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음악 리뷰]아시아의 窓(창) 활짝 연 부산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탁계석의 음악 리뷰]아시아의 窓(창) 활짝 연 부산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승인 2015.12.08 2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작으로 광복 70주년을 마무리하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오충근 지휘의 부산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7회 공연을 광복 70주년에  포커스를 맞추어 국내외 창작곡 3곡을 무대에 올렸다.(11월 23일, 부산문화회관) 한국 작곡가 박정양, 중국 대만 작곡가 리체이(Che-Yi Lee), 폴란드 작곡가 펜데레츠키(Krzysztof Prndercki)로 현대음악으로 차린 빅 콘서트인 셈이다.

우선 프로그램을 보고 창작곡만으로 구성돼 내심 청중들의 반응이 걱정이었지만 이는 杞憂(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창작곡의 신선함에 대한 청중들의 호기심이 더해 빠져들 듯 열광했다.

4 개국 4개 도시(부산, 가오슝, 홍콩, 마카오)의 연주가들이 혼연일체의 음악적 긴장감과 폭발적 에너지로 청중을 끌어안았다. 지난 6회의 음악회에서 한 걸음 나아가 ‘아시아의 窓(창) 부산’이란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 공연이 아닐까 싶다. 사실 지리적으론 매우 가까이 있으면서 정치적으론 갈등이 빈번해 예술을 통한 교류의 필요성을 확인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작곡가 리체이의 ‘아시아의 창’ 서곡은 각국의 대표적인 민속음악이 녹아들어 있어 콘서트를 순회할 경우 청중의 친화력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작곡가는 오케스트라에 매우 능숙했고 탄탄한 구조와 이완과 극적 흐름이 잘 조화된 작품이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틀 속에 충실한 음악적 내용을 담고 있어 작품으로 널리 공유될 것으로 보여 아시아 음악의 유럽 진출을 통해 새로운 오케스트라 어법을 선보이게 될 것 같다.

▲부산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미 지난해 오충근 지휘자가 리체이의 부산 작품을 체코의 스메타나홀에서 선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정양의 교향적 ‘변주곡 아리랑’은  서양음악의 다양한 어법을 적용해 만든 것으로 청중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해 좋았다. 작곡가는 베토벤, 슈만, 쇼팽, 리스트 등 서양음악사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양식을 빌려온 것이라 했다.

따라서 악기 군을 따라 움직이는 음악적 변화를 통해 우리 아리랑이 세계인들에도
쉽게 안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벤치마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구조적 짜임과 오케스트라 음향의 균형을 악보가 아닌 객석의 입장에서 다소의 수정도 필요할 것 같다.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제 5번 ‘코리아’는 이어령 문화부장관시절 광복 50주년을 맞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위촉한 작품이다.  전체 길이가 30분에 이르고 ‘광복과 환희’라는 테마를 살리기 위한 큰 스케일의 작품이다.

우리민요 ‘새야 새야’를 전 곡의 흐름에 관통시키면서 역동성과 갈등, 저항, 극복과 같은 억눌림의 시대정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테크닉과 구조는 세계적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코리아 魂(혼)’ 느끼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비하면 근자의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성이 상당 수준에 이르고 있어 격세지감이다.

오충근 지휘자 유럽 진출 교두보 확보 하며 세계무대로 행진 

이번 콘서트의 또 하나의 의미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의욕을 살려준 지역 방송KNN과 후원자들의 파터너 십이다. 전국의 시립오케스트라가운데 모범적 운영을 하는 곳이 한 손에 꼽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부산월드필이 보여준  강한 힘은 대부분의 오케스트라에서 선장의 리더십이 살지 않고 표류하는 것과 비교가 되었다. 향후 각 도시들은 시민세금의 효율성을 고심하면서 관주도 문화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도 갖게 했다.

올해 초 오충근 지휘자는 스스로 대학교수 자리를 내려놓고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더욱 키워갈 야심찬 계획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 지난 11월 빈 무지크페라인홀 연주를 시작으로 이후 베를린필 홀 등 국제무대의 행보를 넓혀갈 것이라고 하니 그의 시야를 통해 부산이 소개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오케스트라가 지휘자를 키워가는 시대로 전환된지 오래지만 우리는 아직도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키워가야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굳이 광복 70주년 기념이 아니어도  우수한 우리 창작품으로 지휘자의 존재 가치를 더욱 부각할 수 있을 것이란 정체성 문제를  확인한 것이 큰 수확으로 보인다.

우리 오케스트라의 서양음악사 공부하기에서 벗어나 성큼 우리 작품의 세계 명곡化의 첫걸음을 4개 도시 항구의 뱃고동 소리와 함께  행진 할 것이라고 하니  감동과 희망의 콘서트로 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