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퀴담’ 지금 못 보면 한국에서 영영 못 보는 고별공연
[리뷰] ‘퀴담’ 지금 못 보면 한국에서 영영 못 보는 고별공연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1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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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담’ 중 ‘스태튜’와 ‘밴퀸’ 놓치면 후회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 접할 수 있는 공연도 있다. 오늘 소개하는 태양의 서커스 ‘퀴담’ 같은 경우에는 후자에 속한다. 2007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도 그렇지만, 2016년 2월 뉴질랜드에서 열릴 ‘퀴담’이 마지막 투어가 될 것이기에 그렇다. 쉽게 말해서 지금 보지 않으면 세계 어딜 가도 ‘퀴담’은 영영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 ‘퀴담’을 소개하는 캐릭터 '조'와 그의 부모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시길, 태양의 서커스가 보유한 레퍼토리가 ‘퀴담’ 하나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니까. ‘퀴담’은 여느 서커스 극단처럼 진기명기 서커스만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다. 서커스를 보여주되 ‘이야기’가 첨가된다. 어린 소녀 ‘조’가 목 없는 퀴담(익명의 행인)이 떨어뜨린 파란 모자를 줍는 순간 서커스가 시작된다.

똑같은, 혹은 엇비슷한 콘텐츠를 가지고도 이야기를 어떻게 찰지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성패가 좌우될 만큼 요즘은 이야기에 목말라 하는 시대의 트렌드를 ‘퀴담’은 인식하고 서커스에 이야기를 결합하고 있었다.

‘저먼 휠’은 말 그대로 커다란 바퀴를 곡예사가 돌리는 묘기로, 커다란 바퀴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윤형렬과 홍광호가 매달려 있던 커다란 바퀴 형틀을 생각하면 된다. 곡예사의 몸과 바퀴가 하나가 된 것처럼 자유자재로 묘기가 펼쳐지고, 곡예사의 발이 바퀴에만 의지하고는 360도 회전을 하는 고난이도 곡예가 펼쳐진다. 5명의 곡예사가 무대를 날아다니다가 허리와 발만 줄에 매달린 채 바닥 가까이 떨어지는 ‘스페니쉬 웹’에서는 여자 관객이 두 손을 움츠리며 자지러지는 ‘전율’을 선사한다.

▲ ‘퀴담’에서 고난이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스태튜'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눈이 빨라야 ‘즐감’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디아블로’와 ‘스키핑로프’다. 공중에 높이 올라간 플라스틱 실패가 가느다란 줄 하나로 안착하는 장면에서는 경탄을 자아내게 만들며, 20명이 동시에 뛰어넘는 줄넘기는, 줄넘기가 곡예사 혼자만의 독자적인 곡예가 아니라 20명이라는 전체의 호흡이 얼마만큼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단체 곡예임을 증명한다.

‘에어리얼 컨톨션 인 실크’는 뮤지컬 ‘위키드’의 메인 넘버 ’중력을 넘어서‘를 연상할 만큼 ’공중에서 펼쳐지는 현대무용‘이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각 곡예의 중간 중간에는 발레의 ’디베르티스망‘을 연상하게 만드는 곡예사들의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이번 ‘퀴담’의 압권은 ‘스태튜’와 ‘밴퀸’. ‘스태튜’는 2명의 남녀 아티스트가 펼치는 ‘퀴담 버전 핸대무용’으로, 남자 아티스트의 목 뒤로 여자 아티스트가 거꾸로 올라서는 장관은 기본이고, 어깨의 힘만으로 남자 아티스트의 등에 붙어있는 장관은 모든 관객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아야만 했다.

▲ ‘퀴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밴퀸'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밴퀸’은 아티스트 상호간의 호흡이 무척이나 중요한 곡예를 보여준다. 3인 1조가 되어 한 명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동안 다른 두 명은 공중으로 튕겨나간 아티스트를 재빨리 받아낸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아티스트는 ‘인간 대포’가 되기도 한다. ‘밴퀸’의 절정은 ‘인간 탑’으로, 세 명의 남자 아티스트가 수직으로 선 것도 모자라 맨 위에 여자 아티스트가 올라서는 '4층 인간 탑‘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아무리 글로 묘사해 보았자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눈으로 본 황홀경을 글로 100% 옮기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태양의서커스 ‘퀴담’은 11월 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씨어터에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