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뉴사운드 오브 대구 창작콘서트' 성공 시킨 진규영 총기획 감독
[인터뷰]'뉴사운드 오브 대구 창작콘서트' 성공 시킨 진규영 총기획 감독
  • 탁계석 평론가/이가온 기자
  • 승인 2015.09.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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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새 패러다임 구축 위해 발 벗고 나설 터

감독제로 소신 갖고 작품 선택한 것이 주효

창작곡은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유통이 더 힘겹다. 따라서 작품과 관계없이 일회성의 비운(悲運)에 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변이 생겼다. 지난 8월 27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뉴사운드 오브 대구 창작 콘서트'는 달랐다. 청중의 뜨거운 호응과 함께 완성도 높은 창작 콘서트로 창작콘서트 사상 매표율 90%를 자랑하며,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전기(轉期) 가 마련될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번 창작콘서트를 지켜보았던 탁계석 평론가가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진규영 총기획감독을 만나 콘서트의 성공요인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뉴사운드 오브 대구 창작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진규영 총기획감독.

탁계석 평론가(이하 탁계석) 그간 창작은 청중의 무관심이었고, 그래서 작곡가들의 하루만의 위안이었는데요.

진규영 총기획감독(이하 진규영) 창작의 해묵은 숙제인 셈이죠. 어떻게 해서든 창작이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은 작곡가에만 있었지 행정가들에겐 없었어요. 그런데 대구시민회관 이형근 관장께서 오케스트라 창작 발표를 해야겠다며 기존 방식과 확실히 좀 다른 개혁을 주문했습니다. 작곡가 교수, 원로 등이 꼭 참여하는 일종의 예우 방식이 아니어도 좋다는 가이드라인을 주어 시쳇말로 계급장 떼고 작품만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죠.

탁계석 공모제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참혹하지 않았습니까.

진규영 저도 그동안 많은 수많은 창작 공모심사, 자문위원회에 참여했으니  결과적으로 여기서 자유스러울 순 없지요. 작곡가들이 성향에 따라 추구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 보니  어느 쪽 성향이 많이 몰리면 그 경향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작품’ 보다는 ‘대학’을 보게 되고 대학 보다 작곡가의 ‘네임 벨류’  보고, 이것저것 구색 맞추다 보면 색깔을 낼 수 없는 잡탕이 된 것 같습니다. 공모가 비효율적이고 책임없는 것이란 것은 작곡가 내에선 공유된 사실입니다만 공공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지요. 이번에 일종의 규제 철폐가 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철우 작곡가의 작품 '비바 아리랑'을 이동호 지휘자가 연주했다.

창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서 출발

탁계석 개인에게 맡기면 위험하고, 공정성 훼손이 될 것이란 부담을 소신과 책임을 끌어안음으로서 혁신이 가능한 사례로 보입니다.

진규영 우리사회에 변화가 없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죠. 실패를 해도 가치있는 실패, 경험 축적이 되는 실패를 해야 합니다. 하나 심어 하나 거두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100을 투자해 하나를 건지더라도 이걸 지켜보고 참을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창작이 살아날 수 있으니까요.

이형근 관장께서 행정가가 아닌 음악가였기에 그러면서도 행정을 이해하고 막을 수 있는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행정만 있고 예술이 없는 현재의 우리 문화기관에서 예술가의 필요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탁계석 틀을 만들고 키우면 나중에 다 혜택을 볼 수 있는데 기득권이 이런 것을 용인하지 못해 리더십을 만들지 못한 것 같아요.

진규영 우선 잠깐은 서운할 수 있죠. 그러나 상품을 만들고 창작이 브랜드에 성공하면 폭은 넓어집니다. 그래서 기회가 주어질 때 잘해야 한다. 오직 작품과 작품의 배열을 신경 쓰면서 작품을 골랐죠. ‘작곡가’를 보지 말고 ‘작품’을 보아야 한다는 목표 하나에 충실한 것이 통한 것 같습니다.

요리의 맛은 청중이 평가하고 돈도 지불하는 것

탁계석 요리의 과정은 알 수 없으나 결과는 손님들이 맛으로 평가하는 것 아닙니까.

