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전통공연예술자원은 문화융성을 위한 기반 자원이다
[김승국의 국악담론]전통공연예술자원은 문화융성을 위한 기반 자원이다
  • 김승국/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6.02.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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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 상임부회장/시인

다사다난했던 을미년(乙未年)이 가고 희망 찬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해 정부는 국정 2기 문화융성의 방향을 △문화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 창출 및 문화영토 확장 △전통문화의 재발견과 새로운 가치 창출 △문화창조융합벨트를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으로 구축 △국민 생활 속 문화 확산에 두겠다고 천명하였다.

특히 우리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핵심가치를 담은 국가브랜드를 개발할 것이며, 우리의 전통, 세계기록유산 등 자랑스러운 문화를 재조명하고 세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아리랑 등 주요 문화유산을 활용해 한국을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정책 설정의 발상은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자원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의 유산이며, 한류의 근간이 되는 세계로 나아가는 우리 문화의 DNA이기도 하다”는 정부의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통공연예술자원은 문화융성을 위한 기반 자원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로 재창조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전통공연예술이 세계 공연예술시장 진출을 논하기에 앞서, 국내에서도 각광받는 공연예술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고민이 깊어진다.

올해도 공연예술 시장에서 전통공연예술계가 활성화할 것 같지는 않다. 전통공연예술에 몸담고 있는 예술인들 중 상당수는 국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왜냐하면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 제 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에 의거 정부 수립 이후 꾸준하게 전통분야에서 공연예술분야도 함께 보존되고 확산되기 위한 노력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전통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타 장르에 비하여 결코 적지 않다. 문예진흥기금의 공연예술 지원에 있어서도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지원은 클래식 공연예술을 능가하며, 연극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상주단체, 학교문화예술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전통공연예술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 또한 적지 않다. 또한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유산 지정 및 보존과 전승을 위한 에 지원에 있어서도 전통공연예술은 전국단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통공연예술은 아직도 과거의 예술로 치부되고 있으며,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오늘 날의 공연예술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공연예술의 진흥을 위해서 정부는 1994년 『전통공연예술진흥을 위한 발전계획』을 제시하였고, 2006년에 『전통예술 활성화 방안 비전 2010』을 제시하여 그 결과 4군데의 지방국악원, 전국 방송권의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설립되었으며, 기존의 국립국악중고등학교 외에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가 설립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 내었으며 당시에 수립한 정책적 기조가 지금도 계승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혁의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다.

문화재청이 우리의 무형문화재가 세계 어느 다른 나라보다도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보다 많이 등재되고 있는 것에 발맞춰 무형문화재의 보존 및 전승의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무형문화유산원’을 설립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무형문화재와 전통공연예술은 불가분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과 국립국악원, 그리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상호 역할 분담과 기능 설정에 있어서 상호 협업 체계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국악원도 부산과 호남권에 2곳으로 집중되어 있어 지역간 불균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그렇기 때문에 강원, 충청, 영남권의 지역 전통공연예술 콘텐츠의 연구 및 활용을 통한 재창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어 그와 연계된 창작, 실연 및 교육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지는 체계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국악원이 없는 지역의 소중한 민속 콘텐츠들이 소멸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기존의 4개 지방국악원이 현재 제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와 점검도 필요하다.

또한 전통공연예술이 오늘날의 공연예술이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창작인력과 무대전문인력, 그리고 기획인력의 빈곤’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교육과 직결된다. 제도권내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고, 전통공연예술계의 지속적인 재교육 체계의 구축도 중요하다. 우선 미래 세계 공연예술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중고등 및 대학과정의 국립학교의 전반적인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대한 점검과 개혁이 시급하다. 물론 전문 인력양성에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일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공연예술계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며, 부처를 초월한 범정부 차원의 추진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바로 지금이 그러한 일에 착수할 시기이다.