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리랑’ 김우형, “지금 사회가 바르게 가고 있는가에 대해 인식할 필요 있어”
[인터뷰] ‘아리랑’ 김우형, “지금 사회가 바르게 가고 있는가에 대해 인식할 필요 있어”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8.2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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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을 보면 요즘 어려움은 어려움도 아닌 것처럼 위안받을 수 있어

뮤지컬에서 한 번도 악역을 맡아본 적이 없는 김우형이 이번에는 친일파가 되어 ‘악의 축’이 되었다. ‘아리랑’에서 양치성(김우형, 카이 분)은 친일파가 되어 일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평소에 흠모하던 여인 수국(윤공주, 임혜영 분)에게 치밀하게 계산된 기사도를 발휘해 수국과 결혼하기에 이른다.

▲ '아리랑'에서 양치성을 연기하는 김우형(사진제공=신시컴퍼니)

하지만 아내 수국은 알아채지 못하던 양치성의 본 모습을 단번에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장모인 감골댁(김성녀 분). 김골댁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다음부터 양치성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비극적인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양치성은 관객에게 손가락질만 당하는 단순한 악역일까. 관객에게 반면교사의 메시지를 남기는 입체적인 악역이 바로 양치성인데, 김우형이 이야기하는 양치성의 매력을 들어보도록 하자.

- 뮤지컬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양치성은 악인이기는 해도 연민과 아픔, 슬픔이 있다. 악역이면서 강렬한 에나지를 쏟아야 하는 악역이라 의미가 깊다. 아내인 (김)선영씨는 양치성 캐스팅이 들어오자 너무나도 좋아했다. 평소 선영씨는 제가 순수한 캐릭터 캐스팅이거나 독특한 캐릭터 제의가 들어오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순수한 캐릭터라고 하면 ‘베르테르’ 같은 캐릭터인가.
“베르테르는 전형적인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베르테르라면 제가 소화하지 못할 것 같다.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같은 역할은 전형적인 멜로물의 남자 주인공이 아니다.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는 캐릭터다. 아내가 바라본 순수한 캐릭터란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같은 캐릭터다. ‘쓰릴미’의 ‘나’랑 ‘너’도 독특힌 캐릭터다. ‘나’랑 ‘그’를 둘 다 해보았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돋보인다고 아내는 본 거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치성은 독특한 캐릭터라 저는 물론이고 아내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

▲ '아리랑'에서 양치성을 연기하는 김우형(사진제공=신시컴퍼니)

- 연습할 때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제가 연기할 때 흘린 눈물도 많았지만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보며 많이 울었다. 슬퍼서 울기도 하고 아파서 울기도 하고, 분노하며 흐르는 눈물이 많았다. 양치성은 일본의 앞잡이라 조선 사람들을 못살게 굴어야 한다. 연습하는 장면 하나 하나가 가슴 아팠다. 일본에게 핍박당하던 일제 강점기를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아픔을 뮤지컬을 통해 다시금 되새길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 ‘아리랑’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뮤지컬이라 일본인 캐릭터가 등장할 때에는 일본어로 대사를 쳐야 한다.
“‘아리랑’을 공연하기 전에 알고 있던 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 ‘스미마셍’밖에 몰랐다. 처음에는 대본에 쓰여진 발음대로 외어서 일본어를 연습했다. 그런데 계속 연습하다 보니 배우지도 않은 일본어 억양이 생기기 시작했다. 감정이 만들어지고, 감정이 만들어진 만큼 일본어 대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억양이 생겼다. 배우들의 일본어를 코치하는 분이 있다. 그 분이 제 발음을 듣고는 ‘발음이 정확하다’는 평을 남겼다. 일본 팬이나 일본어를 하는 분이 제 일본어 발음을 들어도 정통 일본어 발음과 유사하다고 해서 스스로가 신기했다.”

- 원래는 송수익(서범석, 안재욱 분)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극을 이끌어가는 저력은 양치성이 송수익 이상으로 보인다.
“양치성은 캐릭터가 입체적이다. 다른 캐릭터보다 돋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송수익은 관객이 보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역할이다. 송수익은 극을 버텨주고 감싸주어야 하는 캐릭터다. 양치성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각각 다른 두 에너지가 만나는 작품이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누구의 시선으로 작품을 보는가에 따라 주인공이 달라지는 작품이다. 치성의 관점으로 보면 치성이 주인공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국의 입장으로 보면 수국이 뮤지컬의 주인공이 된다. 감골댁의 입장으로 보면 감골댁이 주인공이 된다.”

▲ '아리랑'에서 양치성을 연기하는 김우형(사진제공=신시컴퍼니)

- 관객이 ‘아리랑’을 보며 우리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을까.
“요즘은 모두가 살기 힘들다고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어도 나만 제일 힘들게 느낄 수 있다. ‘아리랑’을 보는 관객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 ‘아리랑’을 보면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담겨 있다. 그런 선조들의 힘든 삶을 보면 요즘의 어려움은 어려움도 아닌 것처럼 위안 받을 수 있다. 저렇게 힘든 삶도 있구나 하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치성의 역할에서 말씀드리면, 치성은 비굴하고 비참하고 비통한 게 많은 인물이다. 해방이 될 줄 알았다면 치성이 이렇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치성의 시절로 돌아가 저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네가 치성의 입장이었다면 네가 끝까지 나라를 지키고 살았을 것 같아?’ 하는 질문 말이다.

치성은 비난받아야 할 인물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양치성은 많다. 양치성처럼 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일지 모른다.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야 하고, 올라가야 먹고 사는 세상이다. 하지만 위에 올라가도 배신당하고 버림당하는 건 한 순간이다. 한번쯤은 양치성의 삶을 보며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행여 누구에게 상처 주지는 않았는가?’ ‘나는 바르게 살고 있는가?’ 에 대한 질문에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바르게 가고 있는가에 대해 인식할 필요를 양치성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

- 아내 김선영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작년 ‘위키드’ 공연이 마지막이었다. ‘위키드’ 전까지 쉴 틈 없이 작품을 해왔다. 한 템포 쉬면서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쉬면서 체력도 키우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는 중이다. 5월에는 개인 콘서트를 준비해서 콘서트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