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민규의 표절 인정...신경숙과 창비 표절 부인과 대조
[칼럼] 박민규의 표절 인정...신경숙과 창비 표절 부인과 대조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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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표절 인정, 문학동네의 사과와 맞물려 해석할 수 있어

신경숙의 표절 문제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다른 작가의 표절 시비가 불거져 우리 문학의 표절 문제를 재점화하고 있다. 2003년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박민규 작가의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인터넷 게시물인 ‘거꾸로 보는 한국야구사’와 ‘딴지’,‘독투’,‘고물상’에서 따온 일부 표현 및 아이디어를 따왔다는 점을, 단편 소설 ‘낮잠’이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플롯이 유사하다는 점을 박민규 작가가 스스로 인정했다.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낮잠'의 표절을 인정한 박민규 (사진제공=채널예스 YES24 유튜브 화면 갈무리)

‘월간중앙’은 지난 달 정문순, 최강민 문학평론가로부터 소설가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낮잠’이 표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표절 가능성에 대한 월간중앙의 의혹에 대해 박민규 작가는 “표절 관련 질문을 받은 것이 데뷔 12년 만에 처음”이라며 “혼자 동굴에 앉아 완전한 창조를 한다고 해도 우연한 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고 표현함으로 표절 의혹을 받은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최강민 평론가를 향해 박민규 작가는 “최강민 씨, 당신 치매에 걸린 노모의 대소변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일어나지도 않을 로맨스 한편 고작 써드리는 게 전부인 아들의 심정을 아는가 묻고 싶다”며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사이에 박민규 작가는 한 달 전의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유보한 채 월간중앙 9월호에 실린 글을 통해 “‘황혼유성군’은 제가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모든 독서가 뇌리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제시하신 부분들은 설사 보편적인 로맨스의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을 통해 표절 의혹에 대한 인정을 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박민규 작가는 월간중앙 9월호에서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의 부분 부분이 제가 쓴 소설에 들어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기하신 선수 이름 풀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딴지, 독투, 고물상 등의 게시판에서 찾은 게시물에서 따서 쓴 것입니다....저는 이것을 참새 시리즈와 같은 유머코드로 인식했고 이를 그대로 소설에 옮겨 썼습니다”라고 작가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었다.

▲ 문학동네의 성의있는 사과와는 달리 신경숙을 옹호함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창비 (사진제공=창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번 박민규 작가의 표절 시비 문제는 작가 스스로가 표절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신경숙에 이은 표절 시비 문제가 문학계에서 재연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그럼에도 박민규 작가는 신경숙과 출판사 창비가 표절을 부인하는 태도와는 상반되게 작가 스스로가 표절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신경숙과 창비의 태도와는 비교되는 보습을 보였다.

박민규 작가의 표절 시비 문제에 앞서 신경숙은 “‘우국’을 읽어본 적이 없다, 독자들이 나를 믿어주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로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며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창비 또한 신경숙의 입장을 옹호하며 표절 가능성을 부인했다.

“신경숙의 의도적인 베껴 쓰기로 단정할 수 없다”고 계간지에서 밝힌 창비의 태도와 신경숙의 애매모호한 변명 vs. “이번 일(신경숙 표절 사태)로 깉은 실망을 느꼈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문학동네’ 가을호를 통해 사과한 문학동네와 스스로 표절을 인정한 박민규 작가의 태도 가운데서 진심 어린 사과의 태도를 읽을 수 있는 쪽은 전자인 신경숙과 창비이겠는가, 아니면 후자인 문학동네와 박민규 작가이겠는가.

“신경숙의 의도적인 베껴 쓰기로 단정할 수 없다”고 계간지에서 밝힌 창비의 태도와 신경숙의 애매모호한 변명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진제공=SBS)

표절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박민규 작가의 소신 있는 태도와 문학동네의 진심 어린 사과는 창비와 신경숙의 애매모호, 또는 후안무치한 태도와는 상반되게 대중에게 용서를 구하고 호소하는 태도라는 점에 있어 의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표절 의혹에 대한 박민규와 신경숙의 상반된 태도는, 문학동네와 창비의 상반된 태도와 매칭되는 가운데서 누가 대중의 용서 혹은 분노를 자아내는가를 판별하는 정반대의 태도로 평가할 수 있다.

표절은 잘못된 행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표절 이후 신경숙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느냐, 아니면 박민규 작가처럼 스스로가 잘못임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대중은 공분을 사는 작가에 대해서는 ‘영원한 절필’이라는 문학계의 사형 판결을 내릴 수도, 혹은 ‘용서’라는 관용의 판결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신경숙과 창비는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