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정명훈 사퇴 선언' 그 배경에 관심 쏠려
서울시향 '정명훈 사퇴 선언' 그 배경에 관심 쏠려
  • 박자윤 기자
  • 승인 2015.08.31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계약 사인 않겠다. 남은 연주 기부로...경찰 고발 횡령 혐의 어떻게?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이 “서울시향 예술 감독직을 내려놓겠다. 그러나 서울시향과 청중에게 약속한 공연 지휘는 계속 맡겠다. 지휘료는 한 푼도 나를 위해 쓰지 않고, 시향의 발전이나 유니세프 같은 인도적 사업을 위해 내놓겠다.” 라고  8월 2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무(無)보수 지휘를 선언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TV조선 캡쳐 화면)

 많은 비리의혹 속의 정명훈 예술감독과 서울시향

지난 8월 초 송재형 시의원이 정 감독의 항공권 불법사용 등과 관련한 자료를 내놓으면서 또 다시 정감독의 비리문제가 불거졌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찰의 수사가 재개되는 가운데 나온 '사퇴'설이라 그 배경과 의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본지에서는 '막말파문'으로 사퇴한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를 만나 막말파문에서 사퇴까지의 과정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그 배후에 있다고 밝힌 배경에 대해 그간의 사건들을 짚어봤었다. 사퇴 당시 박 전 대표는 직원들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 등을 행한 일로 인해 익명의 서울시향 직원 17명의 호소문으로 인해 한 달 동안 서울시향과 언론 등과의 줄다리기 끝에 자진해서 사퇴하였으나, (이 사건은 얼마 전 경찰에서 무혐의로 밝혀졌다) 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명훈 예술감독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비리를 폭로함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서울시향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했다.

박 전 대표가 주장하였던 정명훈 감독의 비리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그 내용은 고액연봉을 비롯하여 과다한 예우 요구, 단원들의 고용권을 쥐고 시향 내 전권 행사, 국내 겸직 불가 조항 금지 위반 등 법적인 문제, 자신이 설립한 단체에 기부 후 손비처리 문제와 같은 도덕적인 문제까지 포함한다.

정명훈 예술감독의 사임 하필 지금인가?

MBC <PD수첩>을 통해 정 감독이 항공권 전자티켓을 이용해 항공료를 받은 후 전자티켓을 취소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었으며, 지난 3월 일부 시민 단체는 ‘정 감독이 항공권 부정 사용 등을 통해 업무 비를 횡령했다’며 사회정상화운동본부 및 박원순 시정 농단 진상조사시민연대 등 15개 단체가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서울시는 경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으며, 정명훈 감독까지 5월 20일 서울시향의 공연마저 지병을 핑계로 취소한 채 해외에 머무르는 등 수사에 진전이 없자 시민연대는 6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 감독의 부패비리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였다. 그리고 7월 27일 바로 한 달 전 정 감독은 자유청년연합 (대표 장기정)에 의해 사기,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또다시 고발당했다.

서울시향이 서울시의회 송재형 의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강동 2선거구)에게 보내온 정명훈 감독의 항공료 지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연간 총 52건의 출입항공료 13억 1천여만 원 (일등석 88매, 비즈니스 18매)이 지급되었으며 실물로 발권된 항공권 대신 청구서만을 토대로 모든 항공료가 지급된 것이 확인됐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사진=서울시향 홈페이지)

송재형 의원은 이에 대해 “항공료 지급방식이 비상식적이고 전근대적인 방식이었음을 확인했다”며 미래 정 감독과의 재계약을 위해서는 이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또한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정 감독은 현재 여러 정황에 있어 불리한 쪽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모든 공격적인 행보들에 맞서겠다는 의미, 둘 중 하나로 분석이 된다.

“재계약 서류에는 사인하지 않겠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지난 8월 2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액 연봉에 관해 ‘프랑스와 일본, 중국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받는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그는 그동안 이룬 것에 대한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고액 연봉이라는 것에만 주력해 비난하는 것에 대해 예술가로서 안타깝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가장 오해의 중심에 있었던 항공료에 대해서는 ‘서울시향 연주 때문에 쓴 항공료 6건, 합계 1억 원 정도를 청구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오해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라는 억울함을 비췄다.

지금까지 하루가 다르게 위법한 항공권 세비 지급, 특정 단원 특혜, 지인 채용, 해외 공연을 위한 잦은 출국으로 시향 일정에 차질을 빚고 단원복무내규 위반 등 여러 가지 전횡에 대해 밝혀질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었더니 일이 엉뚱하게 돌아간다”라고 지난 1월  기자회견 이후 첫 소감을 밝히며, “재계약 서류에 사인하지 않겠다”라며 강경히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서울시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울시 이창학 문화본부장이 지난주 정감독의 임기연장 계약사인을 서둘러 하려는 것을 시의회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연기된 사실이 있다.

또한 정 감독은 지난 해 연말에도 임기 연장 계약을 앞두고 서울시에 자신은 사임하겠다며 말했으나 결국 서울시와 1년간이라는 단서를 달고 재계약을 체결했다. 정 감독의 계약은 올 연말까지이며 지난 10년 간 예술감독으로 자리해왔다.

 “11월 독일 명문 악단과 평양 방문 연주레퍼토리는 말러 교향곡 4번”

서울시향은 오는 11월 독일 명문 교향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평양을 방문해 연주한다. 서울시향과 정명훈 감독은 평양을 두 번 방문했지만, 리허설만 했고 연주는 처음이다. 정명훈 감독은 레퍼토리에 대해 ‘그달 서울 공연과 같은 말러 교향곡 4번이다. 앙코르로 최성환의 ‘아리랑’을 할까 생각 중’이라 밝혔다.

 내게는 음악이 중요할 뿐, 감독 자리엔 관심 없다’는 정명훈 예술감독. 그는 매네스 음악학교와 줄리어드 음악학교에서 수학했다. 1980년부터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 87년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의 지휘자를 맡았으며, 97년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오케스트라, 2000년 라디오 프랑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및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맡았으며, 2006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되어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을 ‘아시아 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는 평을 듣는’ 지휘자이다.

음악계에서는 이번 정감독의 '사퇴' 발표가 지난 해 계약 때와 되풀이되는 발언으로 서울시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한편 '무보수'지휘로 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명훈 감독은 자신이 쌓아온 음악적 업적을 사사로운 이익과 이해관계에 얽혀, 도덕적인 비난과 법적인 판단을 어떻게 비켜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