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 예술가는 왜 가난해야 하나? 예술가 대변하는 정치인 나와야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 예술가는 왜 가난해야 하나? 예술가 대변하는 정치인 나와야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6.01.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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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사진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술렁거린다. 누가 공천 받을 것이라거나, 누가 밀려난다는 등의 추측들이 무성하다. 그러나 예술가들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이나 열심히 하지, 정치는 무슨 정치냐고 할지 모르지만,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고 못지않게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들이 너무 많다. 그들을 대변하고 구제할 수 있는 정치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예술가들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2011년에는 연출가 최고은씨가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졌다.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글을 남겨,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래서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었다. 작년에는 연극배우 김운하씨가 고시원에서 죽었고, 영화배우 판영진(55)가 자신의 차안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 두 배우의 공통점은 한 달에 몇 십만 원에 못 미치는 극심한 생활고로 고통 받았다는 사실이다. 

‘예술인복지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판단아래 개정안이 추진될 예정이라지만 탁상공론으론 복잡한 현실구조에 접근할 수 없다. 이젠 예술가들이 현실정치로 들어가 현장 목소리를 전하며 잘못된 현실을 바꾸는데 앞장서야 한다. 또한 예술의 상상력으로 현실 정치를 비판하고 해체해야한다. 기득권과 관습이 작용하는 정치를 ‘예술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여지 것 온갖 집회들이 난무했지만, 예술가의 복지나 권익을 내 세우는 집회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예술가들의 체면 때문일 것이다. 복잡한 일상과 관습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예술의 고고함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내뱉는 `예술가는 가난해야한다`는 근대적 경구가 공허하다. 그 가난의 이름은 몸의 가난이 아니라 정신적 가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예술의 창조성이다. 그러나 예술가라고 개성과 이상향만 바라보며 살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누울 잠자리와 허기를 메울 밥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만나는 예술인들마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한 달에 100만원 소득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작품을 팔아서는 도저히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아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접거나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점차 어려워 진 경제상황은 예술가들을 신용불량자로 내몰며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그러한 예술가들에게 국가에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줘야 하지 않는가?

정부에서 베푼다는 예술인복지지원금이나, 지자체 문화재단에서 주는 창작지원금이 있다지만, 인사동을 오가는 주변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혜택 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행정의 이치를 아는, 발 빠른 자들의 전유물일 뿐이다. 창작발표래야 용케 지원금 혜택 받는 몇몇 작가 내지는 돈 많은 집안이나, 돈 잘 버는 남편을 둔 아줌마가 되어야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예술이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나라의 격을 높인다.’ ‘문화예술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등 문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들은 뻔지레하지만, 정치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인사동의 그 많은 전시장에서 매일같이 좋은 전시가 열리고, 도처에서 좋은 공연이 열리지만, 텅텅 비어있다. 이젠 그런 말장난보다 어떻게 국민들을 문화로 끌어들이느냐에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를 끌어가는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일이 시급한 문제다.

그래서 열악한 문화예술계를 대변할 예술가들이 정치 전면에 나왔으면 좋겠다. 최소한 이번 선거에서 어떤 출마자가 예술가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펴고자 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이를 토대로 예술가들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더 이상 냉혹한 현실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