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상우와 여진구가 위험해
[칼럼] 권상우와 여진구가 위험해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2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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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더 비기닝’과 ‘서부전선’의 잇단 부진으로 위태로운 두 배우

‘사도’와 ‘탐정: 더 비기닝’, ‘서부전선’이라는 세 한국영화가 추석 연휴를 공습하리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24일에 개봉한 후발 주자인 ‘탐정: 더 비기닝’과 ‘서부전선’의 악몽으로 치닫는 결과를 낳았다.

▲ 권상우가 출연하는 '탐정: 더 비기닝'의 한 장면

이 글을 쓴 26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결과를 보면 흥행 원 톱은 ‘사도’, 26일 하루 동안의 관객 수가 40만 명을 넘는 데 비해 ‘탐정: 더 비기닝’과 ‘서부전선’은 둘이 합쳐도 겨우 26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사도’의 절반을 갓 넘는다는 이야기다.

두 영화는 흥행 전선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탐정: 더 비기닝’은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에도 뒤지는 3위, ‘서부전선’은 더욱 심각해서 현재 5위의 스코어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흥행 삼각 공습은 고사하고 ‘탐정: 더 비기닝’은 100만 관객 동원이, ‘서부전선’은 50만 관객 동원이 딸깍고개가 되는 사태마저 빚지 않을까 싶다.

사실 ‘탐정: 더 비기닝’과 ‘서부전선’은 개봉 전부터 [칼럼] ‘탐정: 더 비기닝’ 코미디가 있어야 할 자리 대신 ‘김치남’이 보여[영화칼럼] ‘서부전선’ ‘웰컴 투 동막골’보다 진화하지 못한 코미디 라는 칼럼을 통해 필자가 날선 각을 세우고 있었다. 언론시사를 통해 필자가 갸우뚱하는 영화는 십중 팔구 작품성이나 완성도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탐정: 더 비기닝’과 ‘서부전선’는 그 정도가 심한 관계로 개봉 전부터 영화의 문제점을 칼럼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 여진구가 출연하는 '서부전선'의 한 장면

‘탐정: 더 비기닝’이라는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만일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면 ‘공공의 적’이나 ‘조선명탐정’처럼 시리즈로 만들 계획이 ‘더 비기닝’, 시작이라는 제목에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악한 화장실 유머와 여성 비하적인 설정이 문제시되어 필자가 가열차게 비판한 바 있다.

‘서부전선’은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발상, 즉 북한을 온정주의적으로 묘사한 것도 모자라서, 영화 초반 설경구가 얼마든지 여진구를 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설경구와 여진구의 이념을 초월한 우정을 이어가기 위해 개연성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대목을 지적했다. 현재 두 영화는 개연성 상실 혹은 문제시되는 연출로 말미암아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탐정: 더 비기닝’의 주인공인 권상우와 ‘서부전선’의 주인공인 여진구는 이번에 개봉한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냈어야 했을 만큼 이들 두 배우의 경력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권상우는 이보영과 함께 했던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와 정려원과 함께 한 ‘통증’의 부진으로 4년 동안 스크린 공백이 있었던 배우다. 여진구는 ‘백프로’와 ‘내 심장을 쏴라’의 잇단 부진으로 흥행 부진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 주력해야만 했던 배우다.

▲ 여진구가 출연하는 '서부전선'의 한 장면

하지만 권상우와 여진구는 이들의 염원과는 반대로 ‘탐정: 더 비기닝’과 ‘서부전선’이라는 영화를 만남으로 말미암아 계속된 흥행 부진이라는 암초의 덫에 걸린 듯 싶다. 배우는 비상하고 싶었지만 함량 미달의 시나리오 혹은 시대착오적인 연출로 두 배우의 비상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A라는 배우는 스크린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 신공을 펼치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하나같이 좌초하고 만다. 권상우와 여진구가 A 배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한다면 두 배우는 우선 감독의 역량을 먼저 점검하거나, 잘 만든 시나리오를 찾을 줄 아는 혜안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지 않을까 싶다. ‘탐정: 더 비기닝’과 ‘서부전선’이 추락함으로 권상우와 여진구가 동반 추락하는 작금의 사태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