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편"
"책 읽어 주는 남편"
  • 홍경찬 기자
  • 승인 2009.08.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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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산다는 것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

부부로 산다는 것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해서, 평생사랑과 믿음으로 살아보자며 약속한 결혼생활 이건만 하루하루 바쁜 일과에 쫓기다 보면 젊은 날 가슴 설레게 했던 배우자가 어느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만 느껴지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느끼던 설렘과 작은 기쁨은 잊은 지 오래, 메마른 몇 마디의 일상적 대화가 오가는 것이 고작이다.

       ◆ 책읽어 주는 남편 저자 허정도씨와 그의 아내 정미라씨의 다정한 모습

그렇게 세월이 흘러 자녀들이 성장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여유가 생기는 중 장년이 되었을 때는 곁에 있는 가족이 하나의 굴레가 되어 잠시라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인생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늘고 있다.

그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곳저곳에서 펼쳐지는 막장인생을 그린 드라마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2007년 통계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매일평균 946쌍이 결혼하여 341쌍이 이혼하는 세계이혼 1위의 국가 대한민국.

이런 현실 속에 부부로 산다는 것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책을 소리내어 읽기 까지-

“책 읽어주는 남편”은 끊임없는 대화와 배려로 30년째 한결같이 첫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허정도, 정미라 부부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애환서린 혹은 달콤한 소설 한편씩은 품고 산다고 하지만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너무 과장되지 않는 모습으로 지극히 평범하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단한가지 “책읽어 주는 남편”되자는 저자의 생각이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던져준다. 그래서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꾸미지 않아도 향기롭고 아름답다.

“책 읽어주는 남편”의 시작은 2년전 아내가 안부대상포진에 걸리면서 아픈 아내를 위해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기 시작,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져누운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남편이 책을 펼쳐든 것이다.

아내는 뼈를 파고드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혹시 시력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과 방황을 남편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으며 평온을 되찾는다. 책을 통해 세상이야기를 들려주는 남편의 정겨운 목소리는 어떤 의학박사의 명 처방전보다 더한 치료제가 되었다.

큰돈을 들여 선물을 하는 것도, 부부동반으로 근사한 골프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니다. 곁에 있는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평범하면서도 이색적이고 특별한 삶을 가꾸며 동행하는 “부부”의 얘기...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남편이 정겨운 목소리로 느릿느릿 책을 읽어 내려가고 차한잔사이로 지긋이 눈감고 평온한 모습으로 귀 기울이는 아내, 서로에게 부부로 산다는 것의 참 의미를 되새기며 인생의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게 하는 부부가 함께한 책.....소리내어 책을 읽어주고, 귀 기울여 듣는 동안 저자 부부에게는 서로의 존재를 돌이켜보게 된다.

또한 아내는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남편을 존경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고 남편의 마음을 책과 함께 읽어내려 간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내에게 있어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남편은, 앞으로도 아내를 위해 “책 읽어주는 남편”이 되겠노라 결심한다.

책을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함으로서 서로 닮아가는 이들의 행복한 동행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 아내, 내 남편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닿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더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내에게 읽어주는 마음으로 마산시민들에게 좀 더 진솔한 마음을 담아 큰소리로 마음을 울리는 글을 들려주고 싶다.

“책 읽어주는 남편”저자 허정도씨는 건축가(울산대 건축학박사 학위취득)이자 언론인, 한국YMCA연맹 이사장을 역임하였으며 마산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사람,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으며, 경남도민 일보에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지역신문협회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현재 국립창원대학교 초빙교수로 대학원에서 도시학을 강의하고 있고, 저서로는 △불량주거지 재개발연구, △전통도시의 식민지적근대화가 있으며 “전통도시의 식민지적근대화”는  2006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우수학술도서로 채택되기도 하였다.

항상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에서 다시한번 부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고마운 책이 바로 “책 읽어주는 남편”이다.

이제 아내는 건강을 되찾았지만, 마주앉아 소리내어 책을 읽고 듣는 일은 이들 부부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가 되었다.

