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졸속 오페라 ‘선비’가 창작오페라 大賞이라면 대한민국 오페라계 모욕하는 것"
[단독]"졸속 오페라 ‘선비’가 창작오페라 大賞이라면 대한민국 오페라계 모욕하는 것"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12.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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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계 질서 다 무너진다 한숨만... 감사원 감사 통해 전모 밝혀야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죠”

故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 앞에서 한 말이다. “최근 오페라계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낯부끄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오페라계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자탄(自歎)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외형적으론 침묵한듯하지만 손금 보듯 휑하니 ‘판’을 알고 있는 오페라인들의 심기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오페라계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8억의 예산을 가지고 유료관객 12명을 동원한 '선비'에게 많은 언론사들이 의문을 제시했다. (사진=영주시민신문 캡쳐)

이같은 오페라계의 목소리는 지난 7일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조직위원회(위원장 이긍희)와 (사)한국오페라단연합회(이사장 최남인, 대전오페라단장)가 공동 주최한 제8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조선오페라단(단장 최승우)의 ‘선비’가 최고상인 대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대한민국오페라대상의 이전 수상작들에 대해서는 지금껏 오페라계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그런데 왜 올해 대상을 받은 ‘선비’에 대해서는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분노마저 표출하고 있는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거슬러 올라가 올해 1, 2월에 있었던 제1회 대한민국창작오페라페스티벌이다.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부설 대한민국 창작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위원장 이긍희)가 운영한 당시 페스티벌에는 총 네 작품이 국립극장 무대에 올랐다. 배비장전(1월 16일~18일 더뮤즈오페라단), 손양원(1월 23일~25일 고려오페라단). 춘향전(1월 30일~2월 1일 김선국제오페라단), 오페라 선비(2월 5일~7일 조선오페라단)이다. 공연 직후 오페라계 내부의 전반적인 평가는 ‘졸속’ ‘참혹’ 등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었다. 그 중심에 창작오페라 ‘선비’가 있었다.

“선비 6,000여 석 대부분 공짜티켓, 영주에서 서울까지 관중동원” "성황" 주장 불구 흥행 대참패“

당시 한 언론의 기사 헤드라인은 “선비 6,000여 석 대부분 공짜티켓, 영주에서 서울까지 관중동원” "성황" 주장 불구 흥행 대참패"라고 내보냈다.

매체들은 경북 영주시가 선비의 고장 영주시를 홍보한다며 거액의 제작비를 지원한 창작오페라 '선비'(3월 5~7일 국립극장)가 예산 낭비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8억 원이나 지원한 오페라 공연에는 '성황'이라는 영주시 주장과 달리 유료 관람객은 단 12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역 주민들을 전세버스로 서울까지 실어 나르는 과정에 선거법 위반 논란도 벌어졌다.

또  “오페라 선비에는 영주시와 경북도가 각 3억 원, 정부 2억 원 등 모두 8억 원의 혈세를 지원했다. 유료공연이었지만 실제로는 무료초대권을 남발한 공짜, 동원 공연이었다. VIP 25만 원 등 25만~5만 원에 입장권 전문예매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했으나 저조한 예매율로 좌석 대부분을 초대권으로 채웠다. 영주시 관계자는 "유료 판매량은 12장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한국일보 3월3일자 기사. 현재 이 내용이 담긴 기사는 언론사 사이트에서는 삭제된 상태다) 이런 기록들이 인터넷상의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상으로 이를 덮으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한 블로그에 올라온 '선비'에 대한 의견 및 당시 보도된 한국일보 기사를 링크한 포스팅. 현재 이 기사는 한국일보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다.

또 다른 언론인 영주시내 지역신문인 영주시민신문(3월19일자)에 따르면 지역 내에서도 이런 내용에 대해 거센 문제 제기가 있었다. 새정치연합 경북도당이 영주시의 ‘선비’지원이 혈세낭비였다고 지적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지역에서도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이 매체는 “성명서에는 영주시가 지역 문화 홍보 차원의 사업이며 관객 6천여 명이 입장한 성황 사업이라고 홍보했으나 유료관객은 12명 정도에 불과했다”며 “입장수입보다 홍보에 치중했다는 영주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무료입장 5천988명은 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도비 3억, 시비 3억, 국비 2억인 총 8억이라는 혈세가 들어갔음에도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혈세 낭비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페라관계자들은 홍보 부분에 치중했다는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창작오페라페스티벌의 과정이 제대로 소개되거나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공연을 했고, 작품에 대한 평가도 좋지 못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선비’는 오페라로서의 개성과 완성도가 너무 낮았다며 오페라를 본 전문가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관객의 상당수가 휴게 시간에 극장을 빠져나갔고, 오페라가 극적으로나 무대장치 사용에서나 너무 허술했다고 전했다.

