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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의 일본속보]국정교과서, 왜곡의 역사는 열등의식의 발로인가?
限많은항일의병과 재외동포를 잊어선 안된다
2015년 10월 20일 (화) 01:59:46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sctoday@naver.com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①한일 양국에서 역사 문제로 뒤숭숭한 요즘, 몇 년 전 L.A. 강연에 갔을 때 텍사스에서 오셨던 어느 항일 의병장의 후손이 탄식하며 뇌이던 말이 생각난다.

그의 조부 왕산 허위선생은 구한말 경북 구미 출신의 유학자로 평가를 받아 당시 조정의 평리원 재판장, 의정부 참찬 등에 오르나 친일파 세력이 득실거리던 조정을 뒤로한 뒤 항일의병대장으로 활동 중에 밀고로 일본군의 기습을 받고 체포당한다.

한국주차군헌병대의 아카시 모토지로(明石元二郎,육군사관학교 출신. 당시육사교장은 명성황후 살해 지휘를 맡았던 미우라 고로. 데라우치 초대총독의 브레인. 타이완총독재임 중에 사망. 화족)사령관이 그를 취조하면서 왕산의 인물됨을 알고 이토 히로부미에게 살려주자는 의견을 내지만 결국 1908년 9월, 서대문형무소 사형수 1호로 교수형에 처해진다.

사형수의 친인척까지 범죄자 취급을 받던 그 시대, 가족들은 살기 위하여 조국땅을 떠나 연해주나 중국 등지로 흩어졌는데, 세월이 흘러서 그토록 그리던 후손들 10여명이 모였건만 사용하는 언어가 모두 달라서 대화 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한다.

   
▲허위 선생 장손녀 허로자씨(오른쪽)및 친척,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에서 한국으로

나라를 되찾고자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고 목숨을 걸었던 할아버지의 희생의 결과가 참혹했던 설움의 이방인 생활과 서글픈 해후였음을 통탄하던 그의 떨리던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필자는 도쿄로 돌아오자마자 황궁 서릉부에 보관된 항일의병장들의 사진을 모으고 당시 허위선생을 체포 후 취조했던 아카시 사령관의 유족 등을 통해 자료를 모아서[왕산 허위의 체포 후의 동향 고찰(旺山許蔿の逮捕後の動向考察)]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문헌들로 넘치는 좁은 방에 자료를 다 펼칠 수 없어서 학교 근처의 수험생용 호텔방에 자료를 옮긴 뒤, 며칠 동안 두문불출하며 논문 집필에 몰두했다. 대한제국의 국권이 넘어가는 어이없는 과정들을 사료를 통해 확인할 때 마다, 나라를 찾으려 죽음으로 투쟁하던 사람들도, 나라와 의병들을 넘겨주고 밀고하던 사람들도 같은민족이었기에 이 저주스런 동족의 비극에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서대문형무소의 순국열사 패널에 새겨진 허위 및 이강년 등의 의병장들

주로 일본 사료, 자료를 중심으로 읽었기에 대한제국이 병합되는 과정을 시종일관 취재했던 일본인 기자들이 드디어 조선땅을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며 쾌재를 표하며동족을 팔아넘긴 자들에 대한 조소어린 비아냥을 기술한 것을 읽을 때, 어리석은 탐욕자들을 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당시 경무총장까지 겸했던 아카시 사령관이 1910년(메이지43년)6월24일, 창덕궁에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있던 스모선수들을 불러서 황제(순종)와 조정 대신들을 관람시키는 사이에 박제순 내부대신과 비밀리에 한국의 경찰권을 일본에 위임한다는 중대조약을 조인했다 (『老開拓士が贈る 半島裏面史』250쪽)는 내용을 확인할 때이성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1906년, 이토 히로부미 통감(가운데) 착임 피로 원유회 입장, 사진은 서릉부

1908년의 의병과 일본군이 교전을 가졌던 횟수가 1976건, 참가했던 항일의병만 해도 82676명(文国柱編『朝鮮社会運動史事典』100쪽)이나 되었던 격한 항일 의병전에 일본은 수많은 동족 밀고자를 고용하여 의병 총대장이었던 허위선생을 체포, 처형하였던 것이다. 그런 그의 우직한 애국충절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구미에 [왕산 허위선생 기념관]이 설립되었고, 지금도 다양한 역사교육의 기획으로 그 뜻을 알리고 있다.

