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국제' 너무 좋아하지 마라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국제' 너무 좋아하지 마라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5.11.1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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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사진가

세계화시대를 맞아 그런지, 온 나라가 국제화를 외치며 ‘국제’노래를 부르고 있다.

정부와 기업, 단체들은 물론 전 국민들까지 세계화에 뒤질세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외국으로 몰려 나간다. 마치 세계로 가는 배에 오르지 않으면 낙오라도 되는 냥, 극성들이다.

사람들이 국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우물 안 개구리" 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모양인데, 방학이 되면 학생들까지 앞 다투어 배낭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나가서는 외국문화를 무분별하게 끌어들이는데, 정작 우리의 문화는 제대로 알고 있으며, 우리나라 구석구석은 얼마나 가보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렇다고 세계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우리의 문화를 내보내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무분별한 줄서기를 말하는 것이고, 실속 없이 이름만 내 건 겉치레의 국제화를 탓하는 것이다.

수없이 열리는 우리나라 축제들이 붙이는 ‘국제’란 말은, 허울 좋은 이름 내세우기에 불과하다. 국제음식박람회, 세계김치문화축제 같은 음식축제에서부터 국제탈춤페스티벌, 국제친선연날리기 등의 우리 전통문화를 내 세운 축제들도 많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들어본 지 없다.

특히 예술분야의 축제는 너무 난립해 헷갈리기까지 한다. 춘천국제마임축제나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자리 잡은 축제도 있으나, 연극축제, 미술축제, 사진축제들은 ‘국제’가 들어가지 않으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듯, 온통 국제란 이름을 달고 있다.

운영이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다른 분야의 국제예술제는 제쳐두고라도 필자가 관심 있게 보아 온 국제사진축제에 대한 허실부터 한 번 짚어 보려한다.

사진축제로는 대구사진비엔날레, 동강국제사진제, 전주국제사진제, 경남국제사진페스티벌, 수원화성국제사진축제 등 모두들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다. 하남국제사진페스티발,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과 같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중단된 축제도 더러 있다.

문제는 예산집행규모가 가장 큰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진축제 국제화가 유명무실하다는데 있다. 대개 한 두 분의 외국작가를 초대하는 게 고작이라, 국내 사진인 들의 축제에 다름 아니다. 여지 것 외국사진인들이 축제를 보기위해 몰려온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그렇게 점차 발전시켜 명실상부한 국제사진축제로 발돋움하려는 목표야 알지만, 하나같이 국제를 지향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말이다. 최소한 하나 정도는 한국사진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축제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사진축제는 특성들이 없다. 적어도 한국사진을 정리, 연구하고 발전시키려는 축제도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사진이 우리나라에 들어 온지 일세기가 지났지만, 한국사진에 대한 정립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갑작스레 밀려 온 현대사진으로 초창기 리얼리즘 사진들이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흐르는 세월 속에 수많은 사진들이 빛도 못보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원판들은 유족의 무관심으로 버려진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름 없이 사라져간 사진을 발굴, 재조명하는 게 무분별한 외국사진 흐름의 답습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요즘,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해외 전에 목매는 사진가들을 악용해, 한국 사진가를 끌어들여 장사하려는 축제들까지 출몰하고 있다. 초대해 놓고는 돈만 쓰고 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달 ‘북경국제사진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국내사진가 다섯 명이 사진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여비는 물론 체류비 까지 본인이 물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한국전을 기획한 분의 체면을 봐 사진만 보내고 말았지만,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그에게 작가예우를 갖춰 줄 것을 주최 측에 요구하라했더니, 그러면 우리도 해 줘야 하니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무슨 소린가?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조그만 사진축제라도 다 해준다.

또 하나 문제는 사진축제가 끝 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작품반송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북경국제사진제’ 뿐 아니라 ‘핑야오 국제사진축전’등 중국사진축제들의 만행인데, 이 모든 게 국제화 바람이 만들어 낸 웃음거리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정체성 없는 국제화 행사나 남 따라 가는 외국 나들이는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치관이 바뀌고, 자칫 우리의 민족성마저 바뀔 수 있다. 외래문화가 우리문화를 잠식하게 만드는 슬픈 일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