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미술현장 크리틱 6
이은주의 미술현장 크리틱 6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5.08.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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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 활성화의 지속성에 관한 문제 <공공미술, 마을미술, 공동체 미술>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문화예술의 기본 덕목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수혜를 받고 삶에 원동력을 얻는 것이다. 서울과 특정 지역 중심으로 발전한 문화예술이 점차적으로 더 많은 지역주민을 위한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 문화예술정책의 중요한 과제인 듯 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을 누리기 위해서 정책과 기획부분에 어떠한 과제가 남아있을까. 최근 성행하고 있는 지역문화 활성화의 개념은 점진적인 발전과 확장을 꾀하고 있다. 공공미술을 시작으로 마을미술에 이어 지역공동체 논의까지 이어진다.

건축물 퍼센티지 법률로 인한 공공미술이 지역미술 활성화의 일환으로 지역의 공터, 구획이 정해진 조각공원, 산책로, 시민 휴식 공간 등으로 번졌다. 이때 공공미술은 전시형식과 달리하여 영구설치 되었다. 지역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미술작품을 지역민의 예술이 되어야 한다라는 테제아래 또 다른 정책변화를 이끌었다.

건축물 퍼센티지 법으로 실시된 공공미술 생산이 일방향적인 소통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주민과의 소통채널의 개선을 위해 공공미술의 개념을 보안하여 2009년에 등장한 개념이 마을미술 프로젝트이다. 마을미술은 기존의 공공미술보다 주민들의 참여율을 높혔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워크숍 혹은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통해 예술작업을 완성시켰다. 때론 기획자는 작가와 주민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작가는 주민과 일대일로 매칭되어 작업을 완성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이다.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6·25 피난민의 집단 거주지로 형성되어 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인식되는 곳이며, 그 당시 별다른 계획 없이 지어진 계단식 밀집주거 마을이다. 벽화를 비롯하여 특정 집 몇 채는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 되어있다.

골목골목을 탐험하듯이 볼 수 있는 독특한 마을 모양 때문에 이곳을 찾는 관객은 2009년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목표인 ‘지붕 없는 미술관’을 만든 중요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안양상자집-사라진(탑)에 대한 헌정, 볼프강 빈터, 베르트홀트 회르벨트, 독일, 제 1회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 설치작, 2005

이러한 만남은 전시확정과 동시에 하나의 전시행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 경우라 주민과의 소통시간이 짧다.

또한 문화마을의 시각적 효과는 성공을 거두어 많은 관객이 발길이 끊이진 않지만 실질적으로 원주민은 그 공간을 떠나게 되거나 실질적 문화수혜자로부터 멀어지는 현상도 비일비재이다.

남아 있는 거주자는 기본적인 삶의 여건도 관광객에 의해 방해 받을 수도 있다.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의 관점에서 볼 때 주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일지는 아직 미지수 이다.

이러한 대안을 통해 최근 급부상 하고 있는 개념은 바로 지역공동체 미술이다. 지역 공동체는 단발적인 전시행사와 이벤트가 아닌, 일상생활에 물리적으로 적극 개입되어 있는 형태에서 시작한다. 마을 전체를 미술공간이라는 인식보다는 여느 집의 형태를 띠고 주변 환경과 동등한 것과 같은 모양을 취한다. 즉 미술관이 누군가의 옆집, 앞집, 뒷집에 생기고 따로 모임을 기획하거나 주선할 필요 없이 일상을 스치며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공공미술, 마을미술, 공동체 미술> 개념인 것이다.

통상 지역에는 미술관보다는 공연, 미술, 연극 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다루는 지역문화회관이 활성화 되어 있다. 특히나 아직까지는 공연중심으로 행정이 움직인다. 지역마다 무리한 예산을 투자하여 미술관을 세우는 것보다는 이미 지어진 공간에 프로그램 컨텐츠 개발의 중요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작년에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진행한 ‘우수전시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각 지역마다 지역문화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러한 실행에 앞서 중요하게 점검해야 할 것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모색이다. 장기적이고 주체적인 관점을 둔 프로젝트의 활발한 움직임이 절실하다. 2005년 시작되어 10년을 훌쩍 넘긴 안양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초창기 공공미술 형식을 띠고 있다.

공공미술에서 안양 지역 마을미술로 자연스럽게 단계를 맞이했으며, 최근 2005년 첫 번째 안양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작업을 두고 지속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안양문화재단이 출범한지 5년이 되어 <오년예록(五年藝錄>백서도 발간했다. 장기적인 관점을 두고 앞으로 10년을 위한 기획이라고 한다.

특정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난 뒤 잘못된 정책을 휘몰아 그 문제를 눈 앞에 보일 때 마다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의 단계를 두고 발전시켜 나가는 청사진의 요구가 절실한 때 이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UP출판사 대표)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수상내역으로는 201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표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