한편, 구미시에는 또 다른 인물의 생가가 있다.  박근혜 현 대통령의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1917-1979)의 생가이다. 구미시에서는 2017년이 박 전 대통령 생탄 100주년을 기념하여 [탄신제] 사업비 증액 등 수백억원 투자와 더불어 애국지사(허위) 사당 설립을 둘러싼 의회 논의가 큰 논점이 되고 있다.([구미 IT뉴스]6월10일편 참조).

대한민국의 5,6,7,8,9대 대통령을 맡았었고,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만큼 그 사회적 영향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도 항일의병 연구를 위해 구미에 들렀을 때 그 두 곳을 방문하였던 기억이 있다

   
.(구미의 왕산 허위선생 기념관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한 사람은 타민족의 침략지배에서 잃어가는 국가를 되찾으려다 사형을 당했기에 집안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어렵게 살아왔고, 한 사람은 되찾은 나라를 폐허에서 일구려고 재일동포들의 기업과 자본 유치 등의 도움을 받으며 한국 사회 발전의 기틀을 다져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인물이니 가히 구미의 자랑이자 지역의 자부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구미시의회는 [박정희탄신제와관련된사업]을 기획하고, 국토부에서는 구미까지 광역철도를 추진하는 등,  2017년의 생탄 100주년 기념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는 듯 하다.

이 두 곳을 보면서,세계 각지의 위인들 생가를 방문했던 필자로서는 단순히 소박했던 모택동 생가나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오버랩 되었고, 자연 속의 친환경적 분위기가 잔잔한 기억으로 남았기에 화려한 겉치레보다는 녹림속 집들이 되려 친근감을 주는 사적지라는 느낌을 가졌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화려함 보다 클로드 모네의 숲이나 윌리엄 워즈워드의 언덕집이 편했던 것은 바로 그런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성장한 인물들에 대한 인간미에 끌렸고, 언제든지 방문해서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결국 개개인으로 태어났지만 역사적 인물들이기에 그들의 뜻과 업적을 기리는 곳을 돋보이고 부각시키려고 지나친 미화를 하다보면 되려 위화감과 거리감을 가질 수 있기에 더이상 웅장한 장식보다는 원래의 형태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 그와 더불어 최근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한일 양국 관계자들의 의견을 접하다가 참으로 씁쓰레한 모순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 현 대통령도,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존재하기에 대통령 직무에 임한 것이고, 강한 국가주의 및 민족주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정책을 펴왔다. 그리고 의병대장 허위 선생 기념관과 10분 거리에 현 대통령의 아버지의 생가가 자리한다. 모두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에 목숨을 걸었던 인물들이리라.

그런데 어떻게 내년 초등학교 5학년의 국정 사회교과서에 자국의 외교권이 강탈당하여 나라가 넘어간 [을사늑약]이 [강요]된게 아니라 [성공적 마무리]로 기술될 수 있는지, 의병 [학살]을 일본군이 표기하던 [토벌]로 기술될 수 있는지, 식민지 통치 지배하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일본에 쌀을 공출해 간 것을 마치 현대 국가간의 무역관계 처럼 [수출]이란 표현으로 버젓이 적혀진 내용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주입시킬 이런 어이없는 짓을 용인할 수 있는 것일까?

필자는 자국이 식민지화 된 것을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다고 기술한 책이 대한민국에서 나올 줄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 했다. 필진들의 조상이 일제강점기의 특권층이었거나 의병 학살 관계자였기에 조상의 합리화를 의도한 것일까?

적어도 일본 땅 곳곳에서 내 동포들의 주검과 고통의 흔적을 발로 확인하며, 일본인 가해자들의 눈물을 통해 피해자의 아픔을 재확인해 왔고, 그런 사실들을 교단에서 가르치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 온 필자로서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밝혀진이 경악할 내용을 접하면서 또다시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허위 선생을 비롯, 수 많은 항일 의병들이 나라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 비참한 환경 속에서 발버둥쳐 왔던 근대사가 있고, 내 나라에서 가난을 이기지 못해 현해탄을 건너가 뼈에 사무치도록 서러운 차별과 싸우며 한두푼 모은 돈으로 조국을 지원해 온 재일동포들을 비롯한 수 많은 해외 동포들을 생각한다면 농담이라도 그런 표현이 대한민국의 국정 교과서로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2편에 계속)

▶2편기사 보기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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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ak
(190.XXX.XXX.210)
2015-11-28 05:56:11
My probelm was a wal
My probelm was a wall until I read this, then I smashed it.
전체기사의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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