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속의 정명훈 사퇴의사 밝혀, 기정 사실화되나?
논란속의 정명훈 사퇴의사 밝혀, 기정 사실화되나?
  • 강지원 인턴 기자
  • 승인 2015.12.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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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허위사실 유포로 불구속 입건, 횡령의혹 등 나빠진 여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듯

‘시나리오를 잘 짜서 진행하라’ 이건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의 대사가 아니다. 크나큰 음모가 도사린 엄청난 메시지다.

얼마 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지난해 '박현정 대표 사퇴' 국면을 앞두고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의 부인 구씨와 정감독의 비서역인 백 모씨와 주고 받은 문자를 공개하라고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정명훈 감독 (사진 = SBS 캡쳐)

이후 경찰은 구씨와 백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근거로 해 허위사실 유포를 지시한 혐의로 정감독의 부인인 구씨에 대해 불구속 입건했다.

최근 한 매체가 단독으로 검찰과 경찰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간 문자들의 한 단면이 바로 위의 내용이다. 이 매체는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호소문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하순 부인 구씨가 정 감독의 비서인 백모 과장(40·여)에게 해당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향 이사회는 28일 오전 정명훈 감독이 예술감독직을 이어가는 내용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을 상정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연기했다. 또한 이사회는 31일자로 정 감독의 임기는 끝나지만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공연은 하기로 한 상태여서 당장 1월 9일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회 등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구 씨는 또 사무국 직원들의 투서 발송, 기사화, 성추행 고소 등 박 대표를 음해하는 내용의 지시를 비서 백씨에게 보냈고, 백씨는 해당 내용의 지시를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직원 9명에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씨는 이와 함께 ‘(자신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두 지우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서울시향 직원 9명은 호소문을 내며 박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과 막말을 당했다며 박 전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올 8월 박 전 대표의 성추행 등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하고, 지난달에는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직원 9명과 비서 백씨를 박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7월 서울시 의회 송재형 의원은 정감독이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에 청구한 항공료 총 52회, 13억여 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8건, 10%에 달하는 약 1억 4천만 원이 업무와 관련 없이 부당 지급됐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와 같이 성추행 파문과 그로 인한 박 전 대표의 사퇴의 배후에는 정감독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정 감독의 횡령 혐의 또한 다시금 불거진 현 상황 속에서 이번 이사회가 진행됐으나 서울시향은 결정을 1월 달로 미뤘다.

 

이 매체가 입수한 서울시향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 문건에는 정명훈 감독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특히 횡령으로 논란이 되었던 ‘항공료’는 정 감독과 부인 몫으로 외국과 한국을 오갈 때 1등석 2장 지급하던 것을 1장으로 줄였지만, 사전에 통보만 하면 동반자에게 1장이 지급 가능하다. 또한 한국 입·출국 시만 지원하던 것을 ‘외국 간 입·출국 시’에도 가능 하게해 정 감독에게 수혜가 많이 가도록 했다.

그동안 박 전 시향대표는 정 감독이 순조로운 재계약을 위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인터뷰에서 서울시향을 "'방만하고 나태하고 비효율적인, 동호회적 조직문화', '모든 결정이 정 감독 위주의 조직'을 "체계화하려는 저의 목표와 이런 문화에 익숙했던 분들 사이에 갈등이 없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 감독이 빈 오페라 지휘 등 개인일정 때문에 서울시향 연주 일정 변경을 요구하고, 영리 목적을 위해 대표 사전 승인 없이 피아노 리사이틀을 발표하는 등의 행태를 일삼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있으면 정 감독은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제한된 내용으로 (계약)할 수 있으니 제거 당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정 감독 재계약 문제와 박 대표의 폭언, 성희롱 문제는 완전히 다른 2건인데 이걸 왜 연결하는지 모르겠다." 고 대답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사실들은 어떠한가? 이러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정감독이지만 서울시향은 그의 예술성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만 하며 정 감독을 다시 예술감독으로 올리기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횡령 의혹과 더불어 박현정 전 시향 대표 ‘성추문’의 배후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나온 조약들을 본다면 정감독이 그동안 얼마나 막강한 권위와 권력으로 서울 시향을 주무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서울시향의 미온적 태도와 경찰에 의해 드러나게된 박 전 대표 사퇴의 전말을 지켜보게 된 네티즌들은 ‘비리가 있으면 각설하고 사퇴시켜라.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병폐가 부패다.’(아이디.ohau****), ‘예술을 한다는 것들이 권모술수로 상대편을 몰아내고 그럼 안 되는 거 아닌가?’(아이디:magi****), ‘사퇴시키고 잔여 공연도 취소해라 ~~ 음악은 내면의 감성이 우러나오는 건데 저런 사람 지휘로 듣는 클래식 듣기 싫다.’(아이디:park****)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논란으로 여론이 험악해지자 정 감독은 결국 서울시향의 예술감독 자리를 내려놓았다. 29일 정감독은 자필편지를 통해 사퇴의사를 전했다고 서울시향 관계자는 밝혔다. 편지 속에서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저는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서울시향은 정 감독이 지휘하기로 예정된 내년 정기공연(9회)에 대해 대체 지휘자를 찾아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