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올드위키드송’ 모자랄 것 없는 제자에게 스승이 필요한 이유
[칼럼] ‘올드위키드송’ 모자랄 것 없는 제자에게 스승이 필요한 이유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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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 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가를 묻는 연극
▲ ‘올드위키드송’의 한 장면(사진제공=쇼앤뉴)

‘변호인’과 ‘7번방의 선물’, '신세계‘ 등 영화 제작에 있어서는 ‘한끝발’ 하는 제작사 NEW지만, 뮤지컬에는 손을 대본 적이 없는 영화감독 장진에게 NEW가 야심차게 기획한 뮤지컬 ‘디셈버’의 진두지휘를 맡겼다가 혹평의 쓰나미를 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적이 있다.

천하의 김준수가 출연한다 해도 작품의 퀄리티가 따라주지 않아 준, 김준수의 비운의 작품이 되고 만 최초의 작품이 ‘디셈버’였다.

하지만 NEW만 그랬던 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주름을 잡는 SM C&C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도 막상 뮤지컬 데뷔작을 내놓았을 때에는 작품의 퀄리티에 있어 함량 미달이었던 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 이후로 NEW는 공연을 만듦에 있어 뮤지컬 제작과 같은 대형 기획보다는 위험 부담이 적은 연극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NEW의 계열사인 쇼앤뉴가 이번에 세 번째로 만든 작품은 ‘올드위키드송’, 그런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처럼 창작제작물이 아니다. 라이선스 연극을 들여왔다.

이는 NEW가 ‘디셈버’처럼 아니 만드니 못한 공연을 만드느니 해외에서 검증된 작품을 들여오겠다는 안전주의와도 맥락을 같이 함과 동시에,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창작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한 다면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사제간의 관계는 제자의 모자란 재능이나 지식을 스승이 채워주는 ‘도제’의 관계로 보기 쉽다. 하지만 스승인 마슈칸과 제자인 스티븐에게는 음악적인 테크닉을 전수하는 도제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 ‘올드위키드송’의 한 장면(사진제공=쇼앤뉴)

스티븐에게는 음악적인 결핍이 없다. 음악적인 테크닉으로는 흠 잡을 데 없는 제자라면 왜 스승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스티븐의 높은 콧대를 꺾어주기 위한 ‘교만 제거용’ 처방전으로 마슈칸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적인 영감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음악을 듣는 청자(聽者)의 입장에 음악가가 서 볼 필요가 있다.

청자를 고려한 음악을 연주할 수만 있다면 테크닉적인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음악적인 감성의 숨결이 느껴질 수 있기에 스티븐에게 있어 마슈칸이 필요했던 것이다. 청자라는 ‘역지사지’를 느끼게 해 줄 유일한 교수가 마슈칸이기에, 스티븐과 마슈칸의 관계는 결핍된 재능을 채우는 사제 관계가 아니라, 또는 영화 ‘위플래쉬’의 관계가 아니라, 제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재능을 일깨워주도록 만드는 ‘굿 윌 헌팅’과 궤를 같이 하는 연극으로 분석 가능하다.

그렇다고 ‘올드위키드송’이 사제 관계에만 천착하는 연극은 아니다. 이 연극은 민족주의적인 아픔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마슈칸은 고통이 결여된, 외세의 침략을 받아보지 않은 민족에게는 깊은 음악적인 숙성이 배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 ‘올드위키드송’의 한 장면(사진제공=쇼앤뉴)

이웃의 강대국에게도 시달려 보고 민족적인 아픔도 배어 있어야 훌륭한 음악이 나온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마슈칸의 견해는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숨기고 있던 스티븐의 고뇌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음악을 통해 마슈칸과 스티븐은 사제로 맺어지면서 동시에 정면으로 만나기를 꺼려왔던 민족적인 아픔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부여받게 된다.

‘올드위키드송’은 관객으로 하여금 관객이 살아오면서 심연 가운데 묻어놓았던 트라우마 혹은 어둠과 정면으로 마주할 만큼의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가를 객석에 묻는다. 마슈칸과 스티븐처럼, 내면의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조우할 수 있도록 북돋워줄 때 개개인의 어둠은 평생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11월 22일까지 관객을 맞이한다.
R석 38,500원 S석 24,500원
화-목 오후 8시 / 금 오후 4시, 8시 / 토, 공휴일 오후 3시, 7시 / 일 오후 3시 (월 공연 없음)
*11/22(일) 3시,7시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