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ulmn]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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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현(도예가, 심리상담사)
  • 승인 2015.08.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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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대한 물음
▲유승현 예술심리치료사 / 도예가

1.행복한 감성교육이란
2. 정서를 읽는 기술

3. 사교육에 대한 물음

최근 군대학원이 생기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대한민국의 사교육 열풍이 이정도인가 헛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학사장교가 되기 위한 간부 준비반과 IT특기병, 통역병 등 제대 후 취업으로 가능하며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원이 있다고 한다.

올 초 기술행정직을 선발할 때 188.7대1의 경쟁이었으며 최고 경쟁률은 작년(32사단 야전공병)으로 334대1이었다.(조선일보 7월24일자 참고)  본인이 지원하는 군대 입영 후 전역까지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입대를 위한 과외는 더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학습부분을 살펴보니 ‘부하들이 당신을 험담을 하는데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인간관계와 상황판단에 대한 문제풀이도 있고 해당업무에 대한 군사용어, 임무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 및 군인 자질 등에 대한 내용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치열한 입시를 사교육으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취업에 필요한 어학원이나 업무능력에 필요한 기술력향상을 위한 교육은 학원등록이 선택사항이라 하더라도 동료와의 긍정적인 인간관계와 정서에 대한 기술마저 문제풀이에 있다니 내 나라 청년들과 우리 미래가 은근히 불안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강남4구내 M동을 보자. 오후 3시 즈음부터 도로엔 학원차가 쏟아져 나온다. 영유아교육기관 및 초중고교까지 하교 후 아이들을 사교육현장으로 실어 나르는 학부모기사까지 도로가 바뻐지는 것이 눈으로 확인될 정도다. 주요과목에 대한 선행학습은 기본이고 자기소개서를 앵무새처럼 훈련하고 체력보강을 위한 사교육까지 성행되는 동안 청소년들은 편안히 갈 곳이 없다.

교복을 입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몰려라도 다니면 문제를 일으킬까 싶은지 관리인에게 쫓겨나거나 심한 경우 신고를 당하기도 한다. 예전에 비해 청소년들의 문화를 위한 기획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주관과 실행의 과정은 괴리감마저 있다. 입시에 치우친 초중고 12년과 군입대에 취업난까지 결국 남을 이겨야 버텨내는 실무 훈련을 혹독히 받고 있는 셈이다.

경쟁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문제해결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친사회적인 자세를 본능적으로 취하게 된다. 본인의 특성이나 개성을 적절히 운용하며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삶을 풍성히 유지시키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 이것은 청소년기의 발달과업 안에서 충분히 취득이 가능한 요소이기도 하며 인간 전 생애에 걸쳐 개인의 질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H경찰서 청소년과에서 방학중 청소년들을 데리고 필자의 작업실에 왔었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등교를 거부하거나 공격적인 행동과 부정적인 언어표현이 주된 문제 호소였다. 정보를 살피니 학교성적은 평균 중위권이었으며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도 없었다. 상담이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가는 일반적인 청소년들이었다. 남학생6명에 여학생1명으로 흡연, 음주등 학교밖 일탈행위를 지속적으로 하였기에 경찰서 관리대상으로 경찰차를 당당히 타고 왔었다.

공격성을 흡수하는 매체, 점토로 심리작업을 시작하였고 진행 목표는 각 학생의 문제해결능력을 체크하고 긍정적인 관계성을 위한 방향만 제시하는 것으로 가볍게 설정했다. 대형 흙덩이를 작업대 위에 올려주고 각자 떼어 가라고 지시하자 맨 앞에 있는 학생이 거침없이 절반을 잘라갔다.

그 다음 학생은 남은 흙덩이의 절반이상 결국 7명중 3명까지 오기도 전에 흙덩이는 예상대로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10명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흙덩이였지만 동료를 위해 재료를 남겨둬야 한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순간이다. 공격적인 그룹군으로 시작했지만 의외로 매회기 소심해 보이는 작업으로 구분,평가되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보다는 얼른 해야 마친다는 생각으로 성급히 작업하는 학생도 보였고 내 것의 애착도를 관찰하기 위해 지금 작품은 가마소성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 전달하자 과반수 학생들은 과정중심으로 작업한 작품을 공격적으로 부숴버리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타인의 정서와 감정을 고려하지 않음과 함께 본인의 작품역시 애정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나에 대한 소중함이 있을 때 그나마 타인의 소중함도 보이며 다른 이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내적 요구가 있을 때 긍정적인 관계성을 본능적으로 표현하고 수용하게 된다고 강조하는 바이다. 마무리 회기에선 초기에 거침없이 잘라갔던 흙덩이를 그룹원 모두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과정 중심의 작업으로 토우(흙인형)등 자유스럽게 작업하되 동료 작품에 제목을 제시하도록 하자 처음엔 어눌했던 표현들이 차차 다양해지고 그로 인해 동료의 작업과정을 은근히 관찰하는 그룹원도 생겨났다.

비록 단기적으로 진행했지만 긍정적인 대인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였다. 사실 해도 해도 끝없는 사교육속에서 인지적인 문제로 일탈이 되는 경우보다 정서적인 어눌함과 부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부하들이 나를 험담하는데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에 대한 수험서의 물음과 답처럼 공부해서 상황에 대응하는 기술이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 그 상황에 어떤 자세가 될런지는 개인의 몫이기는 하지만 좀 넓게 보자면 인성, 정서교육 보다는 성적을 우선시하는 시대풍토와 그간 안정적이지 않았던 교육정책, 또 이런 공교육을 불신하기에 사교육을 범람시키는데 일조한 학부모들의 문제점등도 파악해 볼 수 있겠다.

언젠가는 긍정적인 대인관계와  문제해결에 대한 정서적인 사례까지 수험서로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착잡하다. 친사회적인 관계성과 그것을 자연스럽게 취득할 기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제공하고 있었는지 이 땅의 어른으로서 깊게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