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추석날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추석날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5.09.2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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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박정구(1960~)

누이야
울산 방어진 포구에도
오늘은 바닷물을 밀어 차고
둥둥 둥근 달이 뜨겠구나

고향 방천 구슬나무가 있던 자리에서
행여나 올까 기다리는
너를 닮은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날이구나

“삐비꽃 흐드러지게 핀 고향이 생각나요”

젖은 목소리가
무너진 토담 밑에 핀
앉은뱅이 국화처럼 흔들릴 때
울산 앞바다 출렁이는 달빛이
내 고향 소신포에도
밀물져 오겠구나
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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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피붙이가 가장 생각나는 때가 명절이다. 화자의 누이는 반도의 서쪽 끝 전라도 바닷가 소신포에서 반도의 동쪽 경상도 울산으로 시집을 갔나보다. 명절이 돌아오자 고향을 생각하는 화자는 멀리 시집간 누이를 생각하다가 구슬나무가 있던 방천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오빠는 어머니와 나이가 들어가는 누이를 겹쳐보고 있다. 이미 시집을 가서 남의 집 아내나 어머니로 사느라고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오지 못하는 누이를 그리워하는 오빠의 심정이 고향집의 토담과 앉은뱅이 국화, 그리고 누이가 살고 있는 방어진 포구와 고향 소신포 바다에서 동시에 출렁인다. 오빠가 그리워하는 만큼 멀리 사는 누이도 잘 살 것이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