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축제’의 명칭, 이대로 좋은가?
[김승국의 국악담론] ‘축제’의 명칭, 이대로 좋은가?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 상임부회장/시인
  • 승인 2015.11.0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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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 상임부회장/시인

  오늘날 전국 어디에서나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각양각색의 축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전국의 지역 축제가 무려 7~800여개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가히 ‘축제의 나라’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고 가·무·악(歌·舞·樂)을 즐기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전국 어느 곳에 가도 노래방이 성업(盛業)하고 있으며, 관광버스 안에서 노래하며 춤추는 것을 금지할 정도로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우리의 민족성이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높여주는 주요 요소가 되기도 하고 많은 축제가 생성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 많고 많은 축제 중 전시성, 소모성 축제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비판을 받고 있는 축제도 많으나, 제법 성공을 거두어 국제적 축제로 발돋움한 축제도 더러 있다. 게다가 과거에는 주민이 단순히 구경꾼으로 머물렀던 축제였음에 반하여, 이제는 주민이 주인이 되고 실행자가 되는 축제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축제가 시작된 것은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서 거주하면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으나 문헌상으로는 상고시대인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을 시원(始原)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공히 농경사회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 가·무·희(歌·舞·戱)가 연행(演行)되었으며, 축제를 통하여 백성들이 함께 모여 함께 즐기고, 이러한 행사를 통하여 사회적 통합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動力)을 창출해 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축제의 기본 정신은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

  특히  북을 치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신을 맞이하던 부여의 영고(迎鼓)는 일종의 ‘맞이굿’으로서 풍년과 마을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굿’으로 발전하였다. 마을굿은 목적에 따라 당산굿, 걸립굿, 판굿, 지신밟기굿?마당밟이굿?뜰밟기굿 등으로 분류가 되고 연행시기에 따라 대보름굿, 백중굿?호미씻기굿 등이 있으며 우리 전통축제의 기본 모형이 된다.

  ‘굿’이라는 용어는 무속 의식으로서의 용어로만 사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굿’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게 신명 나게 놀거나 구경할 거리’를 말하며 모든 지방에 걸쳐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로 '굿친다'라는 표현을 쓴다. 굿의 의미는 원래 '모인다'는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굿’은 모여서 공동체 안의 모든 일을 의논하고 풀어 가며, 공동체적 바람을 집단적으로 빌며 집단적 신명으로 끌어 올려 새로운 삶의 결의를 다지는 일련의 과정을 담아내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오늘날 축제(祝祭)의 명칭에 대해서도 제전(祭典), 축전(祝典), 잔치 등이 축제라는 용어와 함께 혼용되어 쓰이고 있는데 국어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축제(祝祭) : 1. 축하하여 제사를 지냄 2.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잔치나 행사
제전(祭典) : 1. 제사의 의식. 2. 문화, 예술, 체육 따위와 관련하여 성대히 열리는 사회적인 행사
축전(祝典) :축하하는 뜻으로 행하는 의식이나 행사
잔치 :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

  축제가 이렇게 다양한 언어로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에는 축제라는 용어가 일본식 용어로서 일제문화의 잔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반성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축제의 '제(祭, 마쓰리)'는 '가모 마쓰리(賀茂 祭)'에서 유래한 말로, '제(祭)'를 일본에서는 '제사(祭祀)'라는 뜻 외에 '축하 잔치'란 뜻으로도 쓴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제(祭)’는 신이나 고인에게 제사 지내는 일에 쓰는 글자로서 '기우제(祈雨祭)'나 '추모제((追慕祭)'에 ‘제(祭)’를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예술제(藝術祭)'나 '시민제(市民祭)‘에서는 ’제(祭)‘가 제사가 아니라 축하하는 잔치를 뜻한다. 축제와 함께 혼용되어 쓰이고 있는 '제전(祭典)'이란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축하 잔치'의 뜻으로 쓰는 '축제(祝祭)' 또한 어울리지 않는 두 글자가 결합된 일본식 한자어이기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는 '행정용어순화편람'에서 '잔치'로 쓸 것을 권유한 바 있으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축전(祝典)'이나 '잔치'로 순화해 쓰자고 했다.
  '축전(祝典)'은 '축하하는 뜻으로 행하는 의식이나 행사'로, 1902년 조선조 '고종재위 40년 국민축전'이 역사 속의 하나의 예로서 '2011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과 '만해축전' 등은 이러한 관장에서 명명되어졌으며 전국체육대회도 '체육축전'이란 뜻으로 '체전(體典)'이라 명명되었다.

  요즘에는 '축전(祝典)' 도 한자 용어이므로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확산되어 ‘잔치’ 혹은 ‘큰 잔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며 '경주 떡과 술잔치'처럼 '잔치' 혹은 ‘부평풍물한마당’처럼 ‘한마당’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행사도 있다.
  향후 생성되어지는 축제는 일제 문화의 잔재(殘在)라고 비판 받고 있는 ‘축제(祝祭)’,‘제전(祭典)’, ‘-제(祭)’이라는 용어 대신 ‘축전(祝典)’, (큰) 잔치‘, 혹은 ‘한마당’이라는 명칭이나 다른 적절한 용어로 명명되어지도록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동체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축제 명칭의 용어 선택을 하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