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꿈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원히 꿈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9.08.0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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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 '꽃남'에 이어 드라마 '탐나는도다'로 또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제작자 송병준대표

"어떤 장르보다 음악과 음향이 가장 매력적 그러나 기획,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은 늘 즐겁다"
연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인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인물이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는 이력이 무척 이채롭다. 백상예술대상 음악상을 수상하고 김현식의 노래를 작곡할 정도이니 그저 취미생활은 결코 아닌 실력이다. 게다가 연기자, CF모델을 거쳐 드라마 제작자로 변신하여 TV드라마 ‘궁’, ‘꽃보다 남자’ 등을 대히트시킨 인물이니 그의 삶이 궁금해진다. 이제 8일부터 시작하는 MBC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로 또 하나의 승부수를 띄운 그를 지난 5일 한남동 그의 작업공간에서 만나보았다. 그는 아직도 소년같은 호기심과 순수한 감수성을 지녔다. 영원히 꿈을 꿀 수 있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그를  이 시대의 보헤미안으로 불러도 좋을 듯 했다.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닌 만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유는 뭔가?
개인적 취향일 수도 있지만 드라마라는 것이 너무 각박하고 현실적인 내용보다는 도피처를 제공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현실이 아닌 판타지가 있는, 도망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을 선호해서 만든다. 드라마 장르상 완전히 가상이 될 수는 없다. 안방에서 제대로 집중하지 않고 편하게 보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떨어진다는 것은 가상현실에 대한 참을 수 있는 포용력이 적다라는 얘기이다. 그래서 현실세계를 기반으로 한 적당한 가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두 가지다. 두 가지가 같은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만들고 싶은 것과 만들어야 되는 것. 만들어야 되니깐 만들고 싶은 것이고 만들고 싶으니깐 만들어야 되는 것이다. 만들고 싶은 것 중에서 만들어야 되는 것이 있는데 사업성과 연관해서 ‘이 작품은 곳간을 채워 넣을 작품이니깐 만들어야 해’라고 생각되는 작품이 있다. 이것이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의 경우이다. 그리고 흥행성과 사업성, 작품성이 함께 돋보이는 경우가 있다. 어떨 때는 사업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너무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 이번에 방영되는 ‘탐나는도다’가 여기에 해당된다.

-‘탐나는도다’를 제작하다가 중간에 ‘꽃남’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꽃남’의 흥행으로 제작비의 여유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꽃남’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높아져 투자가 좀 더 쉬워지긴 했다.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가 전액 투자를 받는 회사가 생겼으니깐. 이로 인해 후너스엔터테인먼트라는 공동제작사가 생겼고, 공동대표까지 하게 되었다. 좋은 파트너이다.

-‘꽃남’이 인기도 많았지만 인기만큼 욕도 많이 먹었는데, 느낌이 어땠나?
사실 급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연출자를 미리 선정해서 갔으면 좋았을 텐데 KBS 내부 연출이 지목되었다가 교체되는 바람에 연출자가 촬영 두 달 남기고 마지막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교체가 되다보니 전체력에 차질이 왔다. 급하게 찍었다. 급한만큼 완성도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고, 후회가 많다. 같은 것을 가지고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는 집단인데 거의 생방송하다시피 올려서 작품에도 미안하고 시청자에게도 미안하고, 욕먹어도 싸다. (웃음)


그러나 시나리오 자체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무슨 작품을 하든 어떤 비평이 안 나오겠는가. 일단은 원작이었고, 원작이라는 것이 만화이기 때문에 현실이 과장되게 나오는 부분이 있다. 드라마에서 갈등의 격차를 보여 주려고 문화 차이를 대립구조로 과장되게 보여준 것이다. 가진 자가 없는 자를 핍박하는 것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갈등구조를 만들어 주려고 한 것 뿐이다. 드라마 완성도 면에서만 부끄러울 뿐이지 시나리오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꽃남’에 이어 ‘탐나는도다’까지 방영도 되기 전에 해외로 선수출되었다.
두 작품이 수출된 시점은 다르지만 모두 일본, 중국, 필리핀에 캐스팅이나 방송사나 연출자, 대본, 작가 어느 것 하나 결정되지 않은 채 선수출되었다.  그리고 캐스팅 결정되고 촬영에 임하면서도 많이 수출되었다. 거의 동남아 전체는 다 됐다고 보면 된다.

