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이대로 괜찮은가?
광화문광장, 이대로 괜찮은가?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8.12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 편의와 안전보다 미관 중요시, ‘시민 위하겠다’는 본 취지 살려야

 


광화문광장(光化門廣場)이 1년 3개월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8월 1일 문을 열었다. 광화문광장에 대한 그간의 기대와 관심을 반영하듯 개방 첫날 낮동안만 9만5천여명의 시민이, 이틀동안에는 39만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개방 이틀째부터 많은 시민들에게서 불편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그 중 하나로 지적해 온 광장과 도로 사이의 낮은 안전턱으로 인해, 개장 이틀 만에 택시가 광장 안을 침범하는 사고까지 터졌다. 또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제 1등급을 목표로 무장애 공간으로 조성했다는 광화문광장의 장애인 시설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광장 사용문제를 놓고 시위를 벌여 연행되는 등 개방이후 몇 일 만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광화문광장’. 이곳이 진정 시민들을 위한 광장이 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광화문광장은 종로구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와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세종로 중앙에 조성되는 광장으로, 조선시대부터 우리 역사와 정치의 심장부 역할을 한 곳이다.

▲광화문광장에 들어서 제일 먼저 만나는 잔디를 밟는 시민들의 발길에 관리직원이 호루라기를 불고 지위봉을 흔들면서 제지하고 있다. 제지당한 시민들은 불쾌한 황당하고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울시가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의 중심거리 세종로를 차량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 시민들을 위한 휴식과 세종로의 옛 모습인 육조(六曹)거리 복원을 통한 역사·문화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지난 2007년 12월 광장조성공사를 시작했다. 국가대표 광장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무려 445억 원(2009년 138억 여원 소요)의 예산이 투입됐다.

말 많은 광화문광장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몸소 느껴보러 갔다. 관심있게 살펴보지 않아도 시민들이 지적해왔던 문제들이 심심찮게 보였고,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엄청난 예산과 오랜 시간이 소요된 만큼 광화문광장이 좀 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원래의 취지대로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광장이 되기를 바라며, 만족감과 함께 미흡한 점이나 개선돼야 할 점을 지적했다.

◆아찔하게 낮은 안전 턱, ‘나무’ 심어 안전·미관·환경 등 1석3조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동상 앞 ‘분수 12·23’에는 온 몸을 내던지며 노는 어린아이들의 지칠 줄 모르는 물놀이로 피서지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수의 양쪽에 마련된 벤치로 이용할 수 있는 화단 근처에서는 부모들이 노심초사하며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바로 도로와 광장 사이의 안전턱의 높이가 15cm에 불과해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냥 보기에도 다소 경사가 있는 해치마당으로 들어가는 70m의 내리막길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혼자서 가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해치마당과 광장 지상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도 없다.
광장에서 만난 민준엄마(48세)라고 밝힌 한 여성은 “경찰이 있긴 하지만 경찰도 오는 차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서로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마음을 놓을 수 없으니 불편하다. 도로 전체를 광장으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광장 길가쪽에서 도로를 보자, 광장에 들어서기 전 건너편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더 위험했다.

특히 분수의 물이 도로까지 흘러내려가 안전운전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그 물로 인해 분수대 가쪽 화단에 근처에 있던 시민들에게 물을 튀기기도 했다.

또한 신호를 받아 대기 중이던 차들은 미리부터 일부러 광장 안쪽 차선을 피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개방 이틀째인 오전 7시 20분경 운전 부주의로 옆 차량과 부딪힌 택시가 광장 20m 안까지 침범했다. 이른 시간이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걱정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서울시는 안전에 대한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안전요원을 30명에서 100명으로 대폭확대 배치해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현재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 주변 교통 여건과 경계턱 높낮이, 안전시설, 광장미관, 다기능 이용기구 등을 고려해 빠른 시일내에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안전기능을 대폭 보강키로 했다.

대학생 최경환(남, 24세) 씨는 “디자인을 강조한 화단도 좋지만 플라워 카펫의 생화처럼 나무들을 많이 심는 것이 어떨까”라면서 “도로 한 가운데 있는 광화문광장의 공기를 정화하는데도 좋고 시민들에게는 그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따로 울타리를 치지 않아도 그 자체가 가로막이가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더불어 시민들은 광장의 그늘과 음수대, 휴식공간의 부족, 그리고 곳곳에 마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벤치 겸 화단에 대해서도 불만을 호소했다.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불편하게 앉아있던 한 할머니는 “디자인이 예쁜 건 좋은데 일단 앉을 수 있어야 말이지. 그늘도 많이 없어서 양산을 늘 쓰고 있어야 하고... 자리도 뜨겁고...쉴 곳이 마땅치 않아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면서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화문광장에 갈 때는 양산이나 모자는 필수, 편한 신발은 선택이다. 부족한 벤치 겸 화단에는 그늘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이원우 군은 “한글 자음과 모음이 새겨져 있고 꽃도 있어서 이뻐요”라면서 “하지만 엉덩이가 크신 어른들을 앉기 힘들겠어요. 그리고 옆에서 차가 쌩쌩 달리니까 엄마가 위험하다고 앉지 말래요”라고 말했다.

