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태①] 가해자가 피해자, 피해자가 가해자 되는 반전 드라마
[서울시향 사태①] 가해자가 피해자, 피해자가 가해자 되는 반전 드라마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5.11.28 0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추행 당했다던 직원, 진술 오락가락 결국 명예훼손죄 기소, 정감독 비서 백씨 소환 임박

경찰, '항공료 횡령' 정명훈 소환 검토…박현정은 '무혐의'

그동안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지속적으로 다뤄왔던 서울시향 사태가 5일 뒤면 딱 1년이 된다.  지난해 12월 2일, 17명의 익명의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현정 전 시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언론에 돌리면서 터진 이 사건은 만 1년만에 자칫 ‘막장’ 드라마로 전개될 조짐이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사무국 직원 곽 모씨에 대한 성추행 건에 대해 경찰 조사결과 지난 8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나면서 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이달 9일 박 전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던 곽 모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서울시향’ 사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 서울시향 홈페이지 캡쳐 화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면서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성추행 사건의 기획 공작 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누가 과연 연출, 각본을 했는지 배후 세력이 초미의 관심사다.

본격적인 사건의 전개는 지난해 익명의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 전대표의 ‘막말, 성희롱’을 문제삼아 박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함과 동시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 장한 시향직원 곽모씨가 경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이 사건은 곽씨와 증인들의 오락가락한 진술번복 등과 정황증거 등으로 박 전대표의 무혐의로 결론났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박 전 대표의 명예훼손 수사로 전환되면서 곽씨는 물론 지난 해 ‘박현정 사퇴’ 호소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정명훈 감독의 비서역 백 모씨를 비롯 10 명의 직원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 정명훈 감독 부인인 구순열씨까지 입길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도대체, 누가 왜? ‘성추행’각본을 쓴 것일까?

지금까지 우리사회에 수없이 많은 공‘ 작’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정원 선거 개입이나 민간인 사찰 등 중요 쟁점이었다. 만약 이번 박현정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기획, 혹은 공작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는 일파만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성추행 건 배후 외에도 정명훈 감독의 항공료 횡령 의혹 건 등 밝혀야 할 사안은 아직도 산적하다.

이 사건과 별개로 정명훈 감독은 항공권 횡령의혹으로 현재 경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여기에 만약 서울시향 직원과 정감독 부인 사이의 커넥션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본인의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치명적,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정감독과 계약을 한 서울시 입장도 자유롭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박현정 전 시향대표. 지난 2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와의 인터뷰 장면

박현정 전 대표가 ‘성추행녀’로 ‘인격살인’을 당하며 받았던 엄청난 수모가 여론의 후폭풍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무혐의가 내려진 박 전 대표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배후와 정명훈 감독의 ‘항공료 횡령’ 건 등은 아직도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이 부분에 이 모든 사건의 실타래가 얽혀 있는 듯 보인다.

일 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당시 쟁점이 됐던 박현정 전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 서울시향을 둘러싼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리뷰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14년 12월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이 ‘호소문’ 이란 이름의 자료 배포.
주 내용은 "박현정 대표 취임 이후 직원들은 성희롱, 폭언, 막말 등으로 처참하게 인권 유린을 당했다. 서울시는 박현정 대표의 인사전횡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성실의무 위반, 품위유지 위반 등으로 즉시 파면해야 한다. 외부협력기관과의 공식적인 식사 자리에서 과도한 음주 후 자신의 손으로 남자 직원의 넥타이를 잡아 본인 쪽으로 끌어 당긴 뒤 손으로 주요부위를 만지려고 하는 등 성추행도 서슴지 않았다” 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내용은 사전에 서울시에도 전달돼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실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호소문에 언급된 사항들에 대한 막말과 성희롱에 대해 혐의가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당시 서울시 인권보호관실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내용 중 한가지 눈에 띈 부분은 ‘성추행’에 대한 부분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지만 이 내용은 언론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현재 서울시 인권보호관실에서 펴낸 ‘인권침해 결정례’에 이런 내용은 부각되지 못한 채 서울시 산하기관과 자치단체에 배포돼 인권침해 교육 사례로 쓰이고 있다.

사례집에는 박 전 대표가 술을 몇 잔 먹고 취해서, 만취해, 기억이 전혀 없다는 진술을 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당시 성추행은 물론 성희롱도 없었고, 술에 취해 기억이 전혀 없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12월4일.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관련 조사 착수
■12월5일. 박현정 대표 ‘막말, 성희롱’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기자회견. 성희롱 성추행 주장 정면 반박.
■12월19일. 박현정 대표, 명예 훼손됐다며 법적조치 취하도록 호소문 배포자들 찾아달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진정서 제출
■12월23일. 서울시인권보호관, 박 전 대표 막말과 성희
롱을 인권침해로 인정.성추행은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
■12월23일. 서울시향 직원 10명, 박현정 대표 성추행과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
■12월29일. 서울시로부터 사퇴압박을 받던 박현정 대표, 대표자리를 전격 사임.
■2015년 3월. 시민단체, 종로경찰서에 정명훈 감독 업무상배임및횡령 고발.
■4월11일~7월. 경찰,서울시향 직원 2명 출국 금지
■4월15일. 경찰, 2차 서울시향 압수수색
■6월11일. 경찰, 박현정 전 대표 성추행혐의로 고소한
서울시향 직원 곽모씨 자택 압수수
■6월 14일,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 후 경찰 출석을 앞두고 곽씨는 ‘석연치 않은’ 음독자살을 시도한다. 자살시도 당시 10분 거리의 병원을 두고 3,40분이나 걸리는 병원으로 간 점이이해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내용은 아래에서 좀 더 짚어 보도록 한다.
■7월. 24일 서울시향 민주노총 소속 노조 설립신청. 8월 7일 노조설립
■8월.박현정 전 대표 ‘성추행’ 사건 종로경찰서의 무혐의 결론, 불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8월.정명훈 감독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약속된 공연은 하겠지만 서울시향과 계약하지 않겠다. 앞으로 지휘료는 전액 인도적 사업에 쓰겠다” 천명.
■9월.서울시향 단원 기자회견 열어 정명훈 감독 지지선언.
■11월. 박 전 대표 ‘성추행’ 고소한 곽씨에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사전구속영장 신청. 법원 곽씨 구속영장 기각.