-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다. 전공과는 무관한 음악 제작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음악도 전공했었다. LA에서 2년간 오케스트라 작곡 공부를 했다. 그동안 해왔던 공부에 비해서는 음악공부가 짧은 편이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아홉 살 때부터 작곡을 했다. 영화음악을 혼자 피아노로 치고, 작곡도 하면서 공부를 했다.

-인류학을 공부한 것이 캐스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
인류학은 총체적(holistic) 접근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생리학, 언어학, 문화적, 역사적으로 많은 각도로 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그러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기본적으로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고. 그런 것들이 어우러지다 보니깐 스스로 처해진 상황과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남을 보는 여러 가지 시각을 배우고 그것을 통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열심히 했다. 즉,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예전에는 연기자, 작곡가, CF모델. 지금은 드라마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어떤 장르에 가장 애착이 가는가.
음악과 음향, 너무 매력적이다. 물론 드라마 제작과정도 너무 재미있다. 창작하는 것은 모두 다 재미있는 것 같다.

▲ 만화원작사극인 MBC 트렌디사극 '탐나는도다'가 마침내 8월 8일 첫 방송된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 도전해 볼 생각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가.
전에 외식사업을 잠깐 했었는데 꿈은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분야의 외식사업에 대한 콘셉트도 많이 가지고 있고, 본격적으로 상황이 맞아준다면 다시한번 손을 댈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쪽 분야에서 존경할 만한 분과 친해지기도 했다.

-그 존경할 만한 분이란?
‘꽃남’ 협찬을 해줬던 본죽(*죽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 사장님이다. 그 당시 누가 하는지, 어떤 분인지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후 다른 기회에 김철호 회장에 대한 것을 듣고, 내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다. 자주는 못 뵙지만 원만한 관계를 갖게 되었고, 서로 끌렸다. 서로 도와주겠다고도 말했고, 좋은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궁’을 뮤지컬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제작한 드라마 중에서 뮤지컬로 리메이크하고 싶은 작품이 또 있는가.
있다. ‘궁’이 첫 번째가 될 것 같고, 이후에 ‘꽃남’, ‘탐나는도다’ 전부 뮤지컬로 생각하고 있다.

-제작한 드라마들을 보면, 대부분 신인을 캐스팅한다. 신인 캐스팅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우선 단점은 편성이 진짜 힘들다. (웃음) 장점은… 우리가 장단점을 따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된 것이긴 한데, 스타이건 신인이건 인지도 차이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인지도가 캐스팅 할 때 고려 요소 중의 하나지만 그 순위는 밑에 있다. 인지도가 있냐 없냐의 차이보다는 느낌이나 용모, 그 사람이 주는 이미지가 우리 드라마에 적합한 캐릭터인지를 가장 많이 본다. 그게 우선이 되다 보니 거꾸로 스타가 역차별당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왜냐하면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은 미리 구축해 놓은 이미지가 있다 보니깐 매칭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연기자는 당연히 변신하고 맡은 역할에 따라 다르게 연기하지만, 캐스팅을 하다보면 선입견이 생긴다. 자기 이미지에 자신이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신인은 일단 거기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신인이 더 좋고, 그래서 신인이 캐스팅이 더 잘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단은 캐릭터를 더욱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인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는데, 어떤가.
비용 측면은 절대 고려되지 않는다. 스타성이 있거나 인지도가 있는 연기자가 들어오면 반대로 방송사에서 들어오는 것이 많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이라는 드라마에서 ‘비’를 써봐서 잘 안다. 돈 들어오는 것부터가 다르다. 스케일이 달라지고, 방송사에서 협찬이 달라지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비용이라는 것이 금전적인 문제인데, 스타를 몇 천씩 주고 왜 캐스팅하겠는가? 그만큼 보상이 따라오니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용적인 측면을 떠나서 작품에 맞는 사람을 선택한다. 작품으로 승부하고 싶다. 만약 스타를 썼는데 시청률 안 나오고 작품성도 없다는 말이 나오면, 미리 비싸게 산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사기가 아닌 사기가 되는 것이다. 제작사에서 이로 인해 손해를 본다면 그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없다. 그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혀 재고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 2009년 초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

-신인 중에 가장 잘 캐스팅했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성격, 연기, 캐릭터 부합도 등등 통틀어.
나는 일단 배우와의 관계를 작품할 때까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경험치로도 그렇고… (웃음)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캐스팅할 당시에는 무엇인가 인간적이고 내 작품에 맞는 끌림으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바빠서 연락이 안 와서 오는 서운함이지 그 외에는 일절 없다.