실제 사람들의 이곳 휴식공간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산이나 모자를 필수품처럼 가지고 있었으며, 부채나 신문으로 더위를 식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애인 입장 고려치 않은 시설, 곳곳에 문제 드러나

충무공 이순신장군 동상 뒤편의 ‘해치마당’은 들어서는 집입로에서부터 부족한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2.5도의 경사가 70m 정도 이어지는 진입로 내리막길은 법정 기준을 준수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타고 가기엔 몸이 약한 장애인에게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지하1층 해치마당와 지하2층 5호선 광화문역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는 설치됐지만, 해치마당에서 광화문광장(지상)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없어 장애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장애인화장실은 이미 많은 장애인단체로부터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입구뿐만 아니라 내부도 좁다는 지적은 받았으며, 실제로 장애인이 사용하는 시간을 재보니 약 10~15분이 소요됐다.

남자 장애인화장실에는 벽 중간에 떠있는 형태의 소변기가 다소 높게 설치돼, 휠체어장애인이나 저신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힘들어보였다. 또한 소변기에는 칸막이는 있지만, 법에서 정한 손잡이는 없었다.

화장실을 나오는 장애인에게 민망하지만 불편한 점을 물어보았다.
그녀는 “휠체어를 이동하기가 불편하고 물기있는 바닥 때문에 들어갔다 나오는데만 엄청 걸렸다”면서 “광화문광장을 보러 오는 장애인들이 꽤 많다. 일반 화장실에 비해 남녀 각각 한 개뿐인 공간도 부당하다. ”고 토로했다. 기준에 10cm 못 미치는 안전바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놀러온 할머니 두 분 중 한분은 불편하지만 쉬고 싶어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벤치 겸 화단에 앉았고, 다른 한 분은 서있다가 금방 발걸음을 옮겼다.
더불어 광장 곳곳의 시설에서도 장애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설치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필수적인 노란색의 볼록한 보도블록과 점자 표지판이 없어 계단 앞이나 급경사, 도로와 맞닿는 곳 등에 대해 안전하지 못했다. 특히 광화문광장을 설명해주는 시각장애인 촉지도는 손이 아파 시각장애인들이 기피하는 부식형(????)으로 설치됐다.

교보문고 앞 횡단보도의 검은색 점자블록은 저시력장애인들에게 웅덩이로 보여 보행을 방해하고, 장애인이나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해치마당을 지나 광장 동서쪽 양측면을 따라 흐르는 ‘역사물길’은 수로 바닥에 1392년 조선개국부터 2008년까지 일어난 주요 사건이 새겨져있으며, 다가올 역사를 후세에 기록할 수 있도록 빈칸으로 남겨둔 서편의 ‘역사물길’에는 아무 것도 있지 않아 시민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는 김병호(남, 37세) 씨는 “물만 얕게 흐르고 밟지도 못하게 해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끼고 볼거리도 없다. 세종대왕 동상처럼 임시로라도 다른 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면서 “그림이나 사진 등 서울을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면 시민들을 눈길을 끌고 관광객들에게도 ‘디자인 서울’에 대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면 광장 북쪽 끝에는 분수 못지 않게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플라워 카펫’이 펼쳐진다. 양쪽 끝에는 해태상이, 가운데는 선인장과 메리골드, 베고니아 등 모두 13종의 꽃 22만 여 본이 전통 단청 문양을 만들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곳곳에는 인조잔디를 깔아 시민들이 들어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10여 개의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잘 돼있는 만큼 관리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벌써 3번째 방문이라는 정만수 씨(남, 55세)는 “둘째날에 와보니 제대로 심어지지 않았는지, 시민들의 발길 때문인지 곳곳의 꽃들이 쓰러져있었다”면서 “20만 송이가 넘는 생화로 꾸며져 있으므로, 일시적인 공간이 되지 않도록 유지관리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북쪽가장 끝자리에는 전시회 등을 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지난 9일까지 광화문광장 사진전이 열렸지만, 이곳 역시 휴식공간이 부족해 분수에서부터 광장을 구경하던 시민들은 더위에 지쳐 오래 머물지 못했다.

▲ 아주머니 한 분이 전시공간에 있는 사진을 관람하다 너무 더워 유일한 그늘을 찾아 피하고 있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광장 ‘규격화’하는 곳 없어

광화문광장의 운영 및 사용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운영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할 ‘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구성, 운영키로 하고,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른 시행규칙안’도 발표했다.

학계전문가와 공공분야,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될 광장시민위원회는 법과 조례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광장이용 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적극 협조할 수 있을만한 만족스러운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 광화문광장의 조례와 ㎡㎡당 10원이 적용돼, 사용가능 공간인 1,751㎡을 이용하려면 시간당 1만7천원을 내야하는 사용료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 신문의 칼럼을 통해 “전세계 어느 나라의 유서깊은 광장도 이런 식으로 공간을 규격화하고 박제화 하지 않는다”면서 “광장은 서로 다른 정치적,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고 논쟁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유쾌한 상대성’을 표현하는 일종의 카니발의 공간이어야 한다. 광장은 테마파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민 김귀현(남, 68세) 씨는 “국가의 상징이 되려면 시민들이 스스로 많이 찾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면서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지는 10월 9일에는 동상과 더불어 광화문광장 전체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광화문광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문화계, 언론계 등 각계각층에서 광화문광장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소설가 송우혜 씨도 한 신문의 칼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광장은 소통과 연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제 우리에게 ‘광화문광장’이라는 새로운 문화마당이 생겼다. 우리는 그 곳에서 상생의 문화, 인류 역사에 공헌하고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는 문화, 그러한 새로운 역사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 만큼 시민들의 광화문광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시들어가지 않도록 정부와 서울시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더 많은 노력을 쏟아 국가의 상징 이전에 ‘시민광장’으로 자리잡는 것이 광화문광장이 시민들과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