특히 예산에 있어서, 오페라인들은 3억~4억이면 충분할 공연이 8억이나 들었다고 해서 경악하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어떻게 저렇게까지 돈을 끌어낼 수 있는지”라며 혀를 내둘렀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태가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되자 조급해진 최 단장은 공연이 끝나자 수습책으로, ‘오페라창작대상’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급조된 ‘셀프수상’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수상 관련 보도를 보면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창작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위원장 이긍희)는 11일 오페라단연합회 최남인 이사장, 김학남 명예이사장, 강민우 부이사장, 김경아 사무국장 등 평가위원 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평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나와 있다.

음악과 캐스팅, 연출, 조명, 의상 등 총 8개 항목으로 나누어 진행된 평가에서 ‘선비’는 전 항목에서 평점 96점으로 최고 점수를 기록하며 평가위원 전원 일치로 최우수 창작 작품으로 선정됐다”고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이 상은 여타 작품은 물론 출연진 누구도 수상자가 없으며 ‘선비’가 유일한 수상작으로 밝히고 있다.

물론 흥행과 작품성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계의 티켓판매가 기업 등의 ‘뭉터기’ 후원이 있지 않은 한 제작비 충당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번 ‘선비’의 경우는 8억이라는 예산이 지원된 작품치고는 티켓판매가 저조해도 너무 저조했을 뿐만 아니라 상을 받기에는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두 번의 ‘수상한’ 수상과 과다한 예산 지원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에 초점이 모인다.

‘졸작’이 ‘명작’으로 변신,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셀프’ 수상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오페라대상 공동주최자인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최남인 이사장은 ‘선비’가 대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오페라계 관계자에게 듣고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심사과정의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최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 ‘창작오페라’ 심사에 참여한 것은 맞다”고 말하고
대한민국오페라대상과 관련해서는 “시상식이 끝난 후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이번 오페라대상 심사에 참여했다는 것과 관련해 “최승우 단장에게 전화해서 왜 자신에게 ‘이런 내용에 대해 연락을 안 했느냐’고 묻자, ‘외국에 간 줄 알고 알아서 처리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런 대답이 돌아온 것에 대해, “아무리 외국에 있어도 서류 결제 등 심사위원들과 절차를 밟아서 심사 결과가 나와야 정상 아니냐”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최단장이 “만나서 얘기하자” 했으니 “만나서 들어 봐야겠다”고 말했다. 최남인 이사장뿐만 아니라 다른 심사위원들의 참석 여부도 확인해야 할 상황이다.

역대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수상자인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예술감독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오페라계의 부끄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번 (대한민국오페라대상)시상식과 관련해서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다. 이는 부끄럽고 잘못된 점이 있기에 주변에 알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페라인들의 축제가 돼야할 시상식이 정치적이고 부끄러운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체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수상제도를 만들어서, 높은 관심도와 그에 따른 투명성 있는 시상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싫은 소리 하는 사람도 안고 가야 발전이 있다. 이렇게 편향된 시상식이 무슨 권위가 있겠는가. 떨어진 권위와 멀어진 관심 속에 열리는, 오페라 발전에 역행하는 행위는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며 이번 일에 대한 환멸을 표했다.

한 오페라 단장은 이런 내용에 대해 의견을 묻는 기자에게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단칼에 잘랐다. 오페라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선비’의 연이은 수상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한 것이다.

또 다른 오페라 전문가는 “국고지원과 지방정부지원을 통해 8억의 제작비로 ‘선비’를 만들었는데 오페라 전문가들이라면 4분의 1 정도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라며 “정부가 감사를 통해서 이번 일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비'의 오페라대상 수상 소식을 접한 일부 문화부 기자들은 "선비의 오페라대상 수상은 '한편의 코메디'"라고 조소하는 분위기다.

