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디어아티스트 한승구
[인터뷰] 미디어아티스트 한승구
  • 이은주 갤러리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5.12.0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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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위에 영상을 투사하여 조각이 또 다른 캔버스 스크린이 되는 한승구의 미디어철학
한승구 작가

한승구 작가는 조각을 전공했다. 최근엔 미디어 작업을 주로 진행하지만 그의 작업의 연속 시리즈에서 살펴보았을 때, 비 물질 이미지 자체의 영상만을 가지고 작업을 한 경 우는 드물다.

영상을 투사하기 위한 스크린, 특히나 영화적 네러티브를 가진 작업에서는 그 내용에 따라 이를 상영하는 스크린 프레임의 구별 자체가 의미 없다. 그냥 스크린을 투사하기 위한 벽에 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승구의 영상이미지를 투사하는 캔버스와 스크린은 다르다.

이 부분이 수 많은 미디어작업을 하는 작가 중에 한승구 작가를 특정 지을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그는 항상 하얗게 마무리한 조각 덩어리에 영상을 투사한다. 주로 크고 작은 마스크, 얼굴 조각 작업이 영상의 스크린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것은 조각을 표현해 내는 기술이다. 3D 프린트가 가능해 지면서 가벼운 소재로 향하고 있지만, 조각의 모양 자체는 덩어리감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단단한 조각위에 표피적 이미지를 얹으면서 고정된 신념 위에 다양한 환경과 관점에 의해 변화를 은유한 영상작업을 통해 또 다른 신념을 투사시킨다.

그는 조각과 영상의 조화를 이루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지만, 미디어아티스트라 칭해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기계적 움직임에 대한 집중이다. 영상작업의 경우는 조각을 활용하지만, 기계적 움직임이 가해진 설치 작업의 경우는 공학기술을 취하기도 한다.

이은주: 조각을 전공하고, 공학도의 길을 잠시 걷기도 했는데요.
한승구: 학부 때 조각을 작업하면서 자기를 고착화 시킨 자아와 이탈하는 자아에 대해서 그 당시에는 양분을 해서 생각했었어요. 고정된 그리고 이탈하는 자아를 표출하면서 이미지 이야기를 했어요. 이때 이미지를 제어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학부 때 들었던 생각이어서 조소과에서 다 충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졸업 후, 미디어 공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요. 학부 때도 큰맘 먹고 컴퓨터공학과 수업을 들으러갔는데 그 당시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이 너무 기술적으로 뛰어났어요. 제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어서 아예 제대로 공부를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서강 대학교로 입학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은 허상의 자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미디어 공부를 하기 시작 한 거죠.

 'Networked Identities'

이은주: 학부에 공학에 관한 커리큘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과를 바꾼다는 것은 모험과 같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한승구: 그때 까지만 해도 조소과에서는 학부 수업이 물성이나 덩어리감을 위주로 진행되었어요. 영상 만해도 다른 조소과 친구들은 아직 익숙하지가 않았던 상황 이였죠. 그래서 제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조소과 학생이 왜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하기도 했었어요. 미디어관련 교수님이 계시긴 했는데, 조소과 수업에는 개설되어 있는 수업이 없어서 서양화과 수업을 들었거든요. 조소과가 조소과 수업을 안 듣고 서양화과나 공대수업을 주로 들으니까 과에서도 마찰이 생기기도 했죠. 저희과 특성이 타과 전공도 주 전공 수업으로 학점 인정 되어서 문제가 됐던 것 같아요.

이은주: 처음 미술계에 진입하면서 진행했던 첫 번째 작업은 어떤 것 이었나요?
한승구: 실제로 존재하는 자아와 허상의 자아 사이에서 고민 할 때 마침 서대문 형무소에서 전시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외부 첫 전시입니다. 장소적인 개념도 구속과 흐름, 충돌과 흐름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근데 형무소 자체가 신체를 구속하는 감옥이고 그 안에서 미디어 전시가 이루어 졌거든요. 이때 얼굴 하나를 만들어 놓고 그것들을 이탈해 나가는 자아의 모습을 영상으로 표출을 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제 개념과 공간이 가진 네러티브와 잘 맞았다고 생각했어요.
물을 이용해 원래 있던 자아를 제거하고 다시 물이 흘려내려 가면서 새로운 자아들이 입혀지는 그런 관계들을 작품으로 표출하려고 했습니다. 아트스페이스 휴 에서는 네트워크 가상공간에 접속한 자아를 받아들여서 신체 구속된 자아를 제어하고 현실적 자아를 이탈해 나가는 관계를 정립하려고 했어요. 아쉬웠던 건 그 당시 네트워크 기술이 잘 풀려있지 않은 상태여서 휴에 있는 카페 공간과 실제 전시장 공간만 연결하는 정도로 만족을 했었어야했죠.

이은주: 어떤 다른 기술 장치를 사용하게 되었나요.
한승구: 휴 공간과에 설치한 적업과 다른 공간에 설치한 작품들을 서로 연동하기로 했어요. 다른 공간에 있는 작품을 휴에 있는 공간으로 가져오고 휴에 있는 작업을 다른 공간에서 제어 하는 것이였죠. 휴에서 자신을 이탈하는 주술의 개념을 전시했죠. 사이버공간이나 가상공간을 접속했을 때 자신의 욕망이 많이 남이 남기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잖아요. 그것들이 과거에 어떠한 주술적인 행위를 하면서 현실을 이탈하려는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것 이였어요. 이때 일상의 공간과 주술적인 공간을 연결하려고 했어요.

