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15’ 조각,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담론 만드는 작업 필요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15’ 조각,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담론 만드는 작업 필요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1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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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리즘과 한국 현대조각의 전망’ 학술세미나 열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한국조각가협회가 주최하고 국제조각페스타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글로컬리즘과 한국 현대조각의 전망’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본 기사는 윤진섭 전시감독과 고충환, 김병수 미술평론가의 발제를 요약해서 기술함을 밝힌다.

윤진섭 전시감독은 ‘조각을 어떻게 음미할 것인가? 2015 조각페스타의 성격과 의미’라는 발제를 통해 조각페스타가 대중과 가까워지고 소통하기 위한 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20세기 초 추상미술이 등장하면서 현대미술의 문법은 난해해진다. 예술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고립되는데 조각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글로컬리즘과 한국 현대조각의 전망’ 학술세미나에서 발제하는 윤진섭 전시감독

이번 조각페스타가 주제로 내건 ‘조각을 음미하라’는 슬로건은 한국 조각가들이 조각예술과 대중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고 조각을 대중의 곁에 두게 하려는 적극적 의지의 표명이다. 조각페스타는 화랑이 집결한 아트페어가 아니라 엄선된 작가들의 조각을 통해 작가와 관객이 작품을 매개로 전시장에서 만나 즐기는 시각적인 축제의 장이다. 형식적으로는 구상과 추상, 반추성을 망라하고, 매체적으로는 입체와 설치, 미디어 아트와 회화적인 부조를 통해 관객은 현대 조각의 다양한 경향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글로컬리즘과 한국 현대조각의 전망’ 학술세미나에서 발제하는 고충환 미술평론가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현대조각의 경계와 탈경계’라는 발제를 통해 조각의 범주가 어떻게 확장 가능한가에 대한 담론을 다루었다. 조각의 본질은 양감과 질감, 물성이라는 세 가지로 구성된다. 공간을 차지하는 물질 덩어리라는 양감, 부드럽거나 날카로운 질감에 의해 구별되는 질료, 시멘트와 대리석으로 변별되는 물성이 조각을 조각답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이러한 조각의 특징에 탈모더니즘이 개입하면서 조각에 구멍을 내는 경우와 조각에서 좌대가 사라진 두 가지 경우가 조각의 범주를 확장시키고 조각의 의미를 갱신하고 있다. 구멍을 매개로 조각 자체가 공간으로 확장되고, 공간이 조각의 일부로 포함되고 연장된다.

조각에 구멍을 내는 게 조각을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라면, 조각에서 좌대가 사라짐으로 조각은 현실에 연결되고 현실과 연장될 수 있다. 조형예술을 일상과, 조각을 현실과 구별시켜주는 미학적 장치인 좌대가 조각과 결별한다는 건 조각이 현실의 일부가 되고, 현실이 조각의 부분이 됨을 의미한다. 좌대가 사라짐으로 조각이 현실을 매개하고, 현실에 개입하고, 현실을 간섭하고, 현실을 코멘트함으로 조각은 현실이 된다.

조각이 조각으로서의 장르적 특수성을 벗어나고, 조각과 다른 장르에 해당하는 것들을 구분하는 관습과 벗어남으로 조각의 범주를 확장하고 조각의 의미를 갱신하는 것이 요즘 현대조각의 추세다.

김병수 미술평론가는 ‘맛있는 조각: 조각은 현대미술인가 혹은 조각의 변용에 대하여’라는 발제를 통해 조각이 다른 장르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우리 시대의 많은 조각가들은 프랑스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요가 언급한 것처럼 클럽의 디제이가 되어가고 있다. 저서 ‘생산 이후’에서 니콜라 부리요는 다수의 현대 미술가들이 디제이와 비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예술작품을 포함하여 기존의 문화 생산물을 인용하고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생산하기 위해 그것들을 혼합한다는 의미다.

▲‘글로컬리즘과 한국 현대조각의 전망’ 학술세미나에서 발제하는 김병수 미술평론가

조각은 ‘예술 이후’의 세계에 살고 있다. 컨템포러리 아트로서 연금술은 지혜에 대한 사랑으로서 철학을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리불가능해 보이기만 했던 철학은 지속적으로 분화해 극소화의 세계로 진입했고 현실과는 관계를 희미하게 유지했다. 생산도 반영도 아닌 분과는 그 성격을 현대미술과 맺으면서 새로운 경계를 이룩했다. 조각은 이 모든 사이에 있는 예술이다.

윤진섭 전시감독은 세 발제를 종합하는 자리에서 “조각이 끊임없이 변신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만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조각은 곤혹스러운 경지를 맞이한다”며 “참신한 비평가를 양성하고, 담론을 만드는 이론가를 육성하는 두 가지 요소가 병행하면 담론은 만들어지고, 조각이 곤경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