름의 한낮이었다.

한예종 전통예술원 재학생 8명으로 구성된 기악 팀의 연주를 시작으로 공연의 열기는 서서히 올라갔다. 브루나이와 베트남 예술가 팀의 연주와 무용 및 노래가 있었고, 한국의 사물놀이 패들이 나와서 흥을 돋구었다.

이어서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전통혼례 굿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신부의 아비와 마름(신부의 몸종)이 혼례를 진행하며 벌이는 입담과 어눌한 동작들이 자연스럽고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해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한예종이 '아시아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의 한 장면.(사진제공=한예종)

신랑이 나타나지 않아 미얀마, 필리핀의 예술가 팀이 각각 전통기악과 무용으로 신랑을 기다렸고, 그 가운데 신부 아비와 마름의 재담과 코믹한 퍼포먼스가 공연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끝내 신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신부 아비는 관중들 중에 신랑을 뽑아 혼례를 꼭 성사시키라고 마름에게 지시한다. 마름이 신랑 후보로 늙은이도 데려오고, 아줌마도 데려오며 관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드는데, 이윽고 어떤 젊은 총각 한명이 억지로 끌려나와 우여곡절 끝에 혼례는 성사된다.

혼례식이 끝난 후 주례로 모신 마을어른 길눈이(김봉렬 총장)를 선두로 모든 출연자들이 풍물패의 연주에 따라 통일전망대를 한 바퀴 도는 길놀이로이 날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수준급의 브라스밴드 연주와 오진 북 무용은 관객과 하나가 되어 연출한 마당극을 한층 빛나게 했는데, 특히 소고를 두드리며 남녀 10명의 무용수들이 펼쳤던 오진 북 무용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신부 아비와 마름으로 분장한 두 객담가의 몸짓과 해학은 강화예술제를 이끌어 가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 날의 공연을 되돌아보며, 한예종 재학생 예술가들의 재능에 마음이 뿌듯해 왔다.이날 한가지 특이한 발견은 한예종이 만담가들도 육성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고, 이들이 앞으로 한국의 연예가를 격조 있는 해학의 무대로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한예종이 '아시아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의 한 장면.(사진제공=한예종)

<통일 염원 굿> 전쟁 아픔 딛고 통일과 세계평화 염원하는 ‘융합의 한마당 축제’

한예종과 아시아 신진예술가 100인의 DMZ 평화예술제는 12일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전쟁의 상흔을 돌아보며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갖고 전 출연진이 어울리는 판굿을 벌렸고, 마지막 행삿날인 14일에는 강원도 철원군 노동당사 앞에서 평화기원제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열린 평화기원제는 DMZ 평화예술제의 하이라이트로 철원군민과 관광객 등 1.500명의 관람객이 공연장을 꽉 채웠고 일부는 서서 관람했다. 이날 영재음악교육원의 김남윤 교수와 바이올린 70인조 오케스트라가 평화의 클래식을 연주했으며, 한예종 무용원 출신으로 이루어진 LDP무용단 15명이 산자와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한 창작무용 ‘비나리’를 공연했다.

전쟁의 아픔을 기조로 한 사회현상을 춤으로 표현한 현대무용 ‘노코멘트’가 무대에 올려졌고, 줄타기 퍼포먼스, 코믹 막간극 등이 한예종 학생들에 의해 시연됐다.

끝으로 예술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평화기원 판 굿이 ‘Across & Along’ 이라는 주제로 모든 출연진이 참가하는 한마당 살풀이로 펼쳐져, 이 예술제가 광복의 참 의미를 넘어 통일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화합과 융합의 한마당임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