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거기 누구 없소?
[김승국의 국악담론]거기 누구 없소?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 상임부회장/시인
  • 승인 2016.01.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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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 상임부회장/시인

올 2월 대학 국악과를 졸업을 앞둔 K양은 앞길이 캄캄하다.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야금 전공자인 K양은 대학 재학 중에 전국규모의 국악경연대회에서 당당히 입상한 바 있었지만 국공립 관현악단 정단원은 고사하고, 여러 국공립 국악관현악단 인턴단원공모에도 선발되지 못했다.

선발 시험장에 가보니 자신과 비슷한 기량을 가진 응시생들은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더 놀라게 한 것은 자신 보다 기량이 뛰어 난 응시생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해 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예술 강사 활동 희망자 모집에도 응모했으나,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함께 졸업한 친구들은 선정되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자신은 선정되지 못했다. 문화체육부 산하 공공 기관의 인턴사원 모집 공모에도 모두 응모하였지만 보기 좋게 모두 고배를 마셨다.

면접시험 때 시험관이 악기 이외에 무엇을 잘 하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못했고, 대학 재학 중에 공연장이나 축제 행사에서 봉사활동이나 기획보조 활동 경력이 없냐는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도 못했고, 혹시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를 능란하게 할 줄 아냐는 질문에도 역시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면접 대기 장소에서 재학 중 이미 공연예술 현장이나 여러 공공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응시생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고, 또 그런 응시생들이 주로 선발되는 것을 보고 절망감에 빠졌다.
잘 나가는 민간 전통공연예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신입단원으로 써줄 수 없는지 타진을 해보았지만 연락이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선배와의 전화연결에 성공하였지만 선배로부터 가야금 외에 어떤 악기를 다룰 수 있는지, 노래를 잘 부르는지, 타악기를 잘 다루는지 물어 피아노는 좀 칠 줄 안다고 대답하자 그러냐는 시쿤등한 대답을 하고는 다시 아무런 연락이 없다.

K양은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동기생들과 만나 예술단체를 만들어 볼 상의도 해보았지만 함께 모여 연습할 공간 마련도 막막하고, 연습을 한들 누가 자기들을 불러줄 것인지도 막막하고,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부모님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내는 것도 녹녹치 않다. 답답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상의를 할 적당한 멘토도 주위에 없다.

이럴 줄 알았다면 대학원 진학이나 하는 건데 하고 후회를 해보지만 사실 대학원 진학도 쉬운 일이 아니고, 4년 동안 대학 등록금 마련하느냐 고생 고생하신 부모님께 다시 대학원 등록금을 요청 드리기가 여간 죄송스런 일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럽기만 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사회를 몰랐고, 사회가 어떤 자질을 갖고 있는 인재를 원하는지 정보에 깜깜했던 것이다. 관현악단을 가려면 초견에 능하고 정악과 산조를 고루 잘해야 했고, 18현 가야금도 잘 다룰 줄 알아야했는데 그 점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초중고 예술 강사 선정 기준에 최근 3년 이내 예술 활동이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참여경력을 쌓아두면 가점(加點)이 된다는 것을 몰랐다.

교육계획서 작성 요령도 배웠어야 했고, 가점(加點)이 되는 문화예술교육사자격증이나 교원자격증을 따두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의 예술행정 요원이 되려면 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상식을 쌓아두어야 하고,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정도는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아야 되고, 대학재학 중 공연예술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이나, 공연예술이나 축제 현장 봉사활동 등 경력을 쌓아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민간 전통공연예술단체의 단원이 되려면 자신의 주 전공 악기는 물론이고 1인 다기(多技)의 수준 높은 예능을 보유해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이제 K양은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입산수도하는 마음으로 강도 높은 학습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어떻게 교육을 받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거기 누구 없소? K양을 이끌어줄 이, 거기 누구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