기획음모설의 퍼즐 풀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실제 사건 초기에 경찰이나 언론사 누구도 그 현장을 가보지 않았다. 실제 가본 광화문의 음식점은 너무 협소하고 바로 마주보고 있어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아니란 것이 판명됐다.

경찰은 ‘성추행 당했다’는 주장을 한 곽 모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당시 곽씨의 주장을 옹호했던 10 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술자리를 한 예술의전당 직원 그 누구도 그런 장면을 봤다는 이가 없다. 성추행 의혹을 불러 일으켜 박대표를 자신들만의 ‘황금의 리그’에서 몰아 내려는 연출을 했을 것이란 정황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 박 현정 전 대표의 막말 성희롱 성추행과 관련해  17명의 익명의 서울시향 직원들이 작성한 호소문. 내용을 보면 마치 정감독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읽혀진다.

사실 이 사건은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와 명예훼손을 가한 곽 모씨와 다수 직원 간의 문제로 비쳐지고 있지만, 본질은 정명훈 예술감독과 시향 개혁을 추진한 박 전대표의 갈등에 있다. 또한 박대표가 물러남으로써 이익을 얻을 직원들 중의 그 누군가와 연관된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성추행 공작이라면 누가 연출, 각본을 썼나?

사건 초기부터 박현정 대표는 일관되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자신에게 “성추행 혐의를 뒤집어 씌워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며,억울한 희생양”이라고 강변했지만 받아들여질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가해자가 진실을 감추고 호도하는 것의 한계는 어디 까지일까? 과연 누가 이런 기획을 한 것일까.

우선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겠지만 정감독과 가족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한 돈을 둘러싼 각종 잡음과 성추행 의혹들이다.

정명훈의 형 정명근 CMI 대표는 인천아트센터 건립과 관련해 허위계약서로 41억원의 은행대출을 받아 빼돌려 업무상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3년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중이다. 이 건으로 지난 10월, 법원은 정대표에게 인천시에 39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그의 밑에서 일한 박 모 과장이 서울시향 직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디서 이런 소스를 얻을 것일까. 이 3류 드라마를 밝히는 것은 경찰 나아가 검찰의 몫이지만 그간의 정황만으로도 곳곳에서 허술함이 드러난다.

지난 7월 서울시 의회 송재형 의원은 정감독이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에 청구한 항공료 총 52회, 13억 여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8건, 10%에 달하는 약 1억 4천만 원이 업무와 관련 없이 부당 지급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항공권 부당 수급 문제는 지난 2월 MBC피디수첩에서 정 감독이 제주의 모 여행사를 이용해 청구한 1천2백만원이 부정수급으로 드러나면서 수면 위로 잠시 떠올랐다 잠잠해 졌던 내용이다.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1억4천만원은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정감독과 그의 가족, 매니저 등에게 지급한항공료다. 정명훈의 누나 첼리스트인 정명화의 남편은 구삼열 전 아리랑 TV 사장이다. 그 역시 아리랑 TV사장 시절 여직원 성추행 문제로 물러났다. 그리고 정명훈씨의 부인인 구순열씨는 구삼열씨의 동생으로 두 집안은 겹사돈을 형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성추행의 ‘아이디어’가 ‘구삼열’ 전대표의 사건에서 발화한 것이 아니냐는 추리를 하기도 한다. 이미 성추행 의혹으로 물러난 전력의 경험 법칙이 '반면교사'로 작용해 옴짝 달싹 못하고 물러 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경찰은 핸드폰 문자에서 ‘박현정 사태’ 가 일어나기 까지 서울시향의 정명훈 여비서 백씨와 구씨 부인의 통화 문자 내역의 잦은 교신을 주목하고 이를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을 경찰은 확실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어떤 내용을 주고 받았는지, 의심이 많이 가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정 감독의 부인인 구순열씨에 대해 지난 7월 출국금지를 내려놓은 상태다. 그러나 출국금지가 내려지기 전에 이미 구순열씨는 정감독과 함께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었다. 현재는 정감독만 국내를 오가고 있는 상태로 구순열씨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항상 동행을 하던 구씨가 무슨 이유에서 들어오지 않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②편에 이어)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23
 

이가온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