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데렐라’ 윤하①] 희망의 선순환(善循環)을 보여줄 줄 아는 가수 겸 배우의 정석
[인터뷰 ‘신데렐라’ 윤하①] 희망의 선순환(善循環)을 보여줄 줄 아는 가수 겸 배우의 정석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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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싱글 신곡 발표와 한국에서 뮤지컬 활동 병행하는 원동력은 무얼까
▲ "다양한 신데렐라의 면모 중 어느 하나만 강조하다 보면 충돌이 일어났다. 만일 신데렐라의 지혜로운 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왕자를 가르치는 신데렐라가 된다. 그렇다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해석하면 계모에게 구박을 받다가 왕자를 만나 행복해진다는 포인트가 살아나지 않았다" (사진제공=C9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신데렐라’가 국내에서 초연된다고 했을 때 ‘해 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하는데 더 이상 무엇이 새로울까’ 하고 시큰둥했던 게 사실이다.

고전 동화와 같은 설정으로 쭉 이어졌다면 절반은 자면서 관람했겠지만 ‘신데렐라’는 원작 동화를 그대로 반영한 뮤지컬이 아니라 원작을 비튼 뮤지컬이었다.

신데렐라가 착한 건 맞았지만 순식간에 드레스가 변하고, 12시가 넘어서 왕궁을 빠져나올 때 왕자에게 보란 듯 유리 구두를 계단에 놓고 달아나기까지 한다. 동화에는 없는 ‘끼 부리는 신데렐라’의 탄생이다.

그런데 뮤지컬 ‘신데렐라’가 개막할 당시 윤하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싱글 신곡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일이었다.

두 일정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윤하만의 에너지가 무얼까 궁금해서 인터를 추진하게 되었는데, 두 가지 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는 캐릭터를 분석할 줄 아는 힘이었다. 신데렐라의 이런 면까지 관찰할 줄 아는구나 하고 경탄할 정도로 윤하는 네 가지 측면으로 자신이 연기하는 신데렐라를 세심하게 분석할 줄 알고 있었다.

이 정도 분석력을 갖췄다면 일본 싱글 신곡 발표 활동과, 뮤지컬 활동이라는 두 동선을 달릴 때 충돌이나 모자람, 혹은 과한 부분이 일어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밸런스를 맞출 줄 아는 분석이 윤하 안에 있었으리라는 걸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그가 ‘희망의 힘’을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희망을 가지고 신데렐라의 노래를 부르거나 ‘뷰’를 부를 때, 윤하의 뮤지컬 넘버를 듣는 관객이나 청자(聽者)는 그가 뿜어내는 희망의 에너지를 덧입을 수 있었을 터. 이런 뮤지컬 팬의 반응이나 청자의 반응에 윤하가 더욱 힘을 얻고는 두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희망의 선순환(善循環)’이, 윤하 자신과 윤하의 팬으로부터 일어난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신곡 ‘뷰’를 발표하는 타이밍과 뮤지컬 ‘신데렐라’ 개막일이 겹쳤다.
“‘뷰’ 앨범의 수록곡은 예전에 작업한 노래가 많다. 창작적인 부분에 있어 제가 참여하는 부분은 뮤지컬하기 전에 완료된 상태였다. 활동 시기가 겹쳤다면 신곡 발표와 뮤지컬 둘 중 하나는 놓치기 쉬웠을 것이다. 일본 활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느 정도 뮤지컬 연습이 무르익었을 때 일본 활동을 진행해서 무리는 없었다.”

▲ "영화나 드라마도 함께 작품을 만드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배우들이 합심해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단체 생활의 묘미도 느끼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던 작업이 ‘로스트 가든’이었다. 신데렐라라는 과분한 역할을 맡아도 되는가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정말로 해보고 싶었다”(사진제공=엠뮤지컬)

-뮤지컬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전에 뮤지컬 ‘로스트 가든’에 참여한 적이 있다. 얼떨결에 데뷔한 셈인데 당시 뮤지컬에 참여하는 게 재미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도 함께 작품을 만드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배우들이 합심해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단체 생활의 묘미도 느끼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던 작업이 ‘로스트 가든’이었다. 신데렐라라는 과분한 역할을 맡아도 되는가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정말로 해보고 싶었다.”

-기존의 신데렐라와 뮤지컬 속 신데렐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대본을 받기 전에는 전형적인 신데렐라를 생각했다. ‘내게도 착하고 상냥한 면이 있을 테니, 이런 면만 잘 끌어낸다면 무리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본을 접해 보니 현대적 여성의 당찬 느낌과 전형적인 여성의 여성미, 신데렐라의 지혜로운 부분이라는 설정도 모자라 신데렐라의 엉뚱한 면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공주가 될 거고, 페루의 여왕이 될 거야’ 하는 대사를 보면 신데렐라의 엉뚱함이 나타난다. 이런 다양한 신데렐라의 면모 중 어느 하나만 강조하다 보면 충돌이 일어났다. 만일 신데렐라의 지혜로운 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왕자를 가르치는 신데렐라가 된다. 그렇다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해석하면 계모에게 구박을 받다가 왕자를 만나 행복해진다는 포인트가 살아나지 않았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신데렐라의 연기 맥락을 잡는 게 어려웠다. 집안에서 일 좀 하고 왕궁에서 춤만 추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동선에 있어서도 이렇게나 액팅이 많을 줄은 몰랐다.”

▲ "모든 노래를 만들 때 캐릭터를 꼭 만드는 편이다. 노래 작업을 할 때 남녀 캐릭터가 만나서 어떤 연애를 하고, 어떻게 헤어지나 하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걸 즐긴다. 그러다 보니 뮤지컬을 하면서 대본을 분석하는 게 그렇게나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사진제공=엠뮤지컬)

-연기는 할 만 하던가.
“댄스 가수가 아니라 가장 어려웠던 건 정서와 몸가짐이 같이 가야 하는 점이었다. 두 가지를 익숙하게 처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뮤지컬 무대에 많이 오르지 않았음에도 답변을 들어보니 캐릭터를 분석할 때 밀도 있게 분석하는 눈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사색하는 걸 즐기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노래를 만들 때 캐릭터를 꼭 만드는 편이다. 노래 작업을 할 때 남녀 캐릭터가 만나서 어떤 연애를 하고, 어떻게 헤어지나 하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걸 즐긴다. 그러다 보니 뮤지컬을 하면서 대본을 분석하는 게 그렇게나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 인터뷰 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