이은주: 가상의 공간과 주술의 공간, 그리고 현실의 공간과 일상의 공간으로 두고 연결하려는 시도는 흥미롭습니다.
한승구: 사람도 한명을 천장에 매달았어요. 마치 태아를 상징하는 것처럼 요. 그 태아는 근원적 존재이면서 돌아갈 수 없는 존재, 제물로서의 존재로 생각했어요. 인터페이스에서 노드들을 개인들의 욕망이 들어가 연결되어진 자아들을 끌어냈고요. 조각이 어떻게 보면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제 조각 자화상인 신체 위에 타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입혔어요. 제 신체화 되어진 조각에 타인의 얼굴이 결합되는 것은 타인에 종속 되는 것은 아니구요. 타인의 정신이 연결되어진다는 개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한승구의 'MASK' 작업 시리즈

 

 

 

 

 

 

 

 

 

 

 

 

 

이은주: 사람, 즉 자신의 자화상과 같은 조각위에 다양하게 프로젝션 한 얼굴작업이 생각나는데요. 그 이후에 <마스크(Mask)> 작업 시리즈가 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한승구: 사회 속에서 숨겨야 했던 자아의 욕망이나 모습들이 사회적 가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모습을 제거하고 나면 자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했었죠. 그런데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예 마스크로 가리는 모습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때 부터 마스크를 사용하면서 자아의 모습을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은주: 초기의 작업에 자화상의 신체에서 타인을 얼굴을 메핑 하면서 이때 자아의 모습을 찾기 위한 작업이었네요. 그 타인들이 얼굴에 입혀지는 영상은 사회적 관계를 위한 나와 다른 모습의 사람들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승구: 네. 기억을 예로 들면 자기가 생각했던 기억이 온전하게 존재할 수 없잖아요. 사회적 영향을 받거나 현재의 경험과 겹쳐지거나 다른 미디어에서 본 기억과 융합될 수 있어서 그때는 온전히 자기 자아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관계를 제외한 온전한 자기 자아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늘 새로함을 추구하는 작가 한승구

이은주: 그 이후의 마스크 시리즈를 통해 극단적으로 가린 다는 것은 자신을 방어하듯이 은폐하게 되는 모습인가요.
한승구: 그때 사회생활이 갑자기 힘들어지고, 저를 자화상이라고 하면 누군가와 접했을 때 자신을 거울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투명하게 내가 존재하게 있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사회 속에서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면 그 존재가 튀지 않고 흘러가잖아요. 그런 모습을 만들고 싶었죠. 마치 카멜레온처럼 요.

이은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신을 찾거나 탐험하는 것 이였죠.
한승구: 네 초창기에는 그랬습니다. 살다가 보면 어떤 결정이든 뭐든, 자신이 추구하려고 했던 목표지점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니까 그러한 것들 속에서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찾아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은주: 미디어 영상 작업일 경우에는 항상 일반적 스크린 개념이 아닌 오브제, 조각이 스크린이 되는 경우가 대 부분이다.
한승구: 사회에서 고착되어 있는 자아의 모습과 흘러가는 자아의 모습을 표출하고 싶었습니다. 고착화 된 모습을 조각으로, 유동적인 것은 이미지로 표현했어요. 그 안에서도 인터렉티브가 가능하고 끼어들기 등 상대와의 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와 센서를 집어 넣어서 원래 있던 자아의 모습을 제어하기도, 타인의 모습과 저의 모습을 융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조각의 고착된 모습에서 타인의 모습을 메핑 하면서 네트워크 된 자아의 모습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려고 했어요.

모니터는 이미지만 있는 것이고, 딱딱 고체 위에 프로젝션 하는 것이 달랐어요. 고체화된 조각와 영상 이미지, 이 두 매체의 이질적인 모습을 잘 표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조소과 출신이기 때문에 3D 프로그램에 실제 조각 오브제를 올려놓고 플래너 매핑으로 이미지 좌표를 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은주: 영상 프로그램 기술을 넘어 키네틱과 같이 움직이는 기계작업도 많이 진행시키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해 온 것 같아요.
한승구: 처음에는 이탈하는 자아를 표현했었고, 그 다음에는 사회적 가면을 강화시키는 작업을 했었죠. 사회적 가면을 강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숨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실제로 숨기만 하지는 않고 그것을 잘 이용한다고도 생각을 해요. 숨기도 하고 자기를 노출시키는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초기에 인터넷의 익명성을 통해서 현실에서 억압된 모습을 표출했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노출시키고 현실의 연장으로 생각을 하면서 현실의 개념자체가 변했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현실에서 이탈하는 자아가 아닌 이탈도 하면서 현실에서 극복하고 노출시키고 개인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개념을 표출하고 싶었어요.

꽃이나 동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는데요. 꽃잎을 닫기 전에 자기를 화려하게 노출시키기도 하고 외부적 요인에 따라 봉우리를 닫기도 해요. 그런 모습을 인간에게 상징화 시키고 싶었죠. 키네틱 이면서 가면의 연장선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인터뷰: 이은주(아트스페이스 정미소 디렉터)

한승구 프로필
서강대학교 영상 대학원 예술 공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 대학 조소과 졸업

개인전
2012    mirror mask 1부, 2부 - 관음, 숨음 그리고 나, OCI 미술관, 더미디엄, 서울
2007   나르시소스의 두 얼굴, 아트포럼 뉴게이트, 서울
2006    Networked Identities, 아트 스페이스 휴, 서울

그룹초대전 Selected Group Exhibition
2015  빛의 정원 _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서울
  모든 것이 헛되다 _ 서울미술관, 서울
  육감 _ OCI 미술관, 서울
2014  미디어 극장 _ 대구 문화예술회관, 부산 영화의전당, 대구, 부산
  Hackathon project _ 아트 센터 나비, 서울
2013  공존(artience project), 대전 시립 미술관 창작 센터, 대전
  love impossible, 서울대 미술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