캐스팅한 사람들 모두 지금까지 다 잘해줬다. 내가 백 원 꿔주면 훌륭한 연기를 통해 이백 원을 줬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회사이름(그룹 에이트)에 숫자 8이 들어가고, 창립기념일이 8월 8일, 이번 ‘탐나는도다’도 8월 8일이 첫방송인데…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일부러 맞춘 것인가.
어릴 때부터 8을 너무 좋아했다.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냥 8이 좋다고 대답한다. ‘탐나는도다’ 첫 방송 날짜는 공교롭게 맞춰진 것이다. 그저 8월 초라고만 알고 있었다. 우연히 8일로 맞춰졌고, 시청률은 18% 이상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8%는 안 되지 않나. (웃음)

-에이미(*배우)가 조카가 아닌가. 부모들이 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에이미를 연예인으로 키워주거나 드라마에 출연시킬 생각은 없나.
내가 제일 사랑하는 첫 조카이다. 그런데 나도 알지 못했던 악녀일기에 나오면서 화제가 되더라. 2년 전에 ‘장난스런 키스’라는 원작 작품을 구매했고, 올해 말이나 내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작품을 구매하고 에이미가 일반인이었을 때, ‘장난스런 키스에 나오는 이 역할에 내 조카가 딱이야. 성격도 그렇고 이미지도 맞아. 그러니깐 이런 아이 있으면 눈여겨 봐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뒤 취직도 안하고 해서 ‘연기공부나 시켜봐’라고까지만 얘기를 했다. 그런데 방송에 출연하면서, 전에는 통통했는데 자꾸 말라가더라. ‘장난스런 키스에 출연하려면 통통해야 하니깐 살 빼지 마’라고 얘기는 했는데, 지금은 고민스럽다. 너무 유명해져 버리고 내 조카라는 것이 앞에 드러나서 에이미를 캐스팅했다가는 어떤 비난이 쏟아질지 솔직히 두렵다.
소신을 떠나서 한번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누구만의 욕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욕이 나오더라도 맞다면 소신껏 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욕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지만 정말 맞다면 추진하겠다. 그렇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
성공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한 것이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랑을 받았던 것 같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성공이라 함은 명예만큼 부도 따라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웃음)
그러나 작품이나 음악 면에서의 성공을 본다면 운이 좋았다. 운이 능력이라고 치면 진짜 운이 많은 것이다. 주위에 너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인복이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인복은 농담이 아니라 대적할 자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늘이 내려주신 운, 럭키(lucky)라고 생각한다.

-회사 슬로건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 높은 문화의 힘”인데, 송 대표가 생각하는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의 힘이라는 것이 왜곡되게 말하면, 문화침략이나 식민사관처럼 힘 있는 자들의 가치관들을 자기의 법대로 쉽게 운용하기 위해 남에게 뒤집어 씌우기, 강요하는 것일 수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문화란 예술을 얘기하는 것이다. 동물과 차별성을 두고 인간이 고귀할 수 있는 이유는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두 가지라고 생각을 하는데, 웃음이라는 것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웃음과 함께 믿을 게 예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드라마 현장, 드라마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드라마 시청률이 많이 올라가서 노출의 효율성으로 광고가 많이 붙고, 그 수익을 통해 좀 더 경쟁력 있는 재투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하는데, 현실은 악순환 구조에 빠져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서로서로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책을 세워서 헤쳐나가야 한다.
방송사에서도 실패하는 작품이 많다. 이를 줄이고 선순환 구조로 만들려면 더욱 과감하게, 혁명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정답지를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급변한 탈바꿈을 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그 꿈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꿈이 있다면, 말장난 같지만 ‘죽을 때까지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항상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존재하고, 달려가고 싶은 열정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길 죽는 순간까지 바란다. 죽는 순간까지 즐겁게 웃으면서 호기심 있게 죽을 수 있는 것이 나의 꿈이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할 말은?
드라마 ‘탐나는도다’의 하이라이트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칭찬을 많이 해주고 좋은 반응이 보여지고 있는데, 이것이 제발 시청률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웃음)

인터뷰-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국장  young@sctoday.co,.kr

정리- 박상희 기자 press@sctoday.co.kr

사진- 양문석 기자 msy@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