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예인(藝人)과 예술가(藝術家)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예인(藝人)과 예술가(藝術家)
  •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대표
  • 승인 2015.09.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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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미술평론가/ 정수화랑대표

예술세계에는 예술가(藝術家)와 예인(藝人)의 구분이 있다. 말로하는 구분이라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예술가(藝術家)와 예인(藝人)은 엄연히 구분된다.

예인은 기예를 닦아 남에게 선보이는 이들로서 배우나 만담가 곡예사 등을 일컫는 말이다.

서바이벌 게임하듯이 음악으로 살아남기 경합을 벌이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누군가를 이기지 못하면 자신이 탈락하고 만다. 간혹 능력 있는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가 등장하면 심사위원들은 칭찬과 힐책에 최선을 다한다. 직접 곡을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러야하는 것이 힘이 들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층 더 깊이 보면 힘듦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대접과 대우를 생각하는 가치의 문제가 자리한다.

작사 작곡가는 예술가이지만 작사 작곡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예인이다. 드라마 대본을 쓰는 이와 이를 연출 감독하는 이는 예술가지만 대본과 연출에 따른 출연배우는 예인이 된다. 대중음악 서바이벌에서 싱어송라이터를 존중하는 것은 예인보다 예술가의 길이 더 어렵고 힘듬에 힘을 실어주려는 요량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예술가와 예인 사이에서 예인을 폄훼하거나 예술가를 더 우수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작품에 예인이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각기의 다름을 인정하는 범위에서의 차이를 말할 따름이다.

예술작품에는 ‘작가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작가정신 없는 예술작품은 공허한 것이라 말하며, 예술감상에 있어서도 작가정신을 이해하여야 한다. 정신이란 사물을 느끼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정신이 우수하다거나 정신이 좋다거나 하는 따위의 말 또한 잘 판단하거나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정신을 이해하라는 것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표현된 사물을 어떻게 판단하고 이해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라는 의미가 된다. 그것이 작가 정신이다.

예술작품에 작가정신과 마음이 있어야 할 미술세계에도 예술가인 척 하는 예인들이 산다. 배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닌 화가이면서 예인이라니? 이들은 자신의 특성과 장기가 예인임에도 이를 잘 인정하지 않고 예술가의 영역에서 최선을 하고 활동을 진행한다.

예술가들은 이들이 예인임을 잘 알면서도 간섭하거나 충고하기를 저어하며, 관심도가 높으면서도 무관심한 척 하기 일쑤다. 한편으로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예술계의 활성화와 대중과의 교감도가 높아짐도 인정하여야 한다.

예인들의 작품은 사물을 파악하거나 판단하지 않았고 본래적 품성이나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사물을 파악하지 않으려 했고, 자신의 성격이나 품성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모더니즘의 미니멀minimal이나 앵포르멜informel이라 한다.

미니멀은 표현을 최소화 혹은 극소화하는 일이고, 앵포르멜은 표현방식에 규칙이 없어야 한다. 미술계 예술작품에 대한 열정과 작가정신에 대한 탐구보다 스스로의 스타의식이 강하며, 전람회 현장에서도 자신의 작품보다 예술작품을 생산하는 예술가라는 사실을 인지시키기에 노력을 경주한다.

예술가는 예술가 자신보다 예술작품에 대한 가치를 정진시켜야 한다. 작품을 위한 정신과 품성을 활성화한다. 정신(精神)은 마음이나 영혼이다. 마음은 사람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격이나 품성이다.

작가정신이란 작가의 본성에 의해 사물을 어떻게 판단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이란 작가 자신이 지닌 본래적 성격이나 품성으로 어떤 사물을 표현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표현이란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므로 어떤 감정으로 어떤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파악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