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대중화 시대의 사진에 대한 오해들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대중화 시대의 사진에 대한 오해들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5.10.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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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사진가

“큰 아버님! 가람이 장가가는 날, 결혼사진 좀 찍어줘요.”

지네 시숙이 사진가라 더 잘 찍을 줄 알고 부탁을 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다.예식장에서 찍는 분들이 훨씬 잘 찍는다. 잘 준비된 조명시설과 모든 과정을 훤히 깨고 있는 그들보다 어떻게 잘 찍을 수 있단 말인가?

옆에서 듣던 동생이 “나이 많은 형이 어떻게 결혼사진을 찍느냐”며 제수씨를 나무랐지만,
손자 같은 조카 찍는 일이 창피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사진 찍는 사람으로서 사진 찍는 일은 즐겁고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들보다 잘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결혼사진을 벗어난 장기간의 기록 프로젝트라면 모를까...

예식사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진들은 그 방면에서 숙련된 사람들이 더 잘 찍는다.
왜냐하면 사진가는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사진기를 통해 자기의 생각들을 담아 낼 뿐이다.

근래에는 다른 예술장르에서도 사진기를 활용하는 작업이 늘어남에 따라, 이미 회화와 사진의 경계마저 무너졌다.

사진기는 한낱 연필이고 붓일 뿐이다.

그리고 꼭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사진작가’라는 말을 제발 쓰지 말라는 것이다. 사진 찍는 사람들에 대한 경어로 하겠지만, 그렇다면 시인에게 시작가라고 말하는가?

작가라는 말은 창작을 하는 예술가 전체를 통칭하는 말인데도, 심지어 기자들까지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마추어 사진단체인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증에도 ‘사진작가증’이라 해 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니, 어찌 남 탓만 할 수 있겠는가?

그 다음의 오해는 사진이니까 얼마든지 프린트할 수 있다는 생각들을 대부분 한다. 물론 재미로 사진을 한다면 인쇄하듯 프린트해 나누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진가마다 한 컷의 사진에 몇 장만 프린트한다는, 판화처럼 에디션 넘버가 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벽에 걸어 둘 만한 사진들은 작가마다 그리 많지 않다. 또 그냥 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사진가는 뭣으로 입에 풀칠한단 말인가?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국민 모두가 사진기를 가진 이미지 홍수시대에 살아 그런지 남의 사진을 대수롭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상에 출처도 없는 사진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대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미지를 퍼 옮기고 있는데, 이건 이미지를 퍼가는 게 아니라 훔쳐가는 것이다. 아무리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출처라도 밝혀줘야 한다. 그게 예의다. 심지어는 굴지의 신문사에서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발목 잡히면, 큰 코 다친다.

그리고 개인작업과 연관 되어 주변 분들의 초상사진이나 일상사진들을 많이 찍는다. 그러니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은 찍었는데, 왜 뽑아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많은 사진들을 다 뽑으려면 할 일을 제쳐둬야 하거니와, 가난한 사진쟁이가 무슨 돈으로 그 많은 재료비를 충당할 수 있겠나? 물론 가까운 분들의 초상사진은 인화해 주기도하나 소설이나 시집들에 그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출판사를 나무라면 원고료 탐낸다는 소리 들을까 봐 그냥 넘어가는데, 심지어는 누가 찍었다는 출처를 밝히지 않는 곳도 있었다. 사진에 언제 누가 찍었다는 기록이 있으면, 그 사진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걸 왜 모를까?

이젠 세상이 바뀐, 전 국민 사진가 시대다. 가능하면,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활용하는 것이 최고다. 사진기도 무조건 비싼 것만 찾지 말고,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기면 그만이다.

행동보다 생각이 앞선 상태에서 무슨 주제든, 무슨 사물이든, 한 가지만 꾸준히 기록해 나간다면 그게 바로 역사가 되고 작품이 되는 것이다.


 

*사진가 조문호 선생은 30여 년 동안 사회 환경을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동아미술제’와 ‘아시안게임기록공모전’에서 각각 대상 수상. ‘전농동 588번지’, ‘87민주항쟁’, ‘동강백성들’, ‘두메산골 사람들’, ‘인사동 사람들’, ‘장날 그 쓸쓸한 변두리 풍경’ 등 열 여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저서로는 <동강 백성들> 포토 에세이집, <두메산골 사람들> 사진집, <인사동 이야기> 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사진집, <전농동 588> 사진집 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