두 사람은 휴일이면 나란히 서점에 나가 머리를 맞대고 책을 고르고, 함께 읽은 다음 도란도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둘이서 지나온 세월속의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여행기를 읽으면서는 함께 여행을 떠나보기도 한다. 현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살아가는 방식을 반성하고....

함께 눈물짓고 웃음을 나누면서 연애 시절의 낭만과 애틋함을 여전히 간직하는 두 사람, 책은 점점 더 서로를 닮아가는 어느 부부의 진솔한 행복 이야기이다.

흔히들 부부가 같은 취미생활을 하면 노후에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 더없이 좋다고들 한다. 하지만 막상 같은 취미를 같기란 쉽지않다. 또 취미생활을 묻는 질문의 70%이상이 “독서”가 차지한다. “책 읽어 주는 남편”으로 부부는 쉽고도 힘든 같은 취미생활을 얻은 것이다.

저자는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약속한다. 함께 읽은 책을 차곡차곡 쌓아보자고, 어느덧 읽은 책이 머리 높이까지 쌓여 반으로 나누어 다시 쌓고 있다는 이들 부부는 책만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하다.

누구나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책은 나아가 영혼의 교감이고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기도 하다. 부부는 책을 읽으면서 함께해 온 지난날을 회상하고 서로가 곁에 있음에 감사하며, 가슴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아픔을 고백하고 어루만지면서 가족의 참 의미를 쌓아가고 있다.

지금껏 두 사람이 읽은 책이 어느덧 120여 권,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들 부부에게 책은 진정한 동행의 참 기쁨을 선사해 주며 부부로 살아가는 지혜를 책 속에서 얻는 또 하나의 동반자였다.

“책을 읽고 들으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소리내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아내를 만난 것과 더불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이는 저자 허정도씨의 말이다.

“책 읽어주는 남편”은 저자 허정도씨가 신문사에 재직하면서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이 책에 부부간의 대화를 풍부하게 하고 정을 나누는 소박한 행복의 비결을 공개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결혼생활에 대해 농담처럼 흔히 하는 이 말은 하루라도 떨어져 있으면 못 살 것 같던 연애시절의 뜨거움은 잊은 채 한 지붕아래에서 빠듯한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육아와 직장 스트레스에 얽매이며 살아가는 부부의 현실적인 모습을 자조하는 말이다. 인생에서의 자질구레한 일상이 삶의 모습들로 구성지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무슨 일이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흘린 눈물만큼 인생의 깊이를 안다고 하지만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은 다시 시작하는 용기와 희망이다, 세상에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 중 여유와 편안함을 찾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추천하는글- 부부가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면-도종환(시인)

책읽어 주는 남편- 저자 허정도
195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스물일곱 살에 건축사가 된 뒤 건축설계와 대학 강의를 하다가 특별한 인연으로 언론인이 되어 경남 도민일보 대표이사를 지냈다. 창신고등학교, 부경대학교, 연세대학교를 거쳐 울산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에서 마산도시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를 지냈다. 설계한 작품으로는 거창 샛별초등학교와 경남도립미술관, 창원대학교 국제교류센터 등이 있다. 1970년대부터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하여 한국 YMCA 전국연맹이사장을 역임하였으며 경남도민일보에 재직하는 동안 지역신문협회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신문사 대표직을 마친 2009년 봄부터는 국립창원대학교 초빙교수로 대학원에서 도시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불량주거지 재개발 연구와 △전통도시의 식민지적 근대화가 있으며 뒤의 책은 2006년 문화관광부가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하였다.

듣는 아내- 정미라
1956년 경남 거제도 장목면의 버드네 바닷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열두 살에 마산으로 옮겨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마산제일여고를 졸업한 뒤 만학으로 창원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하였다. 마산 YMCA합창단에서 남편을 만나 딸, 아들 두 아이를 낳아 길렀다. 운동으로 요가를 하며, 마산시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에 나가 한문공부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홍경찬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