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 “한국 성악가, 경이롭다는 표현 나올 정도로 불어 잘 해”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 “한국 성악가, 경이롭다는 표현 나올 정도로 불어 잘 해”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1.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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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연출가 존 듀와 윤호근 지휘자가 손잡은 역작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종합연습실에서 오페라 ‘파우스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파우스트’는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야심차게 기획한 작품. 유럽에서 활약하면서 전 세계 각지에서 170여 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 베테랑 존 듀 오페라 연출가와,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 슈타츠 오퍼’에서 부지휘자로 활약한 윤호근 지휘자가 손을 잡은 작품이다.

▲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오페라 ‘파우스트’ 제작발표회 중 하이라이트 시연 가운데 한 장면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존 듀 오페라 연출가를 마음에 두고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연출가가 드러나기보다는 오페라 작품의 의미를 끌어낼 줄 아는 연출가라 함께 작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작년 봄”이라고 밝혔다.

‘파우스트’ 하면 독일 오페라로 연상하기 쉽다. 문학작품의 원류인 괴테의 모국이 독일이기 때문. 하지만 오페라 ‘파우스트’는 독일 오페라가 아닌 프랑스 오페라다. 괴테의 문학 작품에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구노의 음악이 가미된 프랑스 오페라. 존 듀 오페라 연출가는 “프랑스 오페라를 처음으로 알게 만들어준 오페라가 ‘파우스트’였다”고 소개했다.

▲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오페라 ‘파우스트’ 제작발표회 중 하이라이트 시연 가운데 한 장면

프랑스 오페라를 소개하는 한국 성악가의 프랑스어 실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걱정 붙들어 매도 될 만한 역량을 우리 성악가들이 가지고 있다. 존 듀 오페라 연출가는 “프랑스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에 가서 ‘파우스트’를 한다고 했을 때 자신들이 한국에 가서 불어를 가르쳐 주면 안 될까 할 정도로 걱정했지만, 한국 성악가들은 경이롭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불어를 잘 한다”라며 “이렇게까지 불어를 잘 한다는 점에 놀랍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파우스트’는 오페라 원작 그대로 가는 것일까. 윤호근 지휘자는 이에 대해 “원래대로 무대화하면 음악만 3시간 45분이 소요되고 무대 전환까지 합치면 4시간이 넘는 대작이다. 심지어 프랑스 파리에서는 5시간 15분이 소요되었던 작품”이라며 “하지만 서울시오페라단 버전으로 만든 이번 오페라는 2시간 30분이 음악, 20분 휴식까지 합쳐도 3시간이 안 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오페라 ‘파우스트’ 제작발표회의 통역가와 존 듀 오페라 연출가, 윤호근 지휘자와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예술감독(왼쪽부터)

존 듀 오페라 연출가 역시 윤호근 지휘자와 같은 생각이었다. “‘파우스트’는 하나의 버전이 아니다”라며 “초연을 위해 만들어진 버전이 계속 변형된다. 각 극장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수정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우스트’는 유럽 전통에 바탕을 두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괴테에 의해 쓰이기 전에도 전통 구전이 있었으며 심지어는 파우스트가 실존 인물이었다는 설도 있다”는 존 듀 오페라 연출가는 “‘파우스트’는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악은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는가를 다룬다”고 ‘파우스트’를 심층적으로 이야기했다.

▲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오페라 ‘파우스트’ 제작발표회 중 성악가들에게 디렉팅하는 존 듀 오페라 연출가

그렇다면 악을 두려워해야만 하는 존재일까. 존 듀 오페라 연출가의 대답은 “유럽 전통을 보면 악마를 희화화해서 표현한다. 괴테의 작품만 보아도 코믹한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무대에 올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시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해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연출가 존 듀와 윤호근 지휘자가 손을 잡은 서울시오페라단의 창단 30주년 기념작인 ‘파우스트’는 2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