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2015. 상반기 전시트렌드① 예술의 전당, ‘장르불문’ 전시의 향연
[전시리뷰]2015. 상반기 전시트렌드① 예술의 전당, ‘장르불문’ 전시의 향연
  •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임강사
  • 승인 2015.08.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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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이 전시로 활짝 폈다.

지난 5월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예술의 전당의 다양한 여름 전시들 이목을 집중시켰고- ‘볼만하다’는 관람 평에 연이어 진행되는 전시들까지 “간 김에 보겠다.”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미술관은 1층부터 3층까지 인지도 높은 작가들의 인기몰이가 한창이고,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만화와 건축 등 색다른 장르의 전시로 주목 받고 있다.

방학 특수를 노린 블록버스터급 대관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기획력을 갖춘 전시가 적절히 섞이면서 다양한 전시의 맛을 선사하는 올해 예술의 전당 전시실은 폭염 속에 바삐 돌아가고 있다.

▲‘허영만’ 전시 홍보 포스터

예술의 전당 입소문은 지난 4월 ‘한국의 문화콘텐츠’의 대가 허영만의 만화전시를 시작으로, 예술의 전당 전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진 것. 전시를 통해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에 만화 장르가 깊이 뿌리 내리게 된 계기와 함께 허영만 콘텐츠가 예술작품으로 소개되는 시선의 폭도 넓혔다.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데 있어 전시의 역할과 그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 전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다른 전시인 제나 할러웨이(Zena Hollloway)의 <더 판타지>展도 폭염 속에 지친 관람객이 여름나기에 제격이다. 물속 세계에서의 감각의 기억들을 몽환적인 사진으로 담아내는 수중 사진작가인 제나 할러웨이의 180점 사진작품은 스쿠버 다이버(Scuba Diver)출신답게 물속 세상에 감춰졌던 감각들을 자극하는 사진을 소개했다.

극도로 몽환적인 사진들은 차갑고 낯선 물속의 포근함과 깊게 들려오는 내 숨소리-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물속 세계의 탐험을 사진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움직임 하나하나 물에 지배를 받아 둔하고 느릿하지만, 그 흐름 속에 흔적을 남기며 물속 빛깔과 하나 되는 새로운 세상의 탐험은 감춰졌던 감각을 자극하며 신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비 인스파이어드’  (사진=제나할러웨이 공식 페이스북)

미술품 수집가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컬렉션에 선정돼 화제가 된 바 있는  무엇보다 사진의 시리즈 작업을 통하여 현상과 연출의 기술이 도드라지고 원초적인 물빛의 색감과 누드의 현실성은 물속의 감각을 극대화 한 판타지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술의 전당 전시의 인기몰이는 한가람미술관에서 빛을 본다. 1층부터 3층까지 ‘한 번에 보는 전시’가 가능한 삼파전이 한창이다. 미술관 1층에 선보이는 라틴미술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의 전시가 첫 번째이다. “뚱보는 그리지 않는다.”는 작가의 그림 속엔 오직 ‘양감’을 도구로 한다. 루벤스나 피카소, 라파엘로 등의 명화를 패러디하면서 자신만의 변형으로 표현해왔다. 13세기 이탈리아 미술의 현대판 90점의 유쾌한 회화를 볼 수 있다.

▲‘키아, 환상과 신화’ 전시 홍보 이미지

2층에는 이탈리아 신표현주의 예술운동에 앞장선 산드로 키아(Sandro Chia, 1946~)의 전시가 한 창이다. 키아는 형태를 재현하는 미술로의 복귀를 주장하며 전통 유화기법을 결합하고 신화를 연상시키는 영웅이나 거인 등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키아, 환상과 신화>展은 현존하는 그의 2000년 전후의 최근 작품 107점과 이 가운데 아시아 최초로 ‘키스(2009)’ 연작이 소개되었다. 단순하지만 거칠고 강렬한 붓놀림과 친숙한 듯 화려한 원색의 색채들이 도드라진다.

3층에 열린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의 국내 첫 회고전도 열렸다. 35년의 짧은 생의 400점이 채 안 되는 유작을 남긴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짙고 푸르고, 검붉은 색채와 긴 목에 어딘가 늘리거나 기울인 그의 우울하고 슬픈 초점 없는 눈빛의 초상화들로 자신의 예술과 삶을 표현했다.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展은 세계 각지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 등 40여 곳에서 빌려온 초기부터 말년까지의 유화, 스케치 7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앉아있는 갈색머리의 어린 소녀’과 육감적인 모딜리아니만의 선이 도드라지는 ‘머리를 푼 채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 등의 수작들이 전시되었다.

▲머리를 푼 채 누워 있는 여인의 누드 (도판 :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공교롭게도 이 삼파전은 스토리가 있다면 좋았겠지만 이 3건의 전시 가운데, 1건만이 기획전시로 이뤄진 것이고 나머지는 대관전시로 진행되었기에 그 연결코드를 찾기는 쉽지 않다. 나름 관람방식에서 그 재미를 찾아볼 수야 있겠지만 관람객 입장에서 욕심을 부리자면 삼파전의 스토리텔링이 아쉽다.

달라진 2015년 예술의 전당의 전시들을 소개하며 관람객 인원을 통계자료로 내세우지 않았다. 미술계가 분주히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으로 볼거리를 풍성하게 한 커다란 역할을 해주었기에 ‘성공’과 ‘실패’의 잣대를 댈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해외 명작만을 대형전시로 분류하던 기존의 한계를 벗어나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에게 쉽게 다가왔고, 그렇다하여 작품의 격이 떨어지거나 전시테크닉이 부족하지도 않으며, 그 기술 또한 지금의 트렌드를 반영하였기에 긍정적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2015년 하반기를 장식할 또 다른 미술전시를 기대하며 8월 한 달 간 필자의 전시리뷰는 트렌드에 집중해 대중과 소통하는 전시를 지속 보도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