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ulmn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4. 인성이 실력이다
[Culture Coulmn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4. 인성이 실력이다
  • 유승현 도예가/심리상담사
  • 승인 2015.10.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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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유승현 도예가/심리상담사

1. 행복한 감성교육이란
2. 정서를 읽는 기술 
3. 사교육에 대한 물음
4. 인성이 실력이다 
(1)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요즘 애들 버릇 없다’ 이집트 피라미드 석재안에 남겨져 있었다던 어느 인부 이야기로 이번 컬럼을 열어 보고자 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마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 말세다’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하니 고대시대부터 지금까지 시공간을 넘어 버릇없는 요즘 애들은 늘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버릇이란 윗사람에게 마땅히 지켜야하는 도리를 뜻한다.

버릇을 지키며 살아야하는 아랫사람들이란 화자로부터 심적으로 어린 대상일수도 있고 발달 과정중에서 기성세대의 잔소리가 유독 필요한 청소년일수도 있겠다. 화자의 일반적인 대상들, 성인들이 기대하는 버릇있는 자는 책임과 도리를 다하며 윗사람을 불쾌하지 않는 대상일터인데 과연 만인이 인정하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릴 적에 얼마만큼의 버릇이 있었을까?

교육청 상담실(WeeClass)에서 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의뢰받고 실행하다보니 전국의 다양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은 라포 형성만 잘되어도 목표설정에 따른 계획을 실행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 이미 그들의 장애를 이해하고 보호하려는 태도로 대응하기 때문에 세션 진행중 괴성을 지르거나 일반적이지 않게 버릇없는 모습을 보일 때도 진행자는 어느 정도 이것을 감안하고 이들을 대하게 된다.

하지만 행동장애로 분류된 청소년의 경우 일반적인 청소년들과 차이가 있는 행동양상을 문제로 분류하게 되고 과오를 범한 부분과 함께 지도자에게 보여지는 태도로 평가하다보니 상황에 따라서는 불량스러운 모습 때문에 큰 문제로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 초기 경미한 문제에 비해 학생들의 인성부분에 제동이 걸리니 그것을 담당하는 교사의 처사에 따라 해결 방향은 천차만별이다.

최근 경기도내 특성화고등학교 한 곳을 다녀왔다. 일찍 도착했더니 점심시간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오르는 길에 많은 커플들이 복도 양끝에서 짧은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인문계고교에 비해 입시스트레스보다는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기에 쉬는 시간은 부담없이 쉬는 듯 하다.

여학생의 스커트는 허리 밑 10cm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짧고 입술은 유행하는 틴트를 벌겋게 발라 촌스러운건지 귀여운건지 분간이 안간다. 그래도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표정은 다양하게 행복해 보인다.

교사들이 나타날 리 없는 점심시간에 화끈한 그 길을 걷는 어른, 필자에게 아이들은 인사도 넙죽 잘하고 마치 미국 청소년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밀착연애가 너무 당당했으니 어른으로서 끈적거리게 붙어있는 이 아이들을 뜯어 놓아야 맞는 건지 인사성 밝은 이들을 칭찬해야 하는 건지 잠시 헷갈리는 상황속에서 솔직한 필자의 심정은 웃음이 나왔기에 미소로 화답하고 상담실로 향했다. 아주 잠시였지만 현시대를 반영하는 인상 깊은 복도로 기억이 난다.

상담실에서 모여 있는 학생들은 교내흡연이 문제가 된 고3학년 남학생들로 교복을 입었어도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체격좋은 8명에 둘러 쌓여 앉으니 내 몸이 외소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당당한 그 기세에 주눅이 든 건 학생들이 아니라 기성세대인 필자였다.

“니들 곧 졸업인데 담배는 왜 걸렸어?” 담배를 왜 피웠냐고 해도 션찮을 판에 걸린 것을 지적하자 제대로 공감하는 눈치다. “학교에서는 피지 않는게 좋겠다. 숨어서 필테면 제대로 숨어라. 몇 달 남지도 않았는데 꾹 참고 졸업 후 실컨 펴라. 허나 비싸지 않느냐. 정자수가 줄을 수 있다는데 어쩔래? 좋아하던 사람이 담배를 펴서 뽀뽀하기도 싫었다....”등등 눈치를 살피며 학생들의 속이야기를 이끌어 내느라 온갖 시도를 다 해보았다.