진규영: 아주 적절한 비유입니다. 티켓 사들고 온 청중이 창작에 이처럼 환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봅니다. 작곡가는 물론 기획자로서, 또 시민회관 측도 매우 고무되었고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특히 대구는 작곡가들이 세대별로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죠. 원로에서부터 귀국 작곡가에까지 폭이 넓고 현대음악제 등 가장 활발한 도시이니까 앞으로 기대가 되죠.

▲공연이 끝난 후 작곡가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든 청중들.

탁계석 예전에 비하면 창작이 많이 다양성을 갖추었다고 보지만 아직도 학회나 클럽을 중심에선 고인 물 현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진규영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경향의 집단화는 있었지요. 그러나 우리가 창작에서도 지나치게 한 쪽에 경도된, 이를테면 독일의 실험적 음악이라던가 하는 것은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청중을 깜짝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 못지않게 청중을 흡입하고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주 연주되기를 바라면서도 연주가와 청중에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일종의 이기일 수도 있다고 봐요.

탁계석 엘리트 의식이 대중에 대한 시각의 편견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가장 열려 있어야 할 창작자가 가장 닫혀 있다는 생각을 현실에서 만나보면 피부로 느끼거든요. 사회점수가 낙제점이거든요. (웃음)
 
진규영 혼자서 작업하는 고독한 창작자가 가진 한계일수도 있고, 그 때문에 대중과 다른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균형감과 상품에 대한 것을 무조건 낮추어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타협’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K-Pop 표피적 음악만 하면 한류 지속성 없이 끝나고 말아

탁계석 엊그제 외국인 학자(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가 쓴 책에서 K-Pop 같은 표피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뿌리가 있는 전통을 모른다면 만주족처럼 문화가 흡수될 것이란 뼈아픈 지적을 했고 대통령이 소개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진규영 양적 확산과 돈 되는 상업적 흥행만 있다면 우리의 품격있는 문화를 담아 낼 그릇이 없는 것이죠. 전통은 전통대로 지키고 이를 응용해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공통문법이 오케스트라 아닙니까.

이번 ‘뉴사운드 오브 대구’가 그간 풀지 못했던 오케스트라 곡의 청중 소통 하나를 성공시킴으로써 앞으로의  힘이 실리게 되었고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많이 좀 도와주세요.(웃음)

▲탁계석 평론가와 진규영 총기획감독이 인터뷰 중 파안대소 하고 있다.

서울 진출, 글로벌 시장 개척 등 공격적 마케팅 필요 한 때

탁계석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등 타 지역에서 연주한다면 창작의 신선함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양 레퍼토리는 물리도록 들었지만 우리 창작은 거의 90%가 하지 않고 있으니 청중 입장에선 냉장고에 꺼낸 음식만 데워서 드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스테이크나 스파게티를 매일 식탁에 내 놓는다면 누가 좋아합니까. 우리 정서 우리 맛을 느끼게 한다면 고객을 끌어 올 수 있기에 공격적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진규영 그러면 좋지요. 서울 공연을 한다면 청중의 호기심도 살아나겠군요,  또 다른 지역으로 가서 신선한 메뉴가 왔다고 홍보하면 관객들이 몰릴 것도 같습니다. 모든 것을 미리 예단해서 안 되는 쪽으로 보는 사람과 해보자! 하는 것은 방향이 전혀 다른 것이니까요.

탁계석 문화예술위원회가 ‘아창제’ 관현악 시리즈를 시작해 반응을 끌고 있으니 하루 더해서 대구를 초정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선의의 경쟁이 될 것이고 위원회 입장에서도 콘텐츠의 완성도도 높여 활성화에 촉진이 될 것 같습니다.

진규영 처음에 기획자로서 청중을 고민했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청중도 호응해 창작에 이변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이 불씨를 살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길로 나갈 수 있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좋은 작품을 써주신 홍신주, 이도훈, 박창민, 김중희, 이혜원, 이철우 작곡가님과 연주가 오케스트라, 언론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