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걱정의 뱀/ 김경애(1971~)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걱정의 뱀/ 김경애(1971~)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6.01.0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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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의 뱀
                                             김경애(1971~)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무관심해할 때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죄책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밤
할머니 목소리를 들었는데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언니가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영영 돌아오지 못한 날
친구가 100일 지난 첫 아이를 떠나보낸 날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그가 죽은 날
축축한 담요를 두른 듯 무거운 잠속에 빠져 있었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엄마.
아이들을 팽개쳐 두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올케.
변변찮은 땅 문서 들고 서울로 가 버린 큰 오빠.
팔순의 당신보다 늙고 병든 시누이 때문에 아픈 시어머니.
우글거리는 걱정의 뱀들이 엉켜 머릿속이 짜글거린다.

오늘도 온종일 생을 두리번거렸다.

밤이면 무거운 잠이 바위덩어리처럼
내 꿈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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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지 않은 우리는 늘 어떤 죄책감에 휩싸여 산다. 원죄론의 발상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머릿속에는 항상 걱정이 뱀처럼 우글거린다. 그런데 이 걱정은 가정에서부터 탄생한다. 이렇듯 김경애 시의 매력은 자전적 가족서사를 보편적으로 가족서사로 치환하는 데 있다. 그의 시에는 우리 세대가 공동으로 경험한 가족서사가 담겨있다. 그래서 한 시인의 가족서사는 한 시인의 것만이 아니다. 시인은 서정시 고유의 양식인 자전적이고 자기 고백적 서사를 보편적 서사로 들려주고 있다.(공광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