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구의 음악칼럼]베토벤의 작품경향과 위대성
[정현구의 음악칼럼]베토벤의 작품경향과 위대성
  • 정현구 국제문화개발연구원 부원장/ 코리아 네오 심포
  • 승인 2015.09.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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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구 국제문화개발연구원 부원장/ 코리아 네오 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베토벤이 음악가로서 활동하던 시대는, 문화 활동의 중심축이 교회와 궁정을 벗어나 가정이나 살롱, 카페나 강당과 같은 공간을 음악회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유럽을 휩쓴 이러한 변화는 낡은 체제와 종교로부터 자율적인 원리의 이성과 그것에 기초한 과학을 상징한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베토벤이 이런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은 그가 20대 때 본 대학의 철학과 청강생이었던 시절부터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 또한 계몽주의 사상을 담아 베토벤만이 가지고 있는 작품의 독특한 특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 C.P.E.바흐(Carl Philipp Emanuel Bach, 1714 - 1788), 클레멘티(Muzio Clementi, 1752-1832), 하이든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의 작품 성향은 모차르트보다는 헨델과 글룩에 더 가까워졌으며, 모차르트의 작품과는 구조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그의 인생 마지막에서 그는 헨델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인물로 칭찬하였다.

또 베토벤은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의 평균율에서 파생된 조성의 특징과 그 색채감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음악학 학자들이 베토벤의 스케치북을 발견했을 때, 그 내용이 계속 바뀐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거의 77번이나 바꾸기도 하였다. 테마를 찾기 위한 길고 고통스러운 작업은, 노력의 결과로 기존 체계를 근간으로 해서 하나의 체계가 질서 정연하게 배치 된 것이다.

특히 베토벤은 중기(1803-1814)에 이르러 발전가능성이 높은 음악적 모티브를 가지고 주제를 만들어 악곡을 발전시키는 작곡 양식을 보여 왔다. 그 결과 그의 작품은 고도의 모티브 운영 방식을 보여주었고, 발전부는 유래 없는 길이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코다는 거의 ‘제 2의 발전부’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길이 상으로 소나타 형식에서 다른 부분과 동등한 구조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이전 시대에 쓰여 진 교향곡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극명해진다.

또한 베토벤의 작품에서 소나타 형식은 매우 중요한 형식이다. 그의 소나타 형식은 전과 달리 하나의 ‘고정된 틀’ 이라기보다는 음악의 진행 속에서 하나의 틀을 형성해가는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이고 있다.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은 바로「교향곡 제 5번」이라고 할 수 있다. 제 1악장 첫 도입부의 모티브는, 8분음표의 짧은 쉼표와 이어지는 4개의 음을 재료로 하여 다양한 기법으로 전 악장에 걸쳐 유기적 통일성을 가지며 전개된다.

이 모티브는 무한한 음악적 가능성을 내포한 지극히 단순한 최소단위의 요소로써 확대와 축소 및 리듬의 다양한 변형, 그리고 화성의 단순 도식 등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는 긴장감과 생기를 가지고 발전한다.

또한, 베토벤은 19세기의 음악에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남겼다. 당김음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였고, 넓은 의미에서 스케르쪼와 트리오가 구별되는 특징을 지녔으며, 반음계적 사용의 연장, 그리고 강약에 의한 구조적 움직임과 함께 대위적 화음을 강조시킨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되어야 할 점은 작품의 모든 요소가 필수적인 재료들을 통해 그 요소들을 구조적으로 결합시키는 유기적인 원칙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장대한 조성과 구조적 틀 안에서 방대한 변화, 자유로운 기법에 근거한 무수한 혁신, 조의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화성적 진행의 확대, 그리고 커다란 구조적 단위와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형식의 각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강화시켰다.

동시에 유연성과 융통성, 통일성을 보이는 음악적 처리는 그의 계승자들에게 남긴 베토벤의 위대한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