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오넬라의 백조’ 시벨리우스가 핀란드의 전설과 만날 때
‘투오넬라의 백조’ 시벨리우스가 핀란드의 전설과 만날 때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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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을 지키는 백조라는 의미 몰라도 얼마든지 관람 가능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투오넬라의 백조’ 프레스콜이 열렸다. ‘투오넬라의 백조’는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축제를 펼치는 핀란드와 한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작 프로젝트. 클래식 명곡으로 잘 알려진 시벨리우스 음악을 동시대성의 움직임으로 재해석한 유니크하고 흥미진진한 무대를 선보인다.

▲ ‘투오넬라의 백조’중 한 장면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빌레 왈로는 이번 작품이 백조를 소재로 한 것에 대해 “백조는 핀란드에서 죽이는 것이 불법일 정도로 영적인 새로 인식된다”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미지로 백조가 비춰지길 바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투오넬라’라는 낯선 고유명사가 등장한다. 투오넬라는 핀란드어로 ‘황천’, 즉 저승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렇다면 ‘투오넬라의 백조’라는 제목에서 백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빌레 왈로 연출가는 “이승에서 지하 세계로 가는 관문에는 백조가 지키고 있다. 삶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지하 세계로 갈 수 있다”며 백조가 저승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는 걸 표현했다.

▲ ‘투오넬라의 백조’중 한 장면

우리가 발레 <왕자호동>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를 알아야 하듯, ‘투오넬라의 백조’ 역시 핀란드의 전설을 참고로 만들어졌다. 빌레 왈로 연출가는 핀란드 설화에는 레민카이넨이라는 영웅이 있다면서 “레민카이넨은 투오넬라의 백조를 잡는 것에 실패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며 “그의 사지는 조각이 나서 강에 뿌려지지만 레민카이넨의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을 거두고 꿰어 맞춰서 다시 살거나, 살아나지 못한다는 두 가지 결말이 있다”는 전설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 핀란드의 설화를 숙지하고 가야만 할까. 이에 대한 빌레 왈로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전설을 모른다고 해도 공연이 열리는 나라의 문화와 정신으로도 이해 가능한 국제적인 각도에서 관람했으면 한다”면서 “핀란드의 전설 흐름대로 가는 공연이 아니라 전설의 이곳 저곳에서 따 왔다. 관람객의 삶과 문화와 연결시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 ‘투오넬라의 백조’를 연출한 빌레 왈로(왼쪽은 한국 통역가)

‘투오넬라의 백조’에는 배가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를 국제적인 시각으로도 볼 수 잇다는 빌레 왈로 연출가는 “시리아 난민을 보면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올 때 험난한 여정을 거치는 것처럼, ‘투오넬라의 백조’를 보면 투오넬라 강으로 오기까지 험난한 삶의 여정이 묘사되어 있다”며 이 공연을 핀란드 전설 외에도 다른 시각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감명을 주는 공연 가운데 하나는 ‘부채춤’이다. 그런데 ‘투오넬라의 백조’에는 ‘부채’라는 오브제가 등장한다. 빌레 왈로 연출가는 “부채 소리는 백조의 날개짓 소리와 흡사하다”면서 “부채는 한국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유럽 상류 계층에도 의미가 있었다”며 부채라는 오브제가 한국과 유럽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로 통용된다는 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