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조개잡이’ 국립오페라단의 이상한 간담회 초청 기준
‘진주조개잡이’ 국립오페라단의 이상한 간담회 초청 기준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1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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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준 단장 재임 시절부터 고무줄 잣대로 초청...국립다운 공정한 기준 필요

지난 2월 한예진 전 국립오페라단장이 오페라계의 많은 저항에 직면하면서 결국 사퇴한 이후 김학민 단장 임명 시에도 여러 우려가 많았었다.

김 단장이 예술감독으로서 지난 15일 예술의전당에서 올린 첫 작품 '진주조개잡이'는 오페라전문가들도 인정할 만큼 순조로운 출발이다.

특히 레일라 역의 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가 구원투수가 되었다. 풍부한 성량과 감수성이 녹아든 가창력 덕에 커튼콜 때는 '무슨 뮤지컬 커튼콜에 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뮤지컬 부럽잖은 뜨거운 커튼콜 무대가 '진주조개잡이'였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국립오페라단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국립에서 운영하는 단체는 기자간담회를 시행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건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때 초청하는 매체를 가리지 말고 폭 넓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립이라면 모를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단체의 운영은 잡음이 없도록 매끄럽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진주조개잡이’의 한 장면(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그런데 가을 들어 최근 국립 산하 공연 기관단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두 건 발생했다. 하나는 ‘뿌리 깊은 나무’를 제작한 서울예술단이 이전 공연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출연한 차지연 배우의 인터뷰를 펑크 내는 큰 결례를 행한 것이고, 두 번째는 신임 단장이 새롭게 부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김의준 단장이 그랬던 것처럼 국립오페라단이 기자간담회를 초청하는 매체를 가리는 일이었다.

적어도 이소영 단장 재직 당시에는 기자간담회를 초청하는 매체를 가린 적은 없었다. 포털에 뜨건 뜨지 않건 골고루 문호를 개방하던 기관이 국립오페라단이었다. 한데 김의준 단장이 재직하면서부터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간담회를 열 때 초청하는 매체를 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자간담회에 초청되는 매체의 기준이 대형 포털 네이버뉴스에 뜨는 매체라고 한다면 국립오페라단은 ‘힘 있는 매체’ 혹은 ‘저명한 매체’만 기자간담회에 초청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 초청되는 매체가 꼭 네이버뉴스에만 뜨는 매체는 아니다. 네이버뉴스와 다음뉴스에 뜨지 않는 일부 매체는 국립오페라단 홍보팀이 보도메일을 통해 기자간담회에 초청하는 이메일을 보낸다.

▲ ‘진주조개잡이’의 한 장면(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그렇다면 국립오페라단이 기자간담회를 열 때 초청하는 매체의 기준이 모호해진다. 대형 포털에 뜨지 않는 매체도 초청하면서, 포털에도 뜨고 지면으로도 발행되거나 대형 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문화매체는 기자간담회 초청을 배제해버리는 이상한 초청 기준이 국립오페라단 내부에 상존한다는 이야기가 성립한다.

애매모호한 기자간담회 초청 매체 선정 기준이 김의준 단장 때에만 적용되었다면 지난 일이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에 신임 단장이 취임했다. 그러나 여전히 신임단장 취임 첫 간담회도, 이번에 올린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기자간담회 역시 이전 김의준 단장 때 초청되던 초청 매체 선정 기준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빈축을 샀다.

김의준 단장이 재임하던 당시 모 매체는 포털 뉴스에 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프레스를 발급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30분 동안 일어난 무대 사고를 해당 매체 필진이 네이버뉴스에 공개하자 그 이후부터 프레스를 발급하는 ‘웃픈’ 해프닝도 있었다. 대형 포털 뉴스에 뜨는 매체의 뉴스에는 민감하지만 그렇지 않은 매체의 뉴스는 국립오페라단 홍보팀이 소홀히 여겼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 ‘진주조개잡이’의 한 장면(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이제는 김학민 단장이라는 새로운 피가 국립오페라단에 수혈되었다. 그런데도 홍보팀은 김의준 단장 당시 일하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었다. 김학민 단장이라는 새로운 술이 국립오페라단에 왔다면, 홍보 역시 김학민 단장이라는 새 술에 맞는 새로운 부대를 구성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김의준 단장 시절의 그림자는 새로운 단장이 임명되었어도 어둡게 잔존하는 것이 작금의 국립오페라단의 홍보 전략인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