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구의 음악칼럼]음악대학 입시(수시)를 바라보며
[정현구의 음악칼럼]음악대학 입시(수시)를 바라보며
  • 정현구 국제문화개발연구원 부원장/ 코리아 네오 심포
  • 승인 2015.11.09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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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구 국제문화개발연구원 부원장/ 코리아 네오 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10월 한 달 전국의 음악대학들이 수시모집 실기시험을 실시했다. 입시생들은 평균적으로 약 50대1의 경쟁률을 통과해야만 관문을 통과하고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이는 선발 정원이 10명일 경우 500여명의 학생들이 경쟁의 현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많은 수험생들의 평가가 단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연주를 전공하는 학생의 경우 1인당 1분 30초에서 2분 이내에 그 실력 및 가능성이 평가되게 된다. 이는 수험생이나 채점교수 모두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주는 혹독한 평가방법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의 경우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자신의 평생을 연습하여 만들어진 결과를 제대로 다 펼쳐 보일 수가 없으니 그저 ‘복불복’으로 그 날의 작은 실수 하나로 그의 음악성을 평가받게 되며, 채점교수의 경우 비슷비슷한 수험생들의 연주를 쉼 없이 듣고 또 들으며 지쳐가며 하루 200여명이 넘는 연주에 대한 평가를 해야만 한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이 정도라면 과연 얼마나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모든 음악대학(음악과)에서는 수시, 정시에서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실기 시험을 친다. 학교마다 다른 곡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특정한 범위를 주고 그 안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하여 그 곡들에 대한 수험생들의 연주를 평가하여  학생들의 합격여부를 결정한다.

학교마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들은 다를 것이며 학교 내에서도 교수 개개인의 차이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평가의 구체적 지표는 무엇인지 등을 확인,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토대로 보다 합리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음악대학은 입시에 있어 대부분 실기의 비중을 높다. 그 이유는 실기우수자를 선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수시모집에서의 고교 학생부 교과 성적과 실기 반영비율은 거의 대부분의 음악대학에서 20:80이다. 학생부 교과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실기만 100%보는 학교도 있으나, 보통 대부분의 음악대학은 성적을 10~20%정도 반영한다. 그리고 일부 음악대학의 경우 실기와 고교 학생부 교과 성적 외에 수능 최저등급을 정하여 총체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입시에 실기의 비중이 높다보니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기교 향상을 위해 그 노력하게 되며, 짧은 시간의 실기시험으로 인해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미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음대 입시에서는 입시 실기시험을 치기 전에 학생이 심사위원을 찾아가는 것은 부정행위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될 뿐만 아니라 얼굴을 보는 것조차 허용이 되지 않아 아직 몇몇 대학에서는 장막을 치고 실기시험을 본다.

미국에서는 심사 위원에게 레슨을 받았다고 해서 특혜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입시생은 해당교수의 조언만 들을 뿐이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의 경우, 우리나라 음악대학의 입시와는 다르게 연주가로서의 재능과 잠재력, 탁월한 소질, 폭넓은 음악세계에 대한 흥미, 그리고 성실히 실습하겠다는 의지와 각오, 원숙함과 훈련된 사고와 행동, 책임감 있는 리더십 등을 살핀다.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 우리나라 음악대학 입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기 시험기간을 늘려 개인의 평가시간을 확보하고, 시대별 곡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입시 전 다양한 곡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피아노의 경우, 베토벤 소나타와 쇼팽 연습곡 위주로 입시를 치르다 보니 수험생들은 다양한 레퍼토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근대와 현대 곡과 친숙해 질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경험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음악 이론을 통한 학생들의 제반능력을 평가하고, 학교 특성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심사위원을 구성해야하며 이를 위해서 각 학교의 자율화와 공정한 입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음악대학 합격에만 목적을 둔 기교향상 위주의 입시 전 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