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낯설게하기]N포세대가 받아들이는 금수저 논란
[대중문화낯설게하기]N포세대가 받아들이는 금수저 논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11.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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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삼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라는 슬픈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민낯이다. N수 무한대, 얼마만큼 포기해야 할지 모르는 사회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 청년들이다.

다양한 재능과 능력 사이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것도 서러운데, 인생에서 필수적일 수 있는 것들까지 포기 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N포 세대에게 기성세대들은 노력하지 않고 먼저 포기하려한다며 자성을 촉구한다. 하지만 무엇이 선인지 후인지 알 수 없을만큼 현실은 팍팍하다. 그리고 청년들은 상처받고 있다.

이러한 적나라한 현실은 웃지 못할 기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청년들이 성공적인 연애를 위해 카톡과외를 받는 현상이 그것이다. 20-30대 청년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썸톡 코치”는 소위 썸을 타는 상대에게 어떤식으로 카톡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지, 또 받은 메시지의 의중은 무엇인지 상담 및 조언을 받는 현상이다.

N포 세대는 더는 연애를 위해 낭비할 감정도 시간도 돈도 없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의 연애를 카톡 메시지에 가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청년들은 학창 시절부터 스펙을 쌓기 위해 다양한 과외 활동과 부모의 보호아래 많은 것을 누려왔다. 때문인지 스스로 무엇을 성취해내는 기쁨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이다. 고 스펙이 가져다 줄 환상은 이미 사라졌고, 남은 것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 할 수 없는 수동성 뿐일까? 자조섞인 넋두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은 소위 “금수저 논란”으로 뜨겁다.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아버지의 후광 덕에 유승호의 상대역에 캐스팅 된 것이다. 조혜정은 올해 초부터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어느정도 얼굴을 알리고 인기를 얻자 그녀는 갑자기 드라마의 주조연급으로 급부상하더니 급기야 주연 자리까지 꿰차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성공(?)이 그야말로 유명 배우 아버지 덕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동안 연극 활동, 엑스트라, 단역을 해오며 연기를 준비했다는 그녀의 노력은 이미 잊혀졌고, 대중들은 단순히 아버지 빽=캐스팅이라는 공식을 세워 그녀를 비난하고 있다.

조재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논란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크게 당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혜정 또한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녀에 대해 드라마에서 하차해야 한다, 혹은 연기력으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등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의 상처들로 힘들어 하는 청년들에게 “금수저"에 대한 여론 악화는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현실의 엑스트라 같은 청년들은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고군 분투하고 있다. 반면 노력없이 쉽게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금수저'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 한것. 가장 억울한 것은 현실이라는 굴레에서 옆구리가 터지는 청년들 자신인 것이다.

어쩌면 혜정이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다. 자신의 꿈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십분 노력을 하였고, 부모의 비호를 받으며 스펙을 쌓아온 청년이다. 스스로 꿈을 이루려던 꿈은 현실에 부딪혀 꽤 오랜 시간 좌절을 맛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소중한 꿈을 다른 청년들은 과외를 받을지언정 스스로 해결 해 보려 노력했다면, 조혜정은 쉽고 빠른 아버지 파워를 이용하였다. 그것뿐이다.

누가 올바르고 누가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전자이고, 무엇이 후자일까? 단순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쉽고 빠른 길로 스타가 되려 했다고 조재현 부녀만을 비난할 수 있을까? 현실의 문제점은 금수저들에게도 적용된다. 다만 차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 한다는 것. 그래서 그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또 이를 바라보는 청년들은 그저 상처만 늘어날 뿐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 그것 뿐이다. 하지만 그 세상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그 세상, 만나 볼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