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던 증도가자 결국 가짜로 밝혀져, 씁쓸한 뒷맛 남겨
표류하던 증도가자 결국 가짜로 밝혀져, 씁쓸한 뒷맛 남겨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10.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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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짜 통보’ vs 문화재청 '묵살' 로 기관 대립까지
▲가짜로 밝혀진 증도가자

그동안 문화재 지정을 놓고 논란을 빚어 온 증도가자가 가짜라는 판정이 나면서 문화재청이 이를 묵살했다는 논란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문화재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가짜로 밝혀진 이후의 행보에 대해 기관 대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7일 자로 한 매체가 보도한 「문화재청 ‘증도가자는 가짜’ 통보 묵살」보도에 대해 문화재청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은 ‘증도가자는 가짜’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통보를 문화재청이 묵살했다는 보도에 대해 지난 6일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 업무 협의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려활자 진위 여부 분석 연구 결과’를 전해 들은 이후 조사 결과의 공유를 두 차례 구두로 협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0월 26일 이후 협조공문 등 정식절차를 밟아 줄 것을 요청해 왔으나 지난 7일 개최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이하 조사단)의 제작기법 분야 회의 시에는 분석결과를 제공받지 못해 공식적인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 목판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와 가짜로 밝혀진 증도가자

문화재청은 27일 매체의 보도 이후 문화재청이 금속활자 101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문화재청은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를 위해 지난 6월 문화재위원회(동산분과)에 조사단을 구성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7일 개최된 조사단의 제작기법 분야 회의에서 X-ray CT 촬영을 포함한 전수조사를 이미 의결한 상태로(붙임 참고), 관련 일정에 따라 분야별 조사를 추진 중에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CT 검증을 위한 장비나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보도에 대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CT 등 관련 장비와 함께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검증 참여 여부는 조사단에서 그 필요성과 연구역량 등을 면밀히 검토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문화재청이 사과 없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 결과를 깎아내렸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결과는 앞으로 진행되는 검증 작업에 참고할 계획으로 , 지난 27일 배포한 해명자료는 문화재 지정조사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진위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조사단에서 제시한 의견에 대해 합리적․과학적․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지정 조사를 추진할 예정임을 거듭 밝혔다.

한편 증도가자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지난 2010년 9월 2일이다. 서지학자인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한 금속활자 100여 점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2점이 1377년 활자본으로 간행된 직지보다 훨씬 앞선 13세기 초의 금속활자인 '증도가자'(가칭)임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당시 남교수는 증도가자는 1232년 이전에 경기도 개성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라고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는 목판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1239년·이하 증도가,보물 758호·삼성출판박물관 소장))'가 증도가자로 찍혔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가 증도가자가 '진짜'라고 처음 공개할 당시 위작 가능성을 두고 학계에서는 논란이 분분했다. 출토지와 출처가 불분명한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언론 및 대중의 관심 속에 탄소연대 측정 등을 통해 진위 논란은 어느 정도 잦아든 듯했으나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 결과 가짜라고 밝혀진 것이다.

이은영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