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인디음악이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는 순간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인디음악이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는 순간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08.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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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문화가 정치성, 이데올로기, 그리고 사회상의 변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주지 할 사실이다.

고급예술이 문화를 이끌던 시대는 가고 대중 예술이 문화를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다수의 의견은 사회상을 반영하고, 대중이 문화를 주도하게 되면서 문화는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적 행위를 통해 우회적으로 현 세태를 풍자하는가 하면, 대중적 행동으로 사회 변혁을 이끌기도 한다. 기술 복제가 일어나기 이전 시대의 경우, 예술이 고급문화를 대표하고, 귀족의 문화를 주도했다면, 기술이 문화의 대중화를 이끌면서 대중문화는 주류 문화의 중심에 서고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언제나 “특별함”, “나만의” 같은 개인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욕망은 대중문화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만들어 내었다.

인디문화, 키치문화, 복고문화 등 대중문화의 키워드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가 소비의 대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키치화 현상은 사회, 문화적 상호작용 속에서 구체적인 산물로써 발전하였다. 또 인디음악, 인디문화는 자본에 종속된 기성문화 시장을 거부하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독립적인 문화 활동을 하는 부류를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홍대, 이태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 음악을 하는 음악가들이 주를 이루고 그들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여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쩌면 반항의 하위문화는 예술과 대립되는 개념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하위문화도 대중문화로 통용될 수 있을 만큼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는 문화산업의 새로운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국내 대중문화 시장의 변화는 인디 음악, 인디 문화의 주류화라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 내었다. 최근 가장 핫한 대중가수로 손꼽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밴드 혁오이다. 두 달 전만해도 밴드 혁오는 인디밴드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거의 없는 소위 ‘듣보(듣도 보도 못한)’ 밴드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음원차트 8주째 1위는 물론이고, 여전히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들이 이러한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중적으로 가장 핫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게 되면서부터이다. 데뷔 후 줄곧 홍대. 이태원의 소수 마니아층에 의해서만 음악 활동을 지속하던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타고난 기획자를 만나 음악 활동에 날개를 달았다. 인디음악이 대중음악 산업의 핵심으로 급부상 하게 된 것이다. 인디 음악이라는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하위 장르도 대중적 소구력을 갖춘 하나의 주류 문화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가 된다.

이제 국내의 대중문화 산업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발전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아이돌 음악과 대형 기획사가 대중음악 시장을 장악하던 시대가 계속 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중문화는 점점 달라지고 있다. 개인의 의견도 다양한 방식으로 쉽게 소통되면서 ‘나만의’ 문화가 ‘우리’의 문화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문화도 주류의 문화로 변화되고 있는 지금, 이제는 더 이상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 하위 문화의 장르 구분도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비록 문화 산업이라는 경제 논리에 입각해 예술이 하나의 산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산업적 영향력 또한 하나의 대중문화 현상으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음악을 라디오를 통해서만 알아가던 시대는 지났다. 직접 찾아 듣는 것은 물론 산업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기획자들이 새로운 문화를 이끌 수 있게 되었다. 산업이 곧 대중문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나쁠 것이 없다. 문화 산업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화하는 문화 산업의 경계 속에 우리는 또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면 될 일이다. 영원한 주류 문화는 없다. 하위문화, 인디 문화가 주류 문화가 되고 있는 지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