▲ 트위터에 올라온 '선비' 제작비와 동원관객에 대한 의견

최승우 단장, 모든 ‘의혹’ 부인. “오페라계에서 잘 되는 이들을 무작정 시기하는 세력 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조선오페라단 최승우 단장은 기자와의 전화를 통해, 이 모든 사실에 대해 부정했다. 심사위원에 대해 “명예 이사장 출신인 김학남 씨를 비롯한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조직위원회가 조직위원회에 직접 주는 것도 아닌데 셀프수상이라는 말은 악의적이다. 나는 전직 사무총장 출신인데, 그것을 셀프라고 친다면 전직 이사장, 부이사장 출신들도 수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남인 이사장이 제기한 문제 부분에서는 “현직 (오페라단연합회)이사장이 심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또 전체 심사위원 명단을 전부 공개해달라는 말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상태에서 이들의 명예가 보장될 수 없으니 공개할 수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최 단장은 “표가 12장 팔렸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4번의 공연 6천 석에 상식적으로 12장 팔린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에게 여러 차례 반문한 후 “악의적인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끝까지 몇 석이 팔렸는지에 대한 대답은 회피했다.
8억의 예산이 과다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립오페라단의 예를 들며 “국립오페라단은 100억 예산으로 한 해 5편의 공연을 올린다”며 “8억을 가지고 국립극장 4회 공연을 포함해서 세 개 지역에서 8번 공연한 것이 과다한 것이냐”고 거듭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페라계에서 잘되는 꼴을 못 보는 몇몇 세력의 음해로 인해 자신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최 단장이 “현직 이사장이 심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라고 단언했지만 창작오페라페스티벌의 경우 심사위원으로 최남인 이사장이 포함돼 있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앞서 최 이사장의 말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이번 ‘오페라대상’ 심사위원으로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이번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심사위원장은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가 맡았다.

8억의 예산, 2번의 수상, 0이 된 공정성

오페라계에서는 자신의 작품인 ‘선비’가 최우수상을 받은 대한민국창작오페라페스티벌도 최단장이 만든 것이기에 ‘셀프수상’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한다. 최승우 단장 1인이 주도한 페스티벌이라는 것이 오페라계의 여론이다.

외형적으로는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름을 빌렸지만 모든 것이 그의 손에 좌지우지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페라계는 ‘선비’의 ‘창작오페라페스티벌’ 수상 당시만 해도 그냥 ‘어이없는 일’로 치부했지만 이번 수상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대한민국오페라대상은 올해로 8회째로 오페라계에 주어지는 대한민국 유일의 전통을 가진 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에서 올라간 오페라 수만 해도 족히 50여 편은 될 것인데 그 많은 작품 중에 호평을 받은 여러작품을 제치고 졸작이라 평가된 문제작이 또다시 수상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된 ‘셀프수상’과는 별개로 한 오페라계 인사는 “대한민국창작오페라축제가 원래 본인과 모 음악평론가가 기획한 것이다. 최승우 단장에게 예산 유치하는 것을 좀 도와 달라며 함께 작업하자 한 것인데, 아이템을 도용해 마치 자신이 만든 것처럼 훔쳐갔다. 국립극장과 예술의 전당에 정식 공문을 보내고, 예술인의 저작권 피해를 접수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지난 8월 아이템이 도용됐다며 사법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직 예술복지재단의 답변이 없어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선비’가 대한민국 창작오페라대상 최우수상 수상에 이어 대한민국오페라 대상이라는 또 하나의 속임수로 주목받고, 구체적 사실을 모르는 언론들은 수상 소식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라며 분개해 했다.

최단장 오페라계 단합 위한 공적 인정, 그러나 자신의 이익 위한 ‘막가파식’ 행위 안 돼

오페라계에서는 최승우 단장이 오페라계에서 한 역할에 대해 일정 부분 그 공을 인정하고 있다. 오페라단연합이 둘로 분리됐을 때 이를 합치고,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만들고, 오페라대상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재원 마련 등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스스로 공적을 허물고 ‘막가파식 수상’으로 오페라계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이기에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공분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오페라계의 한 인사는 “오페라계의 가치와 질서를 훼손하고 역주행한다면 오페라계는 혼탁해질 것이고, 급성장하고 있는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는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조선오페라단이 지자체에 외국에 공연을 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자기들이 만든 상을 자기들이 받는 식의 행동이 용인된다면, 오페라계의 미래는 어두워진다”고 우려했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이처럼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시상식이 열려서 오페라계와 창작계가 혼탁해진다면, 불면의 밤을 보내며 오직 자존심 하나로 작업을 하는 많은 한국의 작곡가와 작품들이 모두 그 발아래 머무는 것이 되고 만다. 이와 관련된 이들은 양심선언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공연의 모든 과정을 국고예산지원을 한 문화체육관광부나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며 창작오페라 ‘선비’를 둘러싸고 벌어진 ‘셀프수상’ 논란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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