결론은 싫어하는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해서 버릇없게 굴고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 이들의 첫 번째 목표였다. 또한 이미 니코친의 영향으로 시간당 피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이들의 답이다.

물론 학교는 금기시되는 것을 절제시켜야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낼모레 졸업을 하더라도 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학교와 학생들의 관계는 톰과 제리처럼 늘 쫓고 쫓기는 신세다. 시청률은 자극적일 때 높을 수밖에 없는데 어쩌면 관심 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아이들 일수록 각종 문제 소재를 만들어내고 어른들의 잔소리 뇌파를 자극하는 등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자극적인 소재는 점점 나쁜 습관으로 고착되거나 버릇이 되어 버리는거다. 이 그룹은 주1회 10회기를 만났는데 첫날부터 친밀감이 꽤 높았기에 헤어디자이너부터 웹마스터 산업디자이너까지 각자의 꿈과 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저기서 혼만 나던 아이들의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로 표현해주고 공감해주는 윗사람에게는 아주 버릇있게 대하던 요즘 아이들을 만나고 왔다.

인성교육 진흥법이 2015년 7월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당연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하다니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할 말도 많다.

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사회발전에 이바지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지만 학생들의 인성이 강화되기 전에 한사람의 능력을 입시평가에 반영됨으로 또다시 인성 사교육 바람이 불지 않을까 우려함도 생긴다.

인성법은 도덕적 덕목(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갈등 해결 등)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갑자기 생겨난 인성법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대체 어떤 인성의 소유자가 무슨 근거로 평가 할 것인지 의구심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불안정한 현시대의 요구로 생겨난 인성법이라면 질적으로 납득이 갈만한 평가기준과 그에 준한 감독, 실행자들의 인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관심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국청소년교육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경희대 명예교수 조만제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 땅의 청소년들을 인성 덕성 지성을 지닌 전인적인 사람으로 육성하되 긍정적 사고방식과 목표적,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는 그들을 전략적으로 키워 내야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꿈을 갖도록 하고 독서교육을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르도록 하라” 아마도 이 문장은 모든 부모가 꿈꾸는 이상적인 자녀교육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심오한 문장이다. “오랜 실행을 하다보니 한계를 발견했다. 그 아이를 관리하고 있는 부모와 조직을 이끌고 있는 교사의 변화 없이는 아이의 성장은 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교사교육과 부모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라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여기에 깊은 공감을 하는 바이다. 인성교육이라는 것을 법으로 정해놓고 실현시킨다하여도 한 사람을 완성시키기에 꼭 필요한 보호자와 수많은 교사의 바른 인성이 필요한 것이다.

버릇 있는 아이들을 꿈 꾼다면 버릇 있는 부모와 버릇있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인성교육법이 시행된 후 구조적인 메뉴얼이 전무후무한 인성교육을 우린 어떤 방식으로 요즘 아이들을 평가할 것인가? 그저 인성교육법의 실시로 샛노란 염색머리를 잡아내고 짧은 스커트와 흡연하는 아이들만 잡을 것인가?

인성교육부에서 학교지침이나 방침에 의거하여 문자로 오는 벌점 점수에 한숨이나 쉬는 부모도 많을 것이다. 구조적인 곳에서의 인성교육은 숫자를 줄이고 늘이는 것 뿐이다.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인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우리에겐 지속적인 연구과제다.

인성교육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목적을 갖고 학교 자료에 남기는 사례로 인성교육이 행해진다면 우리시대는 좋은 인성이 충분히 잠재되어 있는  괜찮은 아이들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른들이 원하는 버릇 있는 요즘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도덕적 덕목(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갈등 해결 등)은 머리 파묻고 공부만 해서는 절대 될 것이 아니며 이 항목에 골고루 제동이 걸려봐야 올바른 인성을 생동감 있게 취득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단 버릇 있는 어른들 옆에는 버릇 있는 아이들은 당연히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땅에 인성교육 진흥법이 성공하려면 올바른 교사교육과 부모교육이 먼저다. 고대나 지금이나 버릇 있는 어른들을 아이들도 본받게 마련이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성이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