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무 보유자로 양성옥 씨 인정 예고, 무용계 반발 ,논란 커
태평무 보유자로 양성옥 씨 인정 예고, 무용계 반발 ,논란 커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02.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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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신무용 주력해온 양교수,태평무 이현자씨 보유자 후보 제치고 선정돼 논란, 이현자 씨측 문화재청에 이의제기와 점수공개, 탄원서 제출예정

문화재청은 지난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인간문화재)로 양성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교수를 인정 예고 발표가 나자 무용계에서 이에 대한 반발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 무용계 인사는 “태평무에만 몰두한 강선영 선생의 직계수제자인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주로 신무용으로 인정받아 온 양 교수를 보유자로 선정한 결정은 태평무의 원형과 전통성을 지키겠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특히 양 교수가 ‘이수자’가 될 수 있게 가르친 인사들보다도 앞서 양 교수가 보유자로 선정된 점에 대해 무용계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태평무' 보유자(인간문화재)로 양성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교수(좌)를 인정 예고하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측은 이번 선정에서 배제돼 논란이 일고 있는 양성옥 교수의 스승인 태평무 보유자 후보 이현자 선생.

문화재청은 "양 씨는 1996년 5월 1일 태평무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된 이래 20년간 태평무의 보존, 전승에 힘써 왔다"며 "장단변화에 따른 춤사위의 표현과 이해가 뛰어나고, 오랜 기간 전승활동을 통해 해당 종목에 대한 리더십과 교수능력을 잘 갖추고 있어 전승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인정 예고 배경을 설명했다.

명무 한성준에 이어 태평무를 전승해온 강선영이 지난 21일 91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명예 보유자 공석 상태가 됐다.

강선영의 제자로는 이현자(80) 태평무 전수조교, 이명자(74) 태평무 전수조교, 양 교수가 있다. 양 교수가 선배들을 제치고 보유자로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 생전 승무, 살풀이춤 등 중요무형문화재 2개 분야를 보유한 인간문화재였던 이매방 선생이 지난해 별세하면서 두 춤에 대한 보유자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태평무 보유자로 양 씨가 확정되면 28년 만에 새로운 인간문화재가 탄생하게 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선정을 위해 지난해 12월 외부전문가 10인 조사위원회를 열어 신청자들에 대한 기량조사와 면담조사를 벌였다.

그때 나온 평가 결과를 모아 지난달 22일 문화재위원회 무형분과회의에서 양 교수를 최종 선정했다. 예고 후 30일간 이의가 없으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유자로 확정된다.

강선영 선생의 제자 중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던 이현자 선생 측은 양교수의 후보자 예고에 반발해 문화재청에 이의 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현자 선생 측은 “춤뿐 아니라, 그동안 지방이나 학교 다니면서 전승활동에 힘 써온 여러 경력을 비롯 서류 관련해서도 양 후보에 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현자 선생이 양 교수를 직접 가르치고 전수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결정이 된 것에 대해 문화재청은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문화재청에 평가점수공개를 요청하고, 탄원서 제출 등을 오늘, 내일 중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전승 체계는 '보유자(인간문화재)-보유자 후보(준보유자)-전수교육조교-이수자-전수자'의 순으로 돼 있다.

해당 무형문화재의 최고 권위자가 보유자가 되며, 전수교육조교는 보유자의 제자 중 해당 분야의 전통성을 잘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된 이들이다. 이수자는 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로부터 3년 이상의 이수를 한 뒤 이수시험을 통과해야 할 수 있다.

양 교수는 1980년 강선영의 문하에 입문했고, 1996년 5월 1일 태평무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됐다. 이현자 선생은 태평무 명예보유자로 강선영의 제자이자, 양 교수에게 태평무를 이수시킨 장본인이다. 이런 사제 관계로 인해 문화재청은 지난달 27일 이 선생에게 '양 교수가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 예고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수교육조교가 있는 상황에서 후배격인 다른 사람을 보유자로 선정하는 게 어색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 될 부분은 사전에 철저히 배제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쳤기에, 이번 인정 예고에는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양 교수는 강선영-이현자-이명자-양성옥으로 이어지는 태평무 계승자인 동시에, 최승희-김백봉-양성옥으로 이어지는 신무용 전문가이다. 무용계 일각에서는 양 교수가 태평무보다는 신무용 개척자인 최승희(1911~69) 선생의 춤을 계승하는데 두각을 드러내 온 춤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양 교수는 최승희 헌정공연 등 관련 무대도 수차례 선보였다.

무용계에서는 공모를 통해 인간문화재를 지정하는 현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형문화재의 특성상 전수는 도제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공모제로 전승 체계를 지탱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준인간문화재 제도를 부활하고, 무용계 원로를 명예보유자로 하는 등, 현재의 선정제도를 보완할 방법을 강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정예고 기한인 한 달이 다 돼오는 상태에서 이후 문화재청이 이의제기 등에 대해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