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문화 원형과의 융합, 새로운 문화콘텐츠 시장의 확장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문화 원형과의 융합, 새로운 문화콘텐츠 시장의 확장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12.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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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여행이라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부각시키고 있는 나영석PD는 현 시대의 문화아이콘으로 급부상하였다. KBS 퇴사이후 케이블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고 그의 대표 콘텐츠인 여행을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를 통해 그만의 장기인 감성과 여행의 조화를 보여주었고, 이는 예능의 시즌제화, 케이블 시청률 10% 달성 등 종례 없는 히트를 기록하였다. 여행이라는 그만의 독보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지니, 이제는 “그가 손대기만 하면 다 된다”는 인식이 생길정도로 그만의 영역은 확장되었다.

이러한 그가 최근 인터넷방송에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콘텐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kbs 1박2일에서 함께했던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인터넷방송 <신서유기>이다. <신서유기>는 오직 인터넷을 통해서만 대중들을 만나는 웹 전용콘텐츠로, 한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손을 잡아 독점 방송 하였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이 <신서유기>가 중국 동영상 사이트 QQ와도 계약을 맺어 네이버와 동시 업로드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방법과 시장 개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인터넷 방송은 ‘뷰(View:조회수)’로 그 성공을 가늠한다. 20개 영상으로 나뉘어 공개된 <신서유기>는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0월 27일 기준 5183만4318뷰를 기록했다. 조회수를 뜻하는 ‘뷰(View)’는 <신서유기>가 인터넷 방송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1뷰당 3~4원에 불과했던 온라인 영상 광고 단가가 <신서유기>에 이르러 25원으로 책정되었고, 독점으로 공급한 중국 포털사이트 QQ닷컴에서도 6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모두 합쳐 1억 뷰 이상이라고 계산하면 클릭으로만 얻은 수익이 이미 25억 원이라는 셈이다. 그야말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신서유기>라는 여행 콘텐츠가 중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문화원형, 명나라 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유기>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원형 콘텐츠이다. 비록 국내에서는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콘텐츠가 많지는 않지만, 중국, 일본의 <서유기> 사랑은 대단하다. 1920년대부터는 <서유기>를 원형으로한 애니메이션, TV드라마, 영화 등이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되었고,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재생산·각색되고 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중국 시장에서 활약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트렌디한 현대물이다. 이러한 트렌디물은 이야기의 소재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시의성과 유행을 탄다는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문화권이라고는 하지만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체 제작된 콘텐츠는 양국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따라서 생명력을 가진, 오랜 시간 사랑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문화원형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한류를 이끈 것은 한국의 트렌디물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오래갈 수 없다.

이제는 한국과 중국 콘텐츠 종사자들이 공동제작을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중국 관객, 나아가 아시아 관객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소재와 장르인가”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의 서유기 소재는 오히려 아시아 문화권의 익숙한 소재성이 가져다주는 장점이 큰 메리트로 작용 할 수 있다.

다만 서유기라는 소재가 중국에서 다양한 방식, 예를 들어 영화 드라마 등으로 각색되어 왔다는 점이 중국인들에게 오히려 피로로 다가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한국 예능과 접목시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서유기라는 익숙하고 재미있는 원형 콘텐츠의 모티브를 따와 한국만의 방식으로 중국인들을 사로잡는 콘텐츠로 제작 되었다. 이는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판로를 모색한 것이라 평가 할 수 있다.

이제 TV를 통해서만 방송 콘텐츠를 접하던 시대는 지났다. 또 국내 시청자들만을 위해 제작한 콘텐츠의 생명력은 짧다. 아시아 시청자를 아우를 수 있으며, 접근성이 좋은 콘텐츠에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생산에 다양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 예능리포트]'신서유기'發 나영석 경제학, 판도를 바꾸다②」,『 이데일리』, 201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