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행사 뒤에 남는 건 씁쓸함?
언제나 행사 뒤에 남는 건 씁쓸함?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8.1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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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나 축제를 하고 나면 언제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 중 몇 가지는 항상 지적 대상이 되곤 한다.

얼마 전 영화 시상식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수상하기로 한 유명 연예인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불참했다. 시민들은 바쁜 일정에 그들이 올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 하는 기대감에 행사장을 찾았다.

하지만 행사 관계자는 “연예인이 다른 일정으로 오지 못했다”, “부득이하게 갑자기 불참 소식을 알려왔다”, “지금 오고 있다” 등의 핑계를 대며 죄송하다는 말로 일관했다. 과연 정말 처음부터 오기로 했다가 못 온 것인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이었는지 언제나 모호하다.

아예 안 온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오고 있는 중이라며 사람들을 잔뜩 기대하게 해 발길을 붙잡아 두고는 결국 오지 않아 행사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는 괘씸함에 불쾌한 기분만 유발한다.

비단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행사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서울시나 지자체, 유관기관 등에서 하는 행사의 경우, 높으신 분 때문에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행사에서 높으신 분의 인사말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건지, 한 사람 때문에 행사장의 모든 사람들이 땡볕에서 10분, 20분 기다리는 일은 다반사다.

솔직히 행사의 인사말보다 그 행사의 본질적인 의미가 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 의미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행사는 보여주기 식으로 겉치레에 치중한 행사들이 많다.

최근 한 자치구에서 열린 제례의식에 갔다가 화가 치밀어올랐다.

제례의식에 순서도 의미도 모르는 무경험자 일반인이 허둥지둥 의식을 치르는 낯 뜨거운 모습은 보는 이를 부끄럽게 했다. 지자체 측은 매년 해오던 행사라 하긴 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모양만 냈다고 고백했다.

2년 전,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으로 고생했던 태안반도에서도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태안반도에 봉사활동을 왔다는 사람들이 사진 몇 장 찍고 사라지거나 유명 브랜드 제품 몇 개를 나눠주며 마치 구호물품을 나눠준 것처럼 홍보하는 등 보여주기 식, 일회성 행사가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나섰을까.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7월 한 달 동안 ‘태안에서도 소외된 마을로 휴가가기 범국민 캠페인’을 펼치고, 오는 25, 26일 이틀 동안 청소년드림콘서트를 마련해 주민들과 즐기고 마을 청소, 농사일 돕기 등 마을봉사활동도 벌인다는 소식에 마음 한 구석이 그저 씁쓸한 